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로이터) - 미국 연방대법원의 진보 대법관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사망은 미국 사회와 법 집행에 있어서 중대한 함의를 갖는 사건이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6 대 진보 3이라는 보수 절대 우위의 구도를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
트럼프가 긴즈버그의 후임 대법관을 지명할 경우 미국 사회는 여러 면에서 우경화를 체감하게 될 전망이다.
임신중단(낙태)를 비롯한 사회적 이슈들
연방대법원이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임신중단을 합법화한 이래로, 보수진영은 이 판결을 뒤집으려고 시도해왔으나 늘 역부족이었다. 트럼프가 긴즈버그의 자리에 확고한 보수적 인물을 앉힌다면, 연방대법원이 임신중단 권리를 뒤집을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보수 연방대법관들은 총기 보유 권리 확대, 개인의 종교적 권리 강화, 투표권 제한 같은 다른 사회적 이슈들에서 훨씬 더 과감한 입장을 취하게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이 의회 다수를 차지해서 기후변화 같은 이슈에 대해 중대한 법안을 통과시킨다 하더라도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이 이같은 진보적 법안들을 폐기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사형제 폐지 같은 진보적 판결을 내릴 가능성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연방대법원이 6대 3으로 성소수자 노동자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서 보듯, 상황에 따라서는 다른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불투명한 오바마케어의 미래
단기적으로는 긴즈버그의 빈자리가 가장 크게 느껴질 재판은 11월10일에 열린다. 보수 진영에서 오바마케어 법안에 대해 제기한 소송의 구두변론이 진행되는 날이다. 오바마케어 법안은 2010년 시행됐으며, 2012년에 연방대법원에서 5대 4로 법안 유지 결정이 나온 바 있다. 긴즈버그는 다수의견(5명) 쪽에 섰다. 그의 후임자가 이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 때까지 트럼프가 지명한 후임이 인준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연방대법원은 보수 5 대 진보 3의 현재 구도 그대로 판결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번에 연방대법원으로 올라와서 10월5일부터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또 다른 사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11월4일, 연방대법관들은 특정 연방 법률에 대해 종교적 권리에 따른 예외가 어디까지 적용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심리를 벌이게 된다. 필라델피아시는 시 정부가 운영하는 위탁 보육 프로그램에서 가톨릭 사회복지 기관의 참여 신청을 금지했다. 이 기관이 (법을 어겨) 동성커플의 신청을 거부한다는 이유에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도 있다. 연방대법원은 12월2일에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이 제기한 소송을 심리할 예정이다.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개입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보고서를 공개하라고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