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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루머에 언급된 가게들이 피해를 호소했다

'신천지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이라는 글들이 돌고 있다

  • 박수진
  • 입력 2020.03.06 17:34
  • 수정 2020.03.06 17:37
무분별한 ‘신천지 연루설’에 휩싸여 피해를 보고 있는 가게들
무분별한 ‘신천지 연루설’에 휩싸여 피해를 보고 있는 가게들 ⓒ한겨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경기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가 위협받는 가운데, 일부 지역사회 커뮤니티 등에서 ‘신천지 연루설’이 확산하며 이중으로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강원도 원주에서 카페와 목공소 ‘더나무’를 운영하는 주하륜씨는 지난달 24일께부터 황당한 일을 겪었다. 카페와 함께 운영하던 목공소에서 추진하던 공사 계약이 잇따라 취소됐다. 목공 수업을 받던 수강생들은 수업도 안 나오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 하루 100명 이상 오던 카페 손님도 10%로 뚝 끊겼다. 주씨는 지난달 28일이 되어서야 원인을 알게 됐다. 지역 ‘맘카페’와 SNS 등에 ‘더나무 카페 주인이 신천지 교인이며 카페에서 교인을 포섭한다’는 괴담이 돈 것이다. 주씨는 4일 <한겨레>에 “공사 계약 중단까지 피해액이 20억원가량 되는 것 같다. 이미 기정사실화된 소문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에서 카페 ‘커피콩볶는샌드위치’를 운영하는 강종순씨도 엉겁결에 ‘신천지 교인’이 됐다. 하루에 80~90명이 드나들었던 가게에 지난달 28일부터 발길이 뚝 끊기면서, 전기세도 내지 못할 정도로 상황이 어려워져 아르바이트생도 내보냈다. 가게에 찾아온 단골 손님들이 “커뮤니티에 사장이 신천지 교인이라 애들까지 보건소에 가서 검진받았다는 소문이 돈다”고 귀띔해줘 뒤늦게 떠도는 소문을 알게 됐다. 강씨는 “고창군에 있는 신천지 교회와 위치가 가깝다는 이유로 소문이 돈 것 같다”며 “신천지는커녕 불교를 믿는데 이렇게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고 호소했다.

(사진 아래 기사 계속)

3월5일 서울 시내에서 방역 중인 군인들
3월5일 서울 시내에서 방역 중인 군인들 ⓒASSOCIATED PRESS

소규모 카페뿐만 아니다. 대형 식당도 피해를 봤다. 강원도 원주에서 ‘더덕밥 김가’와 ‘빵공장 라뜰리에 김가’를 운영하는 김성갑 대표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평소 매출의 50~60% 수준을 기록했는데 신천지 소문이 돈 뒤 매출이 10%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지역 ‘맘카페’에 ‘신천지들이 운영하는 잘되는 사업장 많대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온 뒤 일어난 일이다. 해당 글 조회수는 순식간에 천회를 넘겼다. 김 대표가 신천지가 아니라고 반론하자 글 작성자는 “아니군요. 다행이어여”라며 ‘아니면 말고’ 식의 태도를 보였다.

전국 곳곳의 마트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경기 화성과 수원, 용인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업체 ‘마트킹’도 지역 맘카페에 올라온 신천지 연루설 때문에 매장을 찾는 손님이 평소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사진 아래 기사 계속)

3월2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기자회견
3월2일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기자회견 ⓒ- via Getty Images

맘카페를 중심으로 한 각 지역 커뮤니티에는 ‘신천지 연루 업체’를 지목한 확인되지 않은 명단도 돈다. “ㅇ동 식자재마트도 신천지래요. ㅅ병원 원장도 신천지고 의사 다수도 신천지래요. ㅎ동 ㄱ밥집도, ㅊ내과도 신천지래요” 등이다. 이 글에 거론된 원주 상지마트의 점주 이희씨는 “손님이 일주일 전부터 25% 가까이 줄었다. 마트 가까운 곳에 강원도 신천지 본부가 있어 오해를 산 것 같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데 억울하다”며 한숨을 토했다.

‘빵공장 라뜰리에 김가’와 상지마트 등 일부 피해 업체는 업무방해와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신천지 연루설’ 글 작성자와 유포자 등을 지난 2일 원주경찰서에 고소했다. 앞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한 누리꾼은 특정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입원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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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신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