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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애자 여성인 내가 '동의'에 대해 배운 것

나는 사람들에게 섹스하자고 압력을 넣었다. 남자친구가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든 섹스를 하게 만들었다. 몇년을 그렇게 살았으나,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kieferpix via Getty Images

나는 사람들에게 섹스하자고 압력을 넣은 적이 있다. 파트너가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해도 마음을 바꾸려 했다. 상대가 내켜 하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다. 몇 년 동안 그러면서도,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첫 연애에서 남자친구가 ‘부모님이 집에 오실까 봐’, ‘내가 생리 중이어서’, ‘그냥 내키지 않아서’ 등등 무슨 이유로든 나와 섹스를 하기 꺼릴 때면 난 불평하곤 했다. 어떻게든 나는 섹스를 하자고 설득했고, 가끔은 성공하기도 했다. 그게 문제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육체적으로 강제하지 않는다면 내 남자친구가 그렇게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남성을 강압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그도 아마 알지 못했던 것 같다.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이 불편했다는 것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다음 남자 친구에게도 같은 식으로 행동했다.

어느 날 나의 두 번째 남자 친구가 기타를 치고 있었다. 나는 분위기를 잡아보려 했다. 하지만 그는 기타를 치다가 잠들고 싶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내가 영화 ‘브레이크 업’ 예고편을 떠올렸던 게 생생히 기억난다. 주인공 제니퍼 애니스톤은 남편을 유혹하려고 이런저런 헐벗은 차림으로 그의 앞을 지나갔다. 십대 시절 보았던 예고편이었다. 영화는 보지도 않았다. 나는 예고편 장면을 기억했고, 거기서 배운 것을 기억했다. 남성을 꼬드겨 섹스를 하게 만드는 것은 재미있다, 심지어 귀엽다고 나는 생각했다. 나는 제니퍼 애니스톤의 전략을 시험해 보았다. 천천히 옷을 벗고 그의 접근을 기대하며 바닥에 누웠다. 통했다.

나는 내가 그를 유혹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내가 그를 강제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네가 기분 나빠하는 건 싫었어.” 그가 말했다. 그는 내가 알몸으로 남자친구조차 흥분시키지 못하는 여성이 되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Won Kim Photography via Getty Images

다음 날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나는 ‘어떤 남자든 나에게 그렇게 굴었다면 좋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그에게 했던 행동은 무엇이었나? 남자친구가 나에게 하면 불편했을 행동을, 거꾸로 내가 하면 괜찮아지는 것인가?

친구는 “남성들은 더 위협적이기 때문에 다르다고 생각해.”라고 말했다. 나는 이러한 믿음이 정말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남성보다 육체적으로 힘이 더 센 여성들도 많이 있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잘못된 성적 행동은 물리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감정 조종’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도 흔하다. 내가 한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누군가를 설득해 함께 자자고 할 경우, 그 섹스는 100% 동의에 의한 것이 아니다. 강간은 아니지만 잘못된 행동이다. 상대가 당신 위에 올라와 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욕구가 아닌 것에 영향을 받고 있다면 상대는 자유롭게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특히 여성들은 성적인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그릇된 믿음 때문에 상대의 영역을 침범하고 있음을 모를 때가 많다. ‘남성은 늘 섹스를 원한다‘, ‘여성은 남성의 행동을 끌어낼 힘이 없다’고 우리는 배운다. 미디어는 여성이 남성을 조종해 섹스하게 만드는 것을 귀엽고 우습고 늘 환영받는 행동으로 그린다. 이 역시 위험하다.

ⓒthemacx via Getty Images

이제 나는 어떤 성적인 만남을 가질 때도 입장을 바꾸어 생각했을 때 내가 불편할 언행은 하지 않으려 조심한다. 여성과 남성의 동의는 다른 이유 때문에 무시된다.

사람들은 남성이 늘 섹스를 원한다고 생각하고, 여성이 원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나 동의는 젠더와는 무관하다.

자신이 무얼 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확실한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남녀가 정말 많다. 우리의 동의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갈수록, 타인에게서 명백한 동의를 얻는 데 있어 세심해져야만 한다. 우리는 타인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타인의 영역을 더욱 존중할 수 있게 된다.

 

* 이 글은 Suzannah Weissravishly.com에 최초 기고한 글을 허프포스트US에서 소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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