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은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각종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에서 입기에 너무 가벼운 옷차림이라는 지적부터 근거 없는 성희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류 의원은 이런 반응에 담담했다. 류 의원은 이날 뉴시스에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17년 전에도 ‘진보 정치인‘이 비슷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바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과거 정의당 당원이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2003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유 이사장(당시 국민개혁정당)은 국회 첫 등원일에 캐주얼한 검정 재킷과 회색 티셔츠 그리고 흰 면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국회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유 이사장을 본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를 막론한 10여명의 의원들은 ”복장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라며 퇴장해버렸다. 남아 있던 의원들도 ”탁구 치러 왔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집에 가 버려라”고 질책했다.
결국 유 이사장은 다음 날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의원 선서를 해야 했다. 유 이사장은 이후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이어야 하는데,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며 ”튀려고 그런 게 아니고 정장에 넥타이를 하고 다니는 게 보기 싫었다”며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은 유 이사장의 ‘탈권위’를 지지했다.
유 이사장은 국회 내부에서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류 의원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류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회 안에서는 내 의상에 대해 아무도 개의치 않아 했다”라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년 전 ‘백바지‘를 입었던 유 이사장은 국회 밖에서는 ‘탈권위‘라며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아무 문제 없이 의정 활동을 수행한 류 의원은 국회 밖에서 ‘논란’이 된 셈이다. 국회법 25조는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복장 규정은 따로 없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