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류호정의 패션이 난데없이 '논란'이 됐는데, 17년 전 유시민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비난의 주체가 다르긴 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4일 국회 본회의에 분홍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은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각종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회’에서 입기에 너무 가벼운 옷차림이라는 지적부터 근거 없는 성희롱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류 의원은 이런 반응에 담담했다. 류 의원은 이날 뉴시스에 ”우리 정치의 구태의연, 여성 청년에 쏟아지는 혐오발언이 전시됨으로써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렇게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게 진보 정치인이 해야 할 일 아닐까”라고 입장을 밝혔다.

17년 전에도 ‘진보 정치인‘이 비슷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던 바 있다. 논란의 주인공은 과거 정의당 당원이었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2003년의 유시민과 2020년의 류호정.
2003년의 유시민과 2020년의 류호정. ⓒ뉴스1

2003년 4월, 재보궐 선거를 통해 당선된 유 이사장(당시 국민개혁정당)은 국회 첫 등원일에 캐주얼한 검정 재킷과 회색 티셔츠 그리고 흰 면바지를 입고 나타났다.

국회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 유 이사장을 본 박관용 당시 국회의장은 난감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여야를 막론한 10여명의 의원들은 ”복장이 국회의원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라며 퇴장해버렸다. 남아 있던 의원들도 ”탁구 치러 왔냐”,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다”, ”집에 가 버려라”고 질책했다.

결국 유 이사장은 다음 날 정장에 넥타이를 맨 채 의원 선서를 해야 했다. 유 이사장은 이후 ”일하는 곳에서는 일하기 가장 편한 복장이어야 하는데, 문화적으로 너무 옹졸하다. 섭섭하다”며 ”튀려고 그런 게 아니고 정장에 넥타이를 하고 다니는 게 보기 싫었다”며 권위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지지자들은 유 이사장의 ‘탈권위’를 지지했다.

유 이사장은 국회 내부에서 비난을 들어야 했지만, 류 의원에 따르면 21대 국회는 그런 분위기가 아니다. 류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국회 안에서는 내 의상에 대해 아무도 개의치 않아 했다”라며 ”논란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7년 전 ‘백바지‘를 입었던 유 이사장은 국회 밖에서는 ‘탈권위‘라며 지지를 받았지만, 정작 아무 문제 없이 의정 활동을 수행한 류 의원은 국회 밖에서 ‘논란’이 된 셈이다. 국회법 25조는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복장 규정은 따로 없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정의당 #유시민 #류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