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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21일 12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21일 12시 06분 KST

원룸에서 투룸으로, 그 멀고도 험한 길

이제 투룸 대신 1.5룸을 살펴본다.

monzenmachi via Getty Images
huffpost

집다운 집인 본가에서 떠나 혼자 내 공간을 꾸리고 산 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내 집의 공간이 본가의 내 방보다 훨씬 편하다. 본가의 내 방은 오랜 시간 동안 내 손을 타지 않은 딱 그만큼 어색하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학 시절부터 내 집, 내 공간에 대한 애착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컸다. 특히 경기도처럼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본가가 있고 자취를 하는 친구들에 비해서 ‘내 집’에 대한 애정이 컸다. 그래서 그런지 여러번의 이사를 거쳤지만 내부는 늘 비슷하게 나의 취향을 타고 ‘나의 집’처럼 자리잡곤 했다. 거쳐온 여러 집의 사진을 펼쳐놓고 보면 눈에 띄는 구조가 아니고서야 어느 곳의 집이었는지 구분하기 어렵다. 그런 내 집들은 부엌과 침실, 그리고 거실이라는 공간이 한데 마련된 원룸의 모양이었다. 실제 평수도 4.5평에서 6평 정도까지 고만고만한 넓이였다.

이 집들은 모두 월세였다. 돈을 벌지 않았던 학생 시절엔 서울 평균의 보증금을 마련하기에도 벅찼다. 돈을 벌기 시작하고부턴 1년 동안 꼬박꼬박 저축해 보증금을 올리고 월세를 낮췄다. 10년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서울의 보증금과 방값은 부지런히 올랐다. 직접 돈을 벌고 매달 1일마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보내고 있으니 자연스레 이 돈을 아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코 묻은 돈으로 엄두도 못 낼 거 같았던 전세금을 사실은 대부분의 사회초년생들이 대출로 마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매맷값에 가까운 전셋값 덕분에 같은 조건의 집이면 월세보다 전세자금 대출의 이자로 내는 돈이 더 낮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순진하고 귀여운 깨달음처럼 느껴지지만 아무도 나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금융 쪽에서 일하는 친구는 흔히 월세로 나가는 금액만 생각하지만 그 기간 동안 묶여 있는 적지 않은 금액의 보증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혜로움을 전해주셨다.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적다면

그렇게 월세와 비교하며 이자를 더하고 빼다 보니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원룸의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월세보다 적다면 조금 욕심을 내 집다운 집에 살아보는 게 어떨까. 어느 정도의 보증금도 모아놨으니 해볼 만하지 않을까. 4.5평의 원룸 공간은 아늑하고 청소를 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은 창문을 한껏 열어둬도 공기 순환이 잘되지 않고 그래서 먼지가 너무 잘 쌓인다는 점, 거실·침실·부엌이 구분되지 않고 섞여 있다는 점, 대부분 원룸 건물은 한 층을 여러 세대의 집으로 쪼개 새벽마다 현관을 열고 닫는 소리에 깬다는 점 등 여러 단점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나 잘 살아왔는데 말이다. 나 이제 돈을 버는데 말이야. 그러다 보니 월세로 나가는 미련한 소비를 아껴보겠다고 먹은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더 넓은 투룸, 그리고 그 금액을 위한 대출에서 나오는 이자에 대해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나도 이제 맞바람이 드는 창문 두 개인 집에서 살고 싶어. 부엌 싱크대가 두 칸은 되는 집이면 좋겠어. 인덕션이 두 개면 좋겠어. 샤워 한번 하면 변기와 걸어둔 수건까지 젖지 않는 화장실이면 좋겠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집, 요리를 해도 온 집안과 침대와 걸어둔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집이면 좋겠어.

전세자금 대출을 알아보니 생각보다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상품이 꽤 있었다. 연 소득 5000만원 이하 세대주이면서 무주택자인 사람에게 연 2%대의 이자로 최대 1억2000만원까지 전세금을 빌려주는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과 중소기업을 다니는 청년에게 최대 1억원까지의 전세금을 1%의 이자로 빌려주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전월세 보증금 대출’ 상품이 대표적이다. 평균적으로 3~4%대의 전세자금을 대출해주는 일반 은행권 대출보다 이자가 낮다. 최대 금액이 1억2000만원이나 1억원이라고 나와 있긴 하지만, 이것도 결국 대출이기 때문에 본인의 연 소득과 지고 있는 빚 등 재무 상태를 고려해 최대 금액이 나온다.

처음엔 아무것도 모른 채 신나게 대출 가능 최대 금액에 현재 보증금을 더해 비싸고 좋은 집들을 알아보다 은행에서 기가 죽었다. 대출 최대 금액은 말 그대로 최대 금액일 뿐 본인의 고용 형태, 소득 등으로 은행과 관련 기관에서 정해준다. 대학을 나온 사람의 경우 학자금 대출을 갖고 있으면 그 금액까지 고려해 대출 가능 금액이 나오니 최대한 빨리 갚는 게 조금이라도 유리하다. 이외에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재정이 얼마나 튼튼한지, 우량 고객인지, 주거래은행인지에 따라서도 조금씩 가능 금액이 오르고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대출 가능 금액을 알려면 재직증명서나 건강보험 자격득실 확인서, 연 소득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인 원천징수영수증이나 소득 금액 증명원 등이 필요하다. 뭐가 뭔지 처음엔 잘 몰랐지만 은행에서 상담받으니 친절히 알려준다.

욕심의 크기보다 적은 월급

물론 내 욕심보다 내 월급은 적었다. 그에 따라 모아놓은 돈도, 가능한 대출 금액도 적었다. 전부터 느낀 거지만 나의 소득 증가 수준은 늘 오르는 집의 물가를 쫓아가지 못한다. 서울의 평균 투룸 전세가는 2억원대란다. 회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견딜 만한 거리의 인근 지역 투룸은 대략 1억 후반대였다. 평균 전세금에 내가 갖고 있는 코 묻은 보증금을 빼고 난 금액은 나의 대출 가능 금액에 조금씩 미치지 못했다. 돈을 모아보니 그 정도 금액은 조금이지만, 통탄스럽게도 나에게는 분명 없는 금액이었다. 그 금액 내에서 치열하게 덧셈과 뺄셈을 해야 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금액과 집의 상태는 아주 정확하고 정직하게 더해지고 빠졌다. 역에서 얼마나 먼지, 저층인지 고층인지, 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바로 앞에 건물이 있는지 없는지, 얼마나 오래됐는지 등에 따라 몇백만원 단위의 금액이 하나씩 올라가거나 떨어졌다. 같은 건물에서도 층과 채광의 정도로 금액이 달라졌다. 그야말로 끊임없는 포기와 양보의 순간이다. 집의 상태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금액이 드라마틱하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반대로 집값이 조금 떨어지면 집의 상태는 드라마틱하게 떨어지곤 했다. 게다가 역설적으로 컨디션이나 금액이 떨어지는 많은 집과 빌라는 근린생활공간이거나 불법 증축, 높은 융자 등의 이유로 전세자금 대출이 불가했다.

평균의 월급을 받는 사회초년생과 청년을 위한 주거안정 전세자금 대출금 지원은 약간 좋은 원룸 정도의 금액이었고 그마저도 원룸은 전세 매물이 적었다. 보증금마저 없거나 적다면 서울에서는 이 모든 게 더 어려워진다. 지금의 원룸 월세보다 조금 적은 돈을 내며 좋은 투룸에 살 수 있을 거라는 내 꿈은 말 그대로 순진하고 귀여운 꿈이었다. 조금 욕심을 내 일반 은행권 대출을 받으면 월세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다달이 이자로 내야 한다. 그 사이에서 계산기를 수십번 두드리며 수십가지의 경우의 수를 정리해 고민한다.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지 한달째인 지금, 살펴보는 지역이 회사에서 좀 더 멀어졌다. 역에서는 진작에 멀었다. 층수는 원래부터 상관없었다. 이제 투룸 대신 1.5룸을 살펴본다. 그래도 아직은 침실과 부엌이 분리되길 바란다. 어차피 하루 종일 일하다 저녁에 들어오는데 한 줌의 햇빛도 포기했다. 앞으로 또 무얼 포기하고 얻고 더하고 빼게 될까. 내게 집은 2년 잠깐 머물다 갈 공간일지라도 정말 나의 집이라는 느낌을 주는 공간이어야 하는데. 그 소박하지만 결코 소박하지 않은 바람 사이에서 오늘도 부동산으로 향한다.

글 · 혜화붙박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