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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9일 17시 1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9일 17시 23분 KST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현장 : 활동가 고진달래님, 유나님 인터뷰②

성매매와 성노동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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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명연예인 박00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 성폭력은 성폭력이다!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남발을 멈춰라! (2017.7.7)

유명 연예인 박OO에 의한 성폭력 사건 : ”성매매 여성이면, 텐프로 여성이면 성폭력 당해도 되는 건 아니니까요”

 터울 : 유명 연예인 박OO 사건에 대해 여쭤볼 게요. 제가 자료를 읽어보니까, 1990년대 말엽 성판매 여성과 관련해서 일부 여성주의자들을 포함해 사회가 던진 낙인 중의 하나가  ”프라다 백”, 돈 많은 사람들이라는 게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별로 진지하지 않은 이슈로 여겨지기도 했고. 그런데 이 사건의 피해여성은 진짜 텐프로였고, 더불어 그런 여성에게는 성폭력이라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어떤 여론들이 광범위하게 있었던 게 사실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이룸이 개입하시면서 싸워나갔던 과정들이 있는데, 이에 대한 소회가 듣고 싶어요.

고진달래 : 저희가 이걸 해야 했던 이유는 명확했던 것 같아요. 첫번째로 성매매 과정에서 성폭력은 너무나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연결된 일인데, 우리가 그전부터 고민해왔던 것이 그 사건에서 터진 거죠. 그래서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것 하나와, 두번째는 그럼 텐프로 여성이면 괜찮냐는 거예요. 텐프로 여성이면 괜찮은가. 돈도 많이 받고, 나올 수 있으면 그 돈 받고 나와서 다른 일 해도 되고, 자유롭고 2차가 없다고 알려진 이 여성은 그럼 과연 성매매 여성이 아닌가? 2차를 실제로 거의 안한대요. 테이블만 돌아도 돈을 몇백을 받는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 여성은 괜찮나?-라고 생각하면, 우리는 이 여성 또한 남성들의 위계 안에서, 돈 많은 남성은 텐프로하고 놀 거 아녜요? 그러니까 이 남성들은 또 자기가 다른 남자들에 비해서 좀 다르다, 지위가 높다, 이런 걸 드러내기 위해서 텐프로 여성들이랑 놀잖아요? 그러니까 진짜 여성이 뭔가 잘나서가 아니라. 그런 남성들을 옆에서 뭔가 돋보이게 해주는 한 존재로 써먹히는 건데, 그렇다고 하면 우리가 볼 때 맥락은 같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리고 그 여성들도 일의 성격상으로 보면 성폭력을 당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년부터는 강남에 아웃리치를 계획하고 있거든요. 그럴 때 이 여성들한테도 ‘성매매’, 이렇게 다가가기보다도, 당신들이 하는 일 안에서 성추행 당할 수 있고, 성폭력 당할 수 있는 걸로 접근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터울 : 흥미로웠던 것이, 성매매 여성들은 ‘피해자‘로서의 낙인도 있지만, 성특법 때문에 ‘피해자 아님’의 낙인도 있는 것 같아요. 텐프로 여성들은 후자였던 것이고요. 그것에 이룸 측이 도전적으로 대응하셨던 것이 전 인상적이던 측면이 있었어요.

유나 : 저는 재판에 딱 한 번 갔거든요. 국민참여재판 때. 텐프로의 운영 방식을 구체적으로 접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사실 텐프로 여성들이 저희한테 지원 요청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여긴 거의 감옥이야. 예를 들어 테이블이 8개가 있으면, 타임마다 테이블을 끊임없이 계속 돌아야 하는데, 그게 사실 텐의 장점이라고 여겨지는 거거든요. 원래 그냥 업소는 테이블을 중복해서 돌 수가 없는데, 이 여성들은 중복으로 돌 수 있고, 10분씩 있으니까 돈을 훨씬 많이 벌 수 있다는 게 장점인데, 대신 그러니까 쉬는 시간도 없고, 끊임없이 이 새로운 사람들과 말을 해야 되고, 끊임없이 거기 가서 적응을 해야 되고, 그 과정에서 화장실에 가고 싶다, 그러면 화장실에 갈 때 사람이 따라붙어요. 그러니까 그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이 뽑아먹기 위해서 이 여성들의 노동 강도가 어마어마한 거예요.  그리고 이 여성들이 해야 되는 접대의 내용 중에, 2차가 없다고 하지만, 실제로 박OO 사건 때 박OO이 화장실에 여성을 따라갔잖아요. 이런 게 너무 흔하고. 내 담당 파트너가 같이 따라 오라고 하면 거길 가야 하고. 그 공간에 맞는 여성으로서 꾸밈을 해야 하고. 그런 것들을 실제로 구체적으로 접할 수 있었던 것? 첫째로 흥미로웠고, 둘째로 되게 아이러니했던 건, 여성 측에서 2차가 없는 곳이라는 걸 주장해야 했던 것이에요. 사실 우리 입장에서 2차가 있든 없든 이것은 성폭력이고,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폭력이란 얘기를 해야 하는데, 법적으로는 우리가 피해자성 끌고 오듯이, 2차가 없는 데다, 2차를 하지 않는 여성이라는 걸 끌고 와야 한다는 것에서의 아이러니함? 그런데 그건 꼭 이 사건 뿐만 아니라 최근의 다른 성폭력 사건에서도, 참 이걸 주장해야 된다는 게... 난감하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터울 : 네, 전 이 부분에 대해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2017년 작년 이룸의 활동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거든요.

고진달래 : 그러게요, 저희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배운 건, 만만치 않구나, (웃음) 

유나 : 되게 적극적으로 한 건 잘한 것 같아요. 글도 쓰고, 재판도 가고, 

고진달래 : 여성 지원도 하고.

▲ 창간호 (2011.7.8)

집결지 아웃리치 활동, 별별신문, 화톡(花talk) 블로그 : ”꾸준히 가서 얼굴을 익히면 여성들 표정이 달라진다는 걸 배웠어요”

터울 : 현재 집결지 아웃리치 활동을 중점적으로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처음에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별별신문도 있었고, 화톡블로그도 너무 재밌게 보고 있거든요. (웃음) ‘화류계’ 여성들을 위한 실질적인 정보들이 올라가 있는 걸 봤는데, 어떻게 시작하시게 됐는지 궁금해요. 

유나 : 집결지라고 한다면 이태원도 집결지에 속해있는 거죠? 저희 이태원 아웃리치도 하니까요. 

고진달래 : 집결지 현장을 돌려면 집결지 아웃리치는 필수죠. 왜냐하면 그 여성과 만나야 되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항상 그 시간에 간다는 게 너무 중요했어요. 그러니까 딱 이 시간에는 어떤 젊은 애들이 온다, 좀 쌩뚱맞은 이상하게 생긴 애들이 온다-라는 걸로 꾸준히 갔죠. 일주일에 한번씩, 때로는 일주일에 두번씩, 이렇게 갔죠. 가면서 보람은, 진짜 눈도 안마주친 여성들이, 꾸준히 가서 얼굴을 익히면 표정이 달라진다는 건 정말 저는 현장에서 배웠던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무서움은 없어요. 우리가 공을 들이면 여성들은 움직인다, 이런 걸 저는 확실히 배웠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게 시간이 걸릴 뿐이다, 1년 걸릴 수 있고 2년 걸릴 수 있지만 우리가 꾸준하게만 간다고 하면 여성들은 표정이 달라진다, 그리고 안 보는 것 같지만 우리가 내민 어떤 연락처를 이 여성들은 갖고 있을 거다, 이게 몇 년 후에 연락이 올 거다, 이런 믿음은 있는 것 같아요.

유나 : 어떻게든 사회적 자원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건가봐요. 당신들이 당연히 너무 고립감을 느끼고, 아무도 내 편이 아니란 생각을 하겠지만, 내 편이 있다, 있다는 걸 얼굴이라도 비춰야 믿어주시니까, 얼굴을 계속 비추는 거고, 그 믿음으로 우리가 꼭 아니더라도, 다른 곳이라도 연락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필요할 때? 그런 마음으로 가는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산업형 성매매 여성들 같은 경우에는 이동이 잦기 때문에 사실 업주나 이런 사람들에게 마음을 안 주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런데 집결지는 달라요. 이 분들이 오래 계셨고 하기 때문에, 업주나 ‘삼촌’들을 엄마, 아니면 삼촌, 아니면 가족의 이름으로 불러요. 

터울 : 그런 관계가 너무 상수군요. 

고진달래 : 맞아요, 딱 마음을 잡는. 그런데 또 여성들 입장에서는 그래도 자기들 딴에는 마음 둘 곳인 거예요. 실제로 그런 말 많이 하거든요. 자기가 아플 때 내 편이 있지 않냐, 밥 먹었냐고 얘기하는 사람이 그래도 업주, 엄마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듣죠. 그러니까 우리들 눈에는 분명히 여성들한테 업주가 착취하는 사람이지만, 여성들에게는 심리적인 거리감이 가까운 게 우리보다는 업주였던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맨 처음에 들어갔을 땐 여성들이 늘상 경계했죠. 이 틈을 비집고 들어간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에 한창 청량리 재개발 때문에 격렬하게 여성들이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어요. 왜냐하면 재개발 문제에서는 여성들과 업주들은 한 배를 탔었거든요. 그래서 업주하고 여성은 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싸우는 과정에서 업주와 여성의 이익관계가 너무 다른 거예요. 업주는 보상금만 많이 타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 단속이 들어왔어요. 단속이 들어왔을 때 업주는 여성이랑 얽히면 안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여기에 성매매가 일어났다는 걸 알면 업주가 불리해지니까요. 그럴 때 저희가 그 여성하고 같이 조사동행에 간 것, 여성 입장에선 연락할 데가 우리밖에 없던 거예요, 업주도 아니고. 그래서 단속이 들어올 때 우리한테 연락이 오는 것, 결정적인 순간에. 그리고 업주랑 잘 지내다가도 이 가게에 방 뺄 때. 자기는 너무 무섭잖아요, 방 못빼거나 할 때는, 그럴 때 연락하는 것. 그런 결정적인 순간에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

터울 :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네요.

고진달래 : 네. 그런데 이 관계가 오래 지속 안된다고 하더라도, 그냥 살면서 이런 사람이 있구나-하는 경험을 하는 것 자체가, 그걸로 됐다 싶어요. 

▲ 화톡(花talk) 블로그 https://blog.naver.com/hwatalk

유나 : 이태원 아웃리치를 하면서 온라인 아웃리치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건, 온라인 접근도가 떨어지는 여성들을 만날 때는 오프라인 아웃리치가 너무 중요하고, 그 공간과 관계를 맺으려면 나가야 하지만, 실제로 온라인 소통이 되게 활발해지면서 많은 10-20대 여성들은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아보는데, 허무맹랑한 정보가 너무 많고, 그 속에서 그래도 제대로된 정보를 접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에 욕구가 있다면 어디더라도 편이 돼줄 수 있는 곳과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의도로, 온라인 아웃리치를 놓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화톡블로그도, 누가 보는지 알 수 없죠. 댓글이 달리면 댓글 상담하면서 좀 알게 되는 거지만, 

터울 : 생각해보니까 블로그가 온라인 아웃리치일 수 있겠군요.

유나 : 그렇죠. 좀더 적극적으로 해보자는 얘기도 있었어요. 화톡 이름으로 네이버 지식인에 답글을 단다거나, 화류계 커뮤니티에 화톡 이름으로 글을 연재한다거나, 이런 얘기들도 나오긴 했었어요. 역량상, 우선순위에서 조금 뒤에 가서 못하고 있기는 한데, 계속 그런 고민들은 있는 것 같아요. 이 자원들을 최대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으로 아웃리치를 고민하는 것?

고진달래 : 집결지 아웃리치 하면서 좋았던 건 그거였던 것 같아요. 여성하고 한번 연을 맺게 되면 되게 오래 가요. 왜냐하면 본인들 인생에서 가장 힘들 때고, 집결지 오면 막장이라고 그러거든요. 그러니까 너무 힘들 때 딱 저 사람 믿겠다, 나를 믿겠다고 하면 정말 많이 믿어주는 거예요. 그러니 관계가 오래 갈 수밖에 없어요. 지금 작업장에 모인 우리 7-8명의 여성도 제가 10년 전에 지원했던 여성들이고, 그러면 이제 ”야 이룸에서, 아니면 달래가 뭘 한대” 라고 하면, 그걸로 이제 서로서로 또 아는 분들이 소문내서 오시기도 하고, 제가 천호동에 있을 때 너무 어릴 때 집결지 현장을 방문하면서 만났던 몇 명의 여자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내 나이대였거든요. 스물 여섯? 동갑내기들 친구였던 거죠. 너무 마음이 이상해요, 그들을 지켜볼 때, 마음도 아프고. 왜냐하면 그들의 사연은 상상 초월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친구들이 십몇 년이 지났잖아요. 벌써 40대 될 때까지 지금도 만나요. 그래서 뭐 대전 내려갈 때 가서 얼굴 보고 오고, 우리 이루머도 소개시켜 주고. 다른 삶을 살고 있기는 하거든요, 결혼해서 애 낳고 살고 있으면, 또 그거 보면 성매매 여성이라는 게, 우리가 말로는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지만 이 정체성은 변하는 거다, 그 위치가 달라지는 거란 생각이 드는 거예요. 이들이 피해자로만 남겨질 수도 없고, 이건 이렇게 변하는 대로 우리는 따라가야 한다, 이런 것도 배우고.  또 집결지에 있는 지금 만나는 여성들을 보면 이분들 생애가 보이는 것 같아요. 40대 때 만났던 분이 50대 됐고, 50대 때 만났던 분이 60대 됐고, 60대 때 만났던 분이 70대 됐고, 이런 것들을 지켜보는 일도 좀 괴로운 일이에요. 좀 나아지면, 좀 다른 삶을 좀 살면 그나마 좀 안심이 되는데, 이 한 공간에서 늙어가는 걸 지켜보면, 참 인생이 뭐길래... 집결지인 여기서 늙어가는 모습들을 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에요. 

▲ 청량리 공동작업장 관련 홍보물 (2017.2.2)

청량리 반상회 & 공동작업장 : ”여성들이 다른 일을 하고 싶을 때, 성매매가 아닌 걸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을 했으면 했어요”

터울 : 말씀해주신 김에, 최근에 진행하셨던 청량리 반상회와 공동작업장 얘기를 좀 해주시죠. 그렇게 오랫동안 관계 맺으셨던 여성분들이랑 함께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고진달래 : 네, 맞아요. 그 분들의 삶을 보면, 20-30대에 청량리 유리방에 들어왔던 분이시고, 이 곳에서 나이를 먹어가시는 거죠. 지금 60대 중반쯤 되시는 분들이에요. 그 때 우리가 10년 전에 만났을 땐 아주 걸걸한 여자들이었죠. 여기서 나이 먹는다는 건요, 여자들이 강할 수밖에 없고, 되게 매력있는 분들이에요. 생명력이 느껴지거든요. 생명력이 넘치는 여성들이죠.

유나 : 한분 한분 색깔도 선명하고, 

고진달래 : 선명하고. 개성 넘치고, 살려고 하는 의지도 되게 높으신 분들이에요.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살아남은 분들인 거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들 이분들의 마음엔 돈벌면 나와야지 생각했는데, 이분들도 돈을 손에 쥐지 못했던 거예요. 재개발되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청량리에 계실 수밖에 없었고, 쪽방에. 그런 상황에서 재개발을 맞이한 거죠. 그런데 이주비용을 한 100만원 받았던 건데, 그걸로는 앞으로 살 날들이 더 많으신 분들이 대책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여성들을 모아내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맨 처음에 3명의 여성이 모였는데, 알음알음 듣고 한달에 한번씩 우리가 밥을 먹는다는 소문을 듣고 여성들이 연락이 와서, 여성들 7-8명이 모였죠. 이 여성들이 초반에는 우리가 모일 때 밥 먹고 여행 다니고 이러면서 노시고, 좀 이제 마음도 가라앉히고 이러다가, 하반기에 넘어가면서는 일자리를 부탁하는 거예요, 우리한테. 일할 데가 없냐고. 그런데 그 여성들이 무슨 일을 하겠어요, 몸도 다 상하고. 사실 신경도 되게 둔해지고, 머리도 손도 둔해진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잘 없는 거죠. 그러면서 이제 작년에, 그럼 우리끼리 작업장을 한번 만들어보자, 그래서 여성들이 성매매가 아닌 걸로 돈을 좀 벌어보는 경험을 해보자, 성매매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 여성들은. 진짜 돈이 없으니까. 그런데 이 여성들이 몸이 아플 때, 아니면 일하고 싶지 않을 때만이라도 딴 일을 해서, 그냥 돈을 벌 수 있는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걸로 시작한 거죠. 지금은 수세미나 손뜨개인데, 아이템을 좀 넓혀서 작업장을 만들고 싶죠. 중장년층 여성들이 갈 데가 없기 때문에, 갈 데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어주는 게 우리의 책임인 것 같기도 해요.

▲ 청량리 성매매집결지 기록화 작업 : 불온한 확신, 끝나지 않은 천일야화展 (2010.9.15-18)

청량리 기록화 사업 : ”청량리 언니들은 개를 많이 키웠어요, 아웃리치 나가면 강아지들이 항상 있었어요”

터울 : 청량리 관련해서 마지막 질문을 드리면, 2010년 청량리 기록화 작업 관련해서 전시회를 개최하였고, 최근에도 청량리 기록화 사업을 준비중이시잖아요. 이걸 하시는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어쨌든 당사자 여성으로서는 애증의 공간이고, 탈성매매 여성의 입장에선 나와야 했던 공간인데, 결국 최후까지 기록하고 지키고 현장을 붙들고 있는 사람들은 또 반성매매 운동가들이라는 게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탈성매매가 달성돼서 없어진 게 아니라 자본에 의해 외재적인 이유로 부서지는 동네를 볼 때,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고진달래 : 네, 맞아요. 그런데 우리한텐 책임이 있는 거죠, 의무가 있고. 이 공간을 남겨야 된다, 그것도 여성주의적 시각으로 남겨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여성들의 목소리도 없어지는 거고, 공간도 그냥 으리으리한 건물 하나로 아예 묻혀버리는 건데, 그건 우리 활동가들한테도 되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우린 그걸 목격했으니까, 목격한 만큼 증언해내야 하는 역할이 있는 거고.  두번째는 여성들한테도, 작년에 저희가 여성들이랑 <아이캔스피크>(2017) 영화를 봤어요. 영화를 보고 역사문제연구소에서 사무국장 장원아 선생님이랑 같이 한 시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는데, 그러면서 여성들한테도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이게 ‘위안부’ 할머니들도 맨 처음에는 역사가 될 거라는 생각을 못했던 거잖아요. 그러다 스스로들, 또 옆에 활동가들이 붙고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면서 할머니들도 자기 스스로 확신이 드는 그런 과정을 겪어냈던 것 같아요. 그런 걸 여성들한테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걸 하는 과정에서 여성들도, 언니들도 자기 삶이, 진짜 반평생을 거기서 보낸 거거든요. 자기 삶이 헛된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의 기록화는 그냥 활동가들의 글이 있는 게 아니라 여성들과 함께 가는 게 저희 목표였던 거예요. 여성들이 자기 공간을 사진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인터뷰도 좀 하고, 이러면서 자기가 살았던 공간에 대해서... 그런데 여성들도 혼란스러울 것 같긴 해요. 한번도 이 공간을 긍정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늘 이 공간에서 본인들은 죄지은 사람들처럼 느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낯설겠지만, 이런 과정을 한번은 통과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죠. 

터울 : 역사쓰기라는 게, 자기의 현재랑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대한 화두들을 많이 던져주시는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아이캔스피크>를 보고 난 다음에, 여성들 중에 한 분이 그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저 할머니는 저렇게 이야기해도 돼,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얘기하면 안돼”,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예요. 저 할머니들은 끌려갔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저렇게 이야기해도 돼,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좋아서 했잖아, 그러니 우리는 그런 애기하면 안돼, 딱 그렇게 얘기하시는 거예요. 이제 거기서부터 우리는 출발해야 될 것 같아요, 언니들하고. 말해선 안되는 사람이란 건 없다, 그리고 우린 여기에 살았다, 그리고 우리도, 활동가들도 옆에 살았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될 것 같아요. 

터울 : 중요한 일일 것 같아요. 성매매 자체에 대한 낙인을 뛰어넘는 작업일 것이고. 

고진달래 : 네. 그런 낙인은 아마 본인들이 평생 안고 사시겠죠.

터울 : 그래도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이제 청량리 질문을 다 드렸는데, 혹시 청량리와 관련해서 더 기억나는 게 있으세요? 

유나 : 청량리 언니들은 개를 많이 키웠어요. (웃음) 아웃리치 나가면 강아지들이 항상 있었어요.

고진달래 : 외로운 존재야. 

유나 : 진짜 많이들 키웠던 것 같아요. 유리방 언니들조차도. 약간 저한테는, 저는 청량리에 감정이 많지는 않거든요. 청량리 재개발 과정과 기록화가 이룸에게 매우 중요하고, 성매매·성산업에 대한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이런 일이 계속될 거니까. 재개발은 계속될 거고, 계속 이렇게 쓸려갈 거고, 계속 쓸려간 존재들의 목소리는 당연하게 지워질 거고, 좀 그 작업들을 우리는 여성주의자니까, 여성주의자 활동가로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를 시작하는 것? 이태원도 언젠가 쓸릴 거니까, 그 때는 그렇다면 이 작업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엇을 더 하게 되고, 무엇은 안하게 될지, 언니들과 어떤 걸 나누게 되고, 더 미리 하고 싶은지, 이런 감을 잡는 의미에서도 좀 중요한 것 같아요. 고민이 진짜 많거든요. 집결지 폐쇄와 철거에 대해서. 

고진달래 : 저는 저번에 여성들하고 1박 2일 여행을 가면서, 그 쪽방 여성들이 받는 남자들은 사실은 낮은 계층의 남자들이잖아요. 거칠고, 낮은 계층의 남자들을 상대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예전 같았으면 이런 과정을 성매매 여성들의 협상 능력, 이렇게 표현을 했는데, 여성들의 진짜 얘기를 들어보면, 이건 죽지 않기 위해 할 수밖에 없는 전략들이었던 거예요. 술을 먹은 남자가 들어왔고, 이 사람이 어느 순간 살기를 보이고, 자기를 죽일 것 같이 병을 깨서 자기를 위협할 때,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 남자를 가라앉히고, 나와서 펨푸한테 이 남자를 좀 내보내달라고 하든지, 아니면 되게 많이 맞고 이런 과정들이, 이게 ‘협상’일까? (웃음) 

유나 : 맞아요. 그런 생각 들어요.

고진달래 : 여성들의 얘기를 들면서 이게 협상인가? 이건 그냥 죽지 않기 위해서, 이 위협을 모면하기 위해서 자기 가슴 쓸어내리면서 했던 것들인데, 우리가 이걸 너무 긍정하는 것도, 여기 이름을 과하게 붙이는 것도 참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여성들이 여기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별의별 남자를 다 겪더라고요. 

유나 : 그리고 언니들에겐 그게 사건이 아닌 거지. 너무 자주 있고, 그냥 그게 일상이고, 아까 ‘상수’라고 표현하셨는데, 그냥 상수인 거예요, 그런 구매자들의 존재는. 그런데 우리가 그걸 받아들이면서 우리한테는 그게 사건으로 여겨지니까, 우리는 힘들고, 뭐라도 이름을 붙이고 싶고, 이 이름이 맞을지 저 이름이 맞을지 왔다갔다 했던 건데, 달래는 이제는 그렇게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도 중단하고 유보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싶네요. 왜 언니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고진달래 : 과하게 붙이는 것도 도움이 안된다, 여성들에게,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언니 진짜 죽다 살아난 경험이네요”, 이렇게 표현돼야 되는 거고 진짜 들어보면 그래요.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말을 붙여줘야 하는 건데. 

터울 : 그 전의 추상화 과정이나 개념보다, 현장이 너무 중요한 것 같아요. 그걸 놓치지 않는 게 각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유나 : 언니가 그 얘기하면 우리는 ”언니 놀랐겠다, 그 뒤엔 괜찮았어요?” 이게 먼저 나오지, 그것이 어떤 전략이냐, 그렇게 반응하긴 어렵죠. 

▲ 이룸 포럼 : 소수자 성매매 - 성적소수자 성매매에 대한 보고서 (2014.11.8)

<소수자 성매매 : 성적 소수자 성매매에 대한 보고서>(2014) : ”성적소수자의 성매매에 대한 오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터울 : 이룸 측의 발간물 중에 게이커뮤니티, 게이인권운동 안에 존재하는 제 입장에서 인상깊다고 생각했던 저작물이 두 권이 있는데, 하나는 <루머종결자들>(2012)이었어요. 이분들이 이렇게까지 열고 대화하시는구나-라는 게 좋았고요. 그 때 저는 성매매-성노동 구도 때문에 머리가 아프던 차였는데, 그 구도에 아랑곳없이 너무 자유롭게 말씀들을 나누시는 게 인상적이었고, 두번째는 <소수자 성매매 : 성적 소수자 성매매에 대한 보고서>(2014)를 내셨던 것, 이 두 가지 책에 대해 여쭤볼 텐데요. 첫번쨰로 ‘루머종결자들’ 수다회는 어떻게 개최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저는 이 논쟁이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쯤 읽어볼만한 텍스트라고 생각하거든요. 

유나 : 그런데 수다회 ‘루머종결자들‘을 기획했던 사람이 여기 없네요. 우리 ‘기용’이가 나와야 되는데. 질문지를 먼저 보고, <루머종결자들>를 왜 했을까 궁금해서 옛날 자료를 찾아봤는데, 책 보셨으면 거기 기획의도가 들어가 있을 거예요. 당시엔 진짜 너무 답답했을 것 같아요. 이 온갖 소문과, 뒤에서는 엄청 성매매에 대해 말하는데, 아무도 앞에서 말하지 않아요. 성매매에 대해 말만 하면 조용해지고.  그게 작년에 제가 이룸 측 패널로 발제했던 HIV 여성감염인 관련 ”그녀들의 이야기 : 여성이 말하는 HIV/AIDS” 기획 토론회 때도 사실, 이 분위기를 정말 모르시고, 진영논리를 전혀 모르시는 외부자 한 분이 질문했었거든요. 자기는 성매매 전면 비범죄화를 지지하는데, 이 얘기를 하면 다들 업주 편인 줄 알아서 너무 억울하다는 얘기를 했거든요. 

고진달래 : 아, 그 토론회 플로어의 남자분?

유나 : 네. 사실 활동가들은 절대 그렇게 질문하지 않겠죠. 뒤에서 말할지언정. (웃음) 그게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래서 이런 자리를 만들었겠다, 그 기획의도 같은 걸 보면서도 그 답답함이 느껴졌고, <소수자 성매매>도 저는 비슷한 답답함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 그녀들의 이야기 : 여성이 말하는 HIV/AIDS (2017.11.30)

터울 : 저는 그 보고서가 생각보다 충실해서 놀랐어요. 왜냐하면 연구자가 어떻게 붙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과정이 너무 궁금하긴 했었거든요. 사실 이성애 현장만 계속 보시는 분들도 많은데, 반성매매 운동 입장에 있으신 분들 중에서. 그런데 읽어보니 어쨌든 기초적으로 어떤지 보자-는 마음으로 조사를 하셨던 거더라고요. 어떻게 착수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유나 : 이룸에는 좀 오래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활동하기 전에도 이미 레즈비언 성매매에 대해서 내부 세미나를 했었고, 그런데 저작 같은 게 전혀 없고 선행연구도 없으니까, 이룸 내부의 활동가가 따로 발제를 했어요.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레즈비언 성매매가 어떻게 이야기되고 있고, 어떤 반응들이 있고, 어떤 논쟁들이 있고, 실제로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다 자료를 모여서 이미 한번 세미나를 했더라고요, 저 들어오기 전에. 되게 오래된 문제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안해주는 거예요. 너무 알고 싶은데. 저는 다른 반성매매 진영도 알고 싶지 않을까 싶은데, 

고진달래 : 안 알고 싶을 것 같기도 해. (웃음)

유나 : 이게 저희는 수도권이어서 좀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서울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은, 퀴어 이슈를 둘러치고 갈 수가 없잖아요. 굉장히 핵심적인 이슈 중의 하나로 부상했고, 되게 힘있는 운동이고. 그런데 그 퀴어 커뮤니티 안에 성매매가 있다는 얘기가 계속 흘러나와요. 내 친구 누가 가봤다 그러고, 누구는 구매를 해봤다 그러고. 그 친구는 게이였어요. 그리고 트랜스젠더 성매매에 대해서는 너무 다들 익히 알고 있는데, 아무도 말하지 않는 답답함을 기다리다 못해 이룸이 2013년에 강좌를 연 거예요. ”하나도 특별하지 않은, 퀴어+성매매”라는 제목이었는데, 그거 열면서 우리도 좀 배우자, 대체 이게 어떻게 연결이 될 건지. 우리한테는 이 성산업 공간에서의 여성들도 소수자인데, 이 소수자성이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강좌를 열면서 약간 강의를 해주신 분이 이걸 연구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웃음) 안해주실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한 거예요. 아무튼 2013년의 그 강좌는 되게 흥행했어요. 이룸 강좌 중에 최고! (웃음) 역시 퀴어가 최고! (일동 웃음) 그랬지만 어쨌든 이 문제에 더 천착해주는 사람을 찾기가 힘들었고,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가 해보자고 결심했죠. 그 때도 막 그래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어떻게 우리가 세 그룹을 다 하냐,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이걸 다 하는 건 말이 안된다, 

터울 : 그런데 다 하셨잖아요. (일동 웃음) 

유나 : 그런데 다 하고 싶은 거예요. 다 궁금하고, 너무 다를 것 같고. 저희가 소수자 성매매 중에서도 성적 소수자 성매매를 주목하고 싶었던 건, 소문을 들어보면, 특히 게이 성매매 얘기를 들어보면 거기는 무슨 자유해방공간처럼 얘기가 되는데, (웃음) 저희는 의심이 있는 거예요. 정말 그게 가능해? 분명 거기도 위계가 있을 텐데. 

터울 : 특히 업소의 경우엔 그렇겠죠. 

유나 : 네, 권력관계가 있을 텐데. 그런데 그것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우리도 알 수가 없으니, 그럼 우리가 한번 알아보자, 여기도 성산업이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성매매 중의 하나니까, 그런 마음으로 자원활동가 모아서 한 거예요. 연구자 안 붙었어요.  아무튼 게이 사회에도 그런 세계가 분명히 있잖아요. 분명히 있고, 사실 우리도 게이 친구들 있기 때문에 다 알고 있는데, (웃음) 아무도 안하니까 시작한 거고, 연구자가 아닌 입장에서 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그 뒤에 진이 빠졌어요. 보고서 내고 포럼하고 나서 우리가 마무리 지은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한 거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기까지고, 이제 우리는 그럼 진짜 활동을 하자, 그렇게 해서 이태원 아웃리치, 트랜스젠더 성산업 쪽으로 가게 된 거예요. 그 때의 문제의식들로. 

▲ , 2014.11.18, 19쪽.

게이업소 성매매의 양상 : ”왜 우리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대부분이 일틱 게이였을까가 궁금해요”

터울 : 조사하시면서 어떠셨어요? 앞서 질문드렸던 게, 이성애 성매매와 퀴어 성매매가 다른 것과 같은 것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유나 : 저는 게이 성매매 담당이었거든요. 그래서 저 개인한테는 큰 이슈 중의 하나예요, 게이 성산업, 게이 성노동은. 저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하는 것보다, 그 안에서의 운영방식, 그 안에는 뭐가 작동하는지를 보는 게 더 현실적인 것 같긴 해요. 왜냐하면 게이 성매매에 임하는, 제가 인터뷰한 여섯 명의 사람들도 다 너무 다른 경험을 한 거예요. 그 다른 경험이 다 그들의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고 느끼는 거예요, 해석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터울 : 업소 다르고, 조건만남 다르고, 

유나 : 네, 그런 것도 되게 다르고, 업소에서도 팔리는 남성들, 굉장히 잘 팔리는 남성의 조건이, 몸이 좀 근육 있고, 

터울 : 남자답고, 흔히 일틱하다고 하는, 

유나 : 일틱 게이여야 되는 거예요. 그리고 너무 신기했던 게, 저희가 이걸 분석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 우리에게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일틱 게이였을까. 

고진달래 : 자신 있어서요? 자기 경험에 대해서도?

유나 : 결국 그 경험을 ‘말할 수 있는’ 위치가 정해져있는 거예요. 성판매 당사자들 중에 누가 제일 말을 많이 하느냐, 발화자는 자원이 있는 사람들이잖아요. 

고진달래 : 맞아요, 그것도 중요해요.

유나 : 게이 성산업에서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저희는 했어요. 그래서 정말 주먹구구로 만난 거거든요. 아무리 주위에 수소문을 해도, 우리가 만나는 게이들은 정치적으로 올바름을 추구하는 게이들이라, (웃음) 해외에 성구매를 하러 갈지언정 국내에선 잘 안하는지 말을 안하고, 그래서 소개를 부탁하고 해도 못만나다가, 잭디에 그냥 솔직하게 올려서, 저희 이런 거 하려고 합니다, 연락주세요-라고 해서 만난 사람들이었고. 그렇게 만난 사람들의 경험은 그 사람들의 조건에 따라 되게 달랐고. 그럼에도 우리가 공통점이라고 느꼈던 건, 어쨌든 통제권이 구매자에게 더 가 있는 건 확실하다-였어요. 굉장히 일틱 게이로 보이고 마사지업소에서 일했던 인터뷰이가 얘기하길, 그냥 2차에 가서 자기한테 토마토를 던지는데 자기는 가만히 있어야 됐다는 거죠. 그 사람은 돈을 냈으니까. 

터울 : 토마토를 왜 던졌대요?

유나 : 그냥 구매자가 하고 싶어서. (웃음) 그러니까 그런 것들이, 그 안에서 분명히 위계가 있고. 특히 이 분이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는데, 일틱 게이가 아닌 분이 있었거든요. 이분이 스스로를 크로스드레서, CD로 정체화하고, 게이를 너무 싫어해요. (웃음) 게이들한테 자기는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았고, 업소에서도 게이들이 자기를 너무 괴롭혔고, 끼부리고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자기는 폭행도 많이 당했다고 했어요. 그래서 CD 커뮤니티가 자기가 기댈 곳인 분이었거든요. CD 커뮤니티에서 자기가 출장, CD로서 성매매를 하는 분이었는데, 이분 이야기 들으면서 확실히 차이가 있겠다, 우리가 만난 일틱 게이가 전부가 아닐 것이고, 빈곤한 10대, 10대로서 게이 성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험이 또 다를 것이라는 추측들이 있었는데, 이것을 되게 명확하고 밝히고 그럴 만한 자원은 저희에게 없었던 거예요. 그렇게 해석할 만큼 공부를 잘하지도 못했고. 그래서 그런 얘기를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있고,  트랜스젠더나 레즈비언이나 게이나, 어쨌든 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빈곤해서 시작하는데, 이 빈곤함을 제대로 건드리지 못한 것? 이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계속 남아있어요.

터울 : 사실 퀴어 당사자들도 아닌 반성매매 운동 입장에서 이정도로 조사하신 것도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유나 : 저 일부러 친구사이에 책 보내고 그랬거든요. 왜냐하면 이걸 받아 안아갔으면 좋겠는 거예요. (웃음) 물론 그게 힘들 것 같긴 하지만요.

▲ 이하영(포스트식민퀴어연구회), "토론문", , 2014.11.18, 96쪽.

게이 성매매에 대한 화두 : 퀴어인가 남성인가 : ”언젠가는 해야 될 이야기의 밑작업을 오늘 나눈 것 같아요”

터울 : 전 사실 이번 호 특집으로 게이 성매매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당사자를 섭외해 인터뷰하고 싶었는데, 그 전에 그걸 다루기 위해서 해야 할 밑작업들이 너무 많다고 느꼈어요. 왜냐하면, 가령 게이 사회 안에서, ”몸을 판다”는 하위문화적 수사나 농담이 별 이물감 없이 꽤 널리 사용되고 있거든요. 이를테면 ”우리 모두 창녀야”라는 말이 이성애자들한텐 그냥 이상한 소린데, 게이들 사이에선 때로 뭔가 너무 뼈저리게 맞는 말 같이 와닿는 느낌도 있고,

유나 : 그게 정말 왜 그럴까요?

터울 :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것에 대한 묘사충동이 너무 있는데, 이것들을 꺼내어 본격적으로 다루어 보기에는 뭔가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유나 : 그런 감수성의 차이가 확실히 있는 것 같아요. 제 기억에 잊혀지지 않는 장면이, 모 성소수자 인권운동 단체에서 3년 전인가 어떤 생애사 인터뷰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가 있었어요. 그 자리에 저랑 다른 이루머 한 명이 가서 발제자 얘기를 잘 듣고 있었는데, 발제자가 보통 자료집엔 없는 재밌는 에피소드를 덧붙이잖아요. 그 중의 하나가, 이 생애사 인터뷰에 참여한 게이가 굉장히 유흥을 즐기고 다니신 분이라는 거예요. 게이 성산업의 대표적인 구매자, 소비자였던 거예요. 그래서 과거에 업소에서 어떻게 놀았는지를 얘기해주는데, 업소 종사자, 게이 성노동자의 항문에다 나무젓가락을 넣었다던가, 그런데 그 얘기를 발제자가 웃긴 에피소드로 얘기하고, 그걸 듣고 다 웃는데, 나랑 이루머 둘이서만 벙쪄서, 우리 둘만 이러고 보고 있는 거죠. ”이게 웃겨?” 우리 입장에서, 정말 전혀 웃기지 않은 얘기고, 일단 이 발화자가 성노동자가 아니고, 그곳에 손님으로 갔던 사람 얘기인데, 어떻게 이 얘기를 듣고 모두가, 인권운동 단체 포럼에 온 사람이면 어쨌든 활동하는 사람일 거고, 발제자도 개인적으로 아는 활동가였는데, 어떻게 다 웃지? 저는 이 장면에서의 괴리가 잊혀지지가 않아요. 이 차이가 뭘까,

터울 : 저로서도 되게 화두예요, 그런 부분이. 

고진달래 : 그런데 그런 부분은 게이여서 그런 거예요, 아니면 남성성으로 묶어서 얘기할 수 있는 거예요?

터울 : 그걸 잘 모르겠어요. 그건 보는 사람들마다 다 다르게 편한 대로 얘기하기 때문에. 그래서 지금으로선 제 생각은, 아직 ‘모르겠다’는 거예요. 

고진달래 : 아까 터울이 ‘퀴어 성매매‘라고 얘기하고, 그게 ‘이성애 성매매‘와 분명히 다르다, 퀴어 성매매는 다르다고 얘기할 때, 그 때의 ‘퀴어‘가 사실 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그냥 이건 ‘게이 성매매’가 아닌가 싶은 거죠. 왜냐하면 레즈비언들은 자기 성매매할 때 구매자가 남자이니까, 내가 레즈비언이어도.

터울 : 그건 사실 제도로서의 이성애 성매매에 가까운 것 같아요. 

유나 : 트랜스젠더 성매매도. 

터울 : 네, 그건 판매자 주체의 정체성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화된 성매매 안에서 구매자 입장에서의 상품 다양성이 핵심인 경우니까요. 그런데 제가 퀴어 성매매라고 얘기했던 건, 게이들 사이에서의 1:1 성매매, 때론 판매자와 구매자와 감정적 연대가 있기도 한 그런 현상들 안에서, 그 주체가 게이가 아니라 트랜스젠더퀴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게이 성매매’라고 질러 이야기할 수 없었던 게 있어요.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성애자 남성 구매자가 성소수자 판매자와 성매매하는 경우는 결국 제도로서의 이성애 성매매의 연장일 것이란 생각을 어렴풋이 갖고는 있는데, 사실 이건 다시 면밀하게 잘라서 봐야 될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여전히 제3세계, 가난한 나라에서는 팔려가는 사람이 여전히 있거든요. 제가 가봤던 네팔은 되게 심해요. 인도로 팔려가는 양상이 너무 심해요, 네팔은. 그리고 여자아이만 팔려가는 게 아니라 남자아이도 팔려가거든요. 그 남자아이가 성매매 대상이 되는 건 대개 남자이고, 많은 연구에서 태국에서 아동 성매매를 하는 사람이 게이이기도 하다고 언급하고 있고. 이럴 때 이 아이를 사는 사람이 게이일 때, 이건 게이의 남성성...의 문화를 안 건드릴 수가 없는 거죠. 

터울 : 게이 성매매에 분명히 남성성이 일정하게 연루된다고는 생각하는데, 저는 남성성과 퀴어/성소수성이 둘다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고진달래 : 맞아요. 그래서 우린 내부에서도 이걸 ‘퀴어 하위문화’로만 말하기에는 빈 부분도 있다-는 것도 덧붙이고 싶었던 거죠. 

터울 : 저도 고민이에요. 그리고 이걸 정리하는 일을 떠안을 자신이 없어서 아직은 모르겠다고, 화두로 남기겠다고 말씀드렸던 거였고요. 

고진달래 : 이걸 이야기할 때 터울이 느끼는 부담은 뭐예요? 

▲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 자유발언대 게시물 (2013.6.24)

터울 : 우선 구글에 ‘게이 성매매’ 쳐보면 아시겠지만, 마치 HIV/AIDS처럼 게이 성매매가 곧 게이커뮤니티의 모든 것인 것처럼 호도하는 낙인 섞인 기사들이 많아요. 이건 게이커뮤니티 내에 성매매가 어쨌든 존재한다는 차원의 문제를 떠나서, 그 위에 게이커뮤니티에 엄연히 작동하고 있는 낙인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런 부분이 있죠.

그리고 제가 개인적으로 판단했을 때 게이커뮤니티 안에서, 여성주의 사조 안에서 시작했던 성매매 담론이 시작부터 자기 얘기로 안 들리는, 폐색되는 부분이 일정하게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건 여자 얘기야”, ”이성애 얘기야”, 이렇게 되는 게 있고, 

유나 : 아, 여자 얘기고 이성애 얘기다... 완전 분리된 채로 사고되는 거군요. 게이 성산업이랑 성매매 담론이.

터울 : 네, 아예 묶어서 생각하지를 않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그런데 그건 일리가 있는 부분도 있지만, 틀린 부분도 있겠죠.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처음부터 쪼개서 이야기하기엔 지금 제 입장에선 너무 부담스러운 게 있는 거죠. 

유나 : 사실 그게 반성매매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을 것 같아요. 게이 성매매를 반성매매 단체에서 ‘성매매’로 끌어와서 이야기하는 순간, 성매매가 여성문제라는 것, 젠더문제라는 걸 갖고 운동하기에도 벅찬데, 그걸 끌고 오면 젠더 문제라는 게 무너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고요. 

고진달래 : 그러니 아슬아슬한 두 축이 만났네요. 다른 쪽에서는 ‘그거 여자 문젠데 왜’, 이렇게 인식되는 거고. 

터울 : 그래서 이것들을 같이 이야기할 때 굉장히 세심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이걸 막 이야기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기는 느낌이 있어서, 저는 이걸 화두로 남겨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진달래 : 네, 맞아요. 천천히 하죠 뭐. (웃음)

유나 : 아마도 긴 얘기가 될 것 같아요. 

고진달래 : 그리고 언젠가는 해야 되겠지만, 어쨌든 그 밑작업을 오늘 한 셈이네요.

터울 : 그리고 이건 이성애와 퀴어가 어떻게 관계맺는가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사실 당사자도 그렇고 사람들은 잘 모르잖아요. 이성애자는 말할 것도 없고, 어떤 성소수자들은 이성애에 대해 여러 이유로 아예 신경쓰기 싫어하기도 하고요. 그 부분에 대한 입증도 사실 이 게이 성매매의 정리를 위해 필요한 것 같아요. 

고진달래 : 네, 이해가 돼요. 생각해보니 우리 어려운 걸 하고 있네요. 아슬아슬한 이야기들을.

유나 : 아무도 환영하지 않는. (웃음) 좀처럼 건드리길 싫어하는 얘기니까.

고진달래 : 그러니까 성노동이라고 말하는 게 훨씬 더 편한 거지, 퀴어 쪽에선. 

터울 : 그렇죠, 그런 부분이 좀 있죠. 왜냐하면 성매매에 얽힌 여성주의 이론 프레임워크를 그냥 받아안기가 너무 부담스러우니까요. 현재로선 정리가 잘 안되는 부분이 있고, 

고진달래 : 네, 복잡하니까. 차라리 성노동으로 말하는 게 훨씬 편할 수 있겠네요. 거기에 앞으로 균열을 한번 내보는 거죠 뭐.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대단체 목록 (2017.10.20. 현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연대활동 : ”성판매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들이 다 엄연한 사회적 차별인 거죠”

터울 : 힘든 얘기를 했으니 아름다운 얘기로 좀 넘어가보겠습니다. (웃음) 양성평등과 성평등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아실 텐데요, 성평등 관련해서 이룸에서 성명서를 쓰시기도 하셨고, 또 이룸이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에 연대 단체로 참여 중이시잖아요. 

고진달래 : 차제연에 반성매매 단체 누가 들어가있어? 

유나 : 아마 이룸만 들어가있을 거예요. 

고진달래 : 이룸 전 활동가인 ‘숨’이 있을 때 차제연에 들어가게 됐는데, 숨이 그 안에서 성매매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성매매 여성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얘기했었어요. 

유나 : 성평등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저는 이걸 설명하는 게 힘들어요, 너무 당연한 거니까. 여성주의자로서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성매매라는 이슈나 성산업은 성차별과 연결되어있고, 여자로 계속 만드는, 나의 성별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이 사회에서 여자로 위치짓게 만들어버리는 과정과 장치이고, 저 사람을 남자로 만드는 장치이고, 그렇게 여자를 여자로 만들고, 남자를 남자로 만들고,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굉장히 공고한 장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도 있잖아요. 이것이 화폐와 자본화, 이런 것과 연결되면서 복잡해지고, 더 분석할 게 많아지고 이런 거랑 별개로, 우선 페미니스트로서는. 그러니까 양성평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때 같이 하는 거죠. ”남자랑 여자가 정해져있다, 남자랑 여자랑 평등하면 된다” 라고 얘기를 하면, ”아니 그 둘은 정해져있는 게 아니고 계속 이 사회가 만들고 있잖아, 그 둘의 권력관계 자체를 문제제기하지 않으면 성매매는 계속될 거야” 라고 대답하게 되는 거죠. 따라서 이 얘기를 하는 데에는 성평등이란 개념을 안 갖고 올 수가 없고, 그래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성명서에도 그런 생각이 배어들었던 것 같아요.  차제연의 경우는, 처음에 차제연 되기 전에 반차별공동행동 시절부터 이룸도 연대단체로 참여했었고요, 그때부터 죽 같이 해왔죠. 사실 이룸에서는 성판매 경험 여성들이 경험하는 현실들이 다 차별투성이인 거고, 사회적 차별들인데 아무도 차별이라고 인정해주지 않는 것들, 이런 얘기들을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같이 하고 싶었고, 지금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심지어 노르딕 모델도,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간접차별이라든가를 통해 이런 얘기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법 모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터울 : 맞아요, 노르딕 모델이 형법이나 처벌법으로서가 아니라 그렇게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구현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으니까요. 

유나 : 되게 구체적으로 법조항을 이렇게 가야 한다기보다, 노르딕 모델의 발상에서, 이것이 가장 많이 공격받는 포인트가, ”차별적이다, 왜 똑같이 성매매했는데 판매자인 여자만 처벌 안 받냐”이고, 저희는 이것에 대해서 대항하는 건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에서 같이 이야기하는 차별의 범위들, 내용들이 성판매 여성의 차별 상황과 함께 너무나 얘기할 만한 내용들인 거죠. 즉 첫째로 성판매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로서 차별금지법을 쓰고자 하는 것과, 둘째로 노르딕 모델 같이 우리가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이 차별과 연결되어있다는 걸 그 연대체 안에서도 얘기하고 싶은 마음? 크게는 이 두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번에 페이스북 페이지 ‘성판매여성 안녕들하십니까’의 댓글들, 엄청난 혐오와 차별의 댓글을 보면서도, 이런 걸 혐오발언으로 우리가 문제제기할 수 있다면, 차별금지법 제정과 연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번 더 하게 됐죠. 역량이 좀 부치긴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연대할 예정입니다.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로고.

성매매 현장이 활동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 : ”이 모든 이해 안되는 게 자기 탓이고 자기 팔자라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터울 : 마지막 질문입니다. (웃음) 이 성매매 현장이나 성매매 여성과, 활동가분 본인은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궁금해요. 

유나 : 전 이 질문이 너무 어렵더라고요. 이 질문에 되게 몰입했어요. (웃음) 

터울 : 저같은 경우에도 게이커뮤니티에서 힘도 받고, 때로는 실망도 하고, 그래도 결국은 또 그들을 염두에 두면서 글을 쓰고, 그런 여러 가지 감정들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그것들이 저를 구성하는 요소인 거죠. 반성매매 활동가 입장에서, 이 성매매 현장이나 성매매 여성과 어떻게 관계맺으시는지, 왜냐하면 당사자는 아니시니까요. 그게 되게 궁금했어요. 

고진달래 : 저는 이룸에 다시 컴백한 거잖아요. 컴백할 때, 이룸 말고는 다시 하고 싶은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성매매밖엔. 왜냐하면 내가 떠날 때, 성매매에 대해 어떤 답을 얻지 못하고 떠난 거에요. 그 때는 한창 지원만 하고 여성만 하다가, 여기까지가 내 역할인가보다 하고 한계를 느껴 나갔던 거거든요. 그런데 현장 밖에서 살면서도 늘 나한테는, 이걸 내가 충분히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건 지원을 넘어서야 되는 것, 우리가 활동가라면 여성들의 지원을 넘어서서 뭔가를 해야 된다는 게 나한테 있었고, 재작년에 다시 돌아오면서 그걸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에요.  그런데 여성들은 나한테 그런 것 같아요. 그 여성이 왜 이 일을 겪고 있고,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를 ‘봤다’는 부채가 있어요. 내가 봤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 알려야 될 의무가 있는 것 같고, 여성들의 삶은 정말 모순덩어리의 집약체에요. 가정에서부터, 사회에 나와서 겪는 일들도, 남들이 그냥 이런 얘기를 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들을 겪고 있는 거고, 이건 사회문제 중의 하나인데, 내가 그걸 봤는데도 아무 것도 못하고 나온 거죠. 그래서 나한테는 너무 명확했던 것 같아요. 단순히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서, 내가 이 여성을 지원해서-로 끝날 수 없는 어떤 책임이 나한테는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작년과 올해 많은 활동도 했고, 연대도 했고, 이제 작업장 연결하는 것도 해야 되는 책무가 나한테 있는 거죠. 그리고 알려야 될 책무도 나한테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을 해야지만 내가 내 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터울 : 그럼 질문을 조금 바꿔서, 이 현장을 대하시면서 본인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어요? 

고진달래 : 저는 그 전에는 인간을 이해한다, 심리학, 이런 건 우스웠던 거였거든요. 심리학? 사람 마음 알아서 뭐해? 이랬는데, (웃음)

유나 : 너무 어울리는데? 너무 그랬을 것 같아요. (웃음) 

고진달래 : 그러다 여성들을 보면서, 내가 되게 겸손해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삶에도 어떤 라벨링을 할 수 없다, 그리고 현장의 여성이 맨처음에는 불쌍하고 그랬거든요. 안쓰럽고, 불쌍하고, 너무 마음이 아프고 그랬는데, 그렇게도 말할 수 없을 만큼 되게 인간의 삶이 복합적이라는 걸 배운 것 같아요. 그렇게 나는 여성을 보면서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여성의 생명력, 살아내는 것에 대해서, 어떤 삶을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걸 제가 배운 거죠.  저는 그리고 여성들의 삶을 잘 관찰하다보면, 다른 사람 이해 안될 게 없어요. 그리고 저걸 이해해야지만 내가 살기 때문에, 상담심리학을 그래서 나는 그 뒤에 공부한 거였어요. 어쨌거나 이해해야 하니까. 저들을 이해해야 되니까. 그리고 저들 뿐만 아니라 저들을 둘러싼 악을 내가 이해해야 되잖아요. 그 업주와 남자들과, 이런 것들을 어떻게든 이해해야 되고, 그 이해된 언어를 나는 또 세상에 알려야 되기 때문에, 이해의 폭이 넓어진 건 맞는 것 같아요. 인간에 대해서. 징글징글해 죽겠어 진짜. (웃음)

터울 : (웃음) 너무 좋은 말씀이네요. 유나쌤은 어떠세요?

유나 : 한계를 계속 마주하는 것?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던 것 같고, 그냥 그런 거다-라는 걸 받아들이게 된 게, 이 현장을 만나고 이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관계를 맺고, 원하든 원치 않든 서로에게 개입하면서, 나의 한계, 당신의 한계, 이 사회의 한계들을, 밑바닥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나를 무기력하게 하고, 너무 우울하게 하고, 나를 섹스하지 않게 하고, (웃음) 나를 되게 힘들 게 하는데, 왜 나는 이걸 계속 하고 싶고, 붙들고 싶을까. 막 앞으로 5년 계획 세우고 이런 걸 왜 하고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  아까 달래가 다시 돌아오면서 했던 생각이랑 비슷해요. 이 끝없는 한계들과 이 끝없는 절망 속에, 파도 파도 끝이 없는 것들에 대해, 다들 개인탓 하거든요. 다들 자기 팔자에요. 아니 대체 나랑 저 언니들이 뭘 그렇게 차이나는 선택들을 해서, 이렇게 다르게 살지? 전 이해가 안돼요. 사실 난 아직도 인간을 이해를 전혀 못하겠고 세상을 이해 못하겠는데, 이 이해 안되는 것들을 자기 탓으로 가져가는 것만은, 그것만은 같이 붙어서 막을 수 있겠다, 자기 탓으로 가져가지 않게. 그래서 언니들 만나면 전 다 설명해요. (상담소의 지원금-편집자 주)이 돈이 어디서 나오고, 왜 나오는 거고, 국가가 왜 이 돈을 지원해야 되는 건지, 이게 사회의 책임이고, 이 사회가 굴러가는 한 축인 거고, 또 이건 이 여성들 뿐만 아니라 우리도 다 알아야 하는 거니까, 이거 알리는 일을 계속해야 되는 거고, 언어를 만들어야 되고. 되게 좋게 말하면 창조적인 분노를 주는 만남들, 되게 안좋게 말하면 나를 한없이 무력하게 만드는 만남들. 

고진달래 : 나는 작년에 우리 이룸이 이 여성들이랑 재개발과 이런 걸 겪어내고, 작업장까지 만든 과정에서 내가 배웠던 건, 여성들이 개별적으로 만난 게 아니라 집단으로 조직한 거잖아요. 조직을 하고 이끌어가려면 나만 해서 될 일이 아닌 거예요. 유나가, 별이, 기용이, 차차가 같이 붙어서 이걸 만들어가야 되고,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건강해져야 되는 거예요. 우리 누구 하나도 나가 떨어지지 않게 같이 움직여야 되는 걸 또 고민할 수 있게 된 것?

그리고 이번에 ‘작업장 하겠다고 뜨개질할 실을 모아주세요’ 라고 할 때, 이게 이룸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전 그걸 이번에 배운 것 같아요. 그 힘을, ‘여성들한테 우리 이렇게 실을 모았어요’ 라고 얘기하니까, 여성들도 ‘사람들이 우리를 도와주기도 하는구나’ 라는 걸 배우고. 맨 처음 여성들 지원할 때는, 우리가 드러내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여성 하나만 잘 만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전체 이룸의 힘, 그리고 우리를 지켜보는 다른 사람의 힘이 보태져야 되는 일이구나, 이게 또 여성들한테도, 여성들의 힘을 기르는 데 필요한 일이겠구나-라는 걸 배운 거죠. 

유나 : 항상 이런 걸 얘기하고 나면, 나는 당사자가 아닌 활동가로서 한 이 말들이 어떻게 들릴 것인가, 예를 들어 그 여성들과 현장을 만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가-라고 했을 때 이 질문에 몰입했던 건, 사실 (언니들과 저는) 다르겠죠. 당사자와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너무 다르겠는데, 나한테는 사실, 내 세계관에 되게 커다란 부분이 되어버린 거예요. 이걸 설명할 수가 없어요. 아까 얘기했던 무기력, 분노, 이런 건 사실 붙여본 거죠. 문장을 만들어본 것일 뿐이지, 사실 되게 설명되지 않는 어떤 연결감?  여성혐오 살인사건이 났어, 노래방에서 났대, 그럴 때 내가 먼저 떠올리는 건 어, (보조)도우미 여성이면 어떡하지? 너무 그럴 수 있겠다, 이후에 아니라는 게 기사화되고, 이 이슈에 여성들이 붙었어요. 그럼 도우미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이슈화되는 거 아닐까? 그렇게 나의 사고가 흘러가는 게 자연스러워진 것? 그런데 이 영향을, 내가 받은 이 영향, 나의 사고가 달라지는 방향을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터울 : 사실 설명이 될 필요도 없고 설명을 굳이 하실 필요도 없는 것인데, 거기에서 저도 언어를 붙이자면, 달래쌤이 이야기하셨듯이 우리가 어떻게든 연결돼있다는 걸 발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게 첫번째인 것 같고, 두번째는, 아까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이 모든 걸 팔자소관으로 만드는 비참함에서 벗어나는 것, 사실은 팔자소관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이 모두가 연결되어있다는 걸 알면서도 끊어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끊어버리면 얼마나 살기 쉬워요, 성매매 내 문제 아니고 퀴어 내 문제 아니고 모르겠고 내 것만 살고 싶고 이건데, 이게 사실은 되게 비참한 삶의 양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퀴어 관련 활동하면서 느끼는 것들은, 사실 퀴어는 훨씬 신경 안써도 될 것만 같은 어떤 느낌이 있고, 성매매도 유사한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리 그게 이론적으로 이어져있고, 어떻게 연결되어있다고 할지라도 확신범적으로 잊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마다 되게 비감해지면서도, 저는 제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그러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연결돼있다는 걸 포기하지 않는 것, 이 모든 걸 팔자라고 설명하지 않는 것.

유나 : 내가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터울 : 방금 두분과 대화 나누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것들을 정리해본 거네요. (웃음) 긴 시간 수고하셨습니다. 

고진달래, 유나 :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