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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5일 10시 56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5일 10시 56분 KST

‘임시직’ 다음엔 ‘일자리 뺏는 로봇’ 신화?

PhonlamaiPhoto via Getty Images
huffpost

이달 초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비정규직 노동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오랜만에 이뤄진 것인데다 “임시직 일자리가 노동시장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로 인해 많은 이들이 결과를 기다려왔다.

이와 관련한 최근 조사는 2005년에 있었다. 노동통계국은 3년마다 이 조사를 하는데, 예산 삭감으로 인해 최근 3번의 조사가 취소됐다. 우버와 태스크 래빗 등 인터넷 기반 취업 플랫폼의 성장으로 많은 이들은 이번 조사에서 단기 계약직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노동통계국 데이터를 보면, 임시 계약이 기본 형태라고 응답한 노동자들의 비율은 2005년 7.4%에서 이번에 6.9%로 약간 감소했다. 이 숫자들에 오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계약직 노동자 비율이 실제 감소한 것이라 단정해선 안 된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계약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이 데이터는 돈을 추가로 벌기 위해 우버 운전 같은 부업을 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오히려 약간 줄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직업이 여러 개라고 응답한 노동자의 비율은 20여년 전 6.0%에서 현재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임시직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질 것이라 확신했던 전문가들은 분명히 틀렸다.

임시직 경제는 많은 사람들이 믿었던 것처럼 큰 노동시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는 (그와 다른) 중요한 변화가 발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큰 회사들이 고용의 많은 부분을 외주 계약으로 돌려버려서 발생하는 직장 내 ‘균열’이다. 하청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모회사보다 작고 급여도 적기 때문에, 하청을 하면 임금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경제정책연구센터의 내 동료인 아일린 애플바움은 의료 분야에서 병원들이 보호 서비스, 카페테리아 업무, 응급실, 투석 시설 등을 외주화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브랜다이스대학의 학장인 데이비드 웨일은 더 큰 경제 분야에서 이런 흐름을 기록했다. 이처럼 서비스 분야를 외주화하는 것은 임금을 낮추는 또 다른 방식이었다. 임금을 낮추는 메커니즘으로 회사들을 쪼개는 이런 과정은 임시직 증가보다 훨씬 더 중요한 노동시장의 변화였다.

같은 맥락에서, 어쩌면 우리는 로봇이 모든 사람들을 실업자로 만들 것이라는 집착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다. 실제 경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은 이 두려움과 정반대의 내용이다.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이 등장했다는 것은 사람이 할 경우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일을 로봇이 해 생산성을 빠르게 향상시키는 걸 말한다. 하지만 생산성 데이터는 정반대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12년간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해마다 1.0%를 약간 넘는 수준으로 둔화됐다. 1947~1973년과 1995~2005년의 긴 황금기의 해마다 생산성 증가율은 약 3.0%였다.

2005년 이후 생산성 증가의 둔화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고, 여전히 잘 설명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시적 현상으로 기록되기엔 너무 오랫동안 지속됐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뿐 아니라 다른 예측가들은 생산성 둔화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생산성 증가가 둔화된 세상에서 우리가 우려해야 하는 것은 로봇들이 모든 일자리를 차지하는 세상에 대한 걱정과는 정반대의 것들이다. 일자리를 빼앗는 로봇의 세상에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찾아주고, 직업을 빼앗긴 이들에게 최소 수입을 보장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생산성 증가가 더딘 세상에선 예산 적자나, 중요한 사회적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를 우려하게 된다.

생산성 증가가 둔화되는 세계에 대해 그렇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이는 현실 세계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빼앗는 로봇 이야기를 떠드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실제 일어나는 경제가 아니라 공상과학 소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동통계국의 이번 조사는 ‘임시직 경제’ 신화를 깨뜨렸다. 이제 우리는 ‘일자리 빼앗는 로봇’ 신화도 깰 수 있을 것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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