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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6일 17시 49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6일 17시 55분 KST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현장 : 활동가 고진달래님, 유나님 인터뷰①

성매매와 성노동 사이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유나님, 고진달래님

터울 : 어려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웃음) 간단하게 소개해주시죠.

고진달래 : 저는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에서 활동하고 있고요, 첫 제 현장은 2004년의 천호동 집결지였어요. 그 때는 이제 여성부 지원이 없었던 때여서, 수녀님이랑 같이 활동을 했고, 천호동에는 ‘소냐의집’이라는, 수녀님이 운영하는 곳이 있었어요. 거기서 1년 8개월 정도 하다가, 이룸으로 넘어온 거죠. 이룸이 여성주의자들이어서, 확실히 종교인들이 지원하는 곳과는 많이 달랐거든요. 그래서 이룸에 합류했고, 합류하자마자 청량리 집결지는 제가 담당했고, 그 때는 저희가 사업이 두 군데로 나뉘어 있었거든요. 하나는 집결지, 하나는 상담소라고 해서 집결지 외의 산업형 여성들이 도움 요청할 때 상담하는 곳이 있어서 두 군데가 있었는데, 저는 집결지팀에서 일을 했죠. 그러다 잠깐 몇 년 이룸을 나와서 상담심리사로 일하다가, 다시 재작년에 이룸으로 복귀했죠. (웃음) 

유나 : 저는 2013년에 이룸에 입사를 해서 활동을 하고 있어요. 상담소 일을 계속 했었고, 집결지가 아닌 현장을 더 많이 봤죠. 이룸도 이룸의 흐름에서 집결지에 집중하지 않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제가 입사하던 즈음에 그랬죠. 제가 이룸 활동 시작한 2013년 즈음에는 사실 집결지에 거의 나가지 않았고, 집결지 아웃리치(Out-reach: 도움과 충고가 필요한 사람들을 직접 찾아나서는 일)에 집중하지 않았고, 

고진달래 : 산업형이 워낙 넓었기 때문에, 그 때는 집결지 아웃리치보다는 맥양주집 아웃리치에 더 많이 집중했었고, 온라인에 더 집중했었어요. 왜냐하면 이룸 내부에서도 집결지에만 집중하는 게 맞냐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런 것에 집중하던 때였고, 유나가 하는 상담들은 법률, 

유나 : 그렇죠, 법률지원이 많아요. 채무 관련된 부분이 가장 많이 하는 상담이에요. 

고진달래 : 네, 그 상담을 이룸에서 유나가 제일 많이 했죠. 

▲ 나무위키 군산 화재 참사 항목. 나무위키의 전형적인 여성혐오 논조를 확인할 수 있다.

2004년 성특법 제정 당시의 반성매매 운동: ”집결지 현장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매우 제한적이었어요”

터울 : 이룸이 2004년에 창립됐고 같은 해에 성매매특별법(이하 성특법)이 발효되었는데, 그 전에는 윤락행위등방지법(이하 윤방법)이 그 때까지 있었고, 뭔가 흔히 반성매매 운동이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사실은 역사가 짧더라고요. 그 때부터, 원래 ”요보호시설”로 들어가던 돈이 상담소로 지원되게 되고, 국가 예산이 그 때부터 들어오게 되는데, 이 때가 사실 2000년 군산 집결지 화재 사건 이후에 다소 급박하게 일이 진행됐던 것 같아요. 창립 당시의 분위기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제가 사실 창립 멤버는 아니에요. 창립 멤버들이 이룸을 만들고 그 다음에 얼마 되지 않아서 제가 투입된 거라서, 

유나 : 아마 달래가 소냐의집에 들어갔을 때가 이 법이 만들어졌을 거예요.

고진달래 : 맞아요, 법 만들어지기 전이었었죠. 그래서 지원금을 안받는 상태에서 소냐의집에서 활동을 했었었는데, 그 때는 여기가 종교단체이다보니까, 수녀님이 그 지역에서 20년 동안 그냥 혼자 들어가계셨던 거예요. 조그만 방 하나를 얻어놓고. 그래서 집결지에 들어가 계셨죠. 그런데 집결지는 접근하기 너무 어려운 곳이에요. 되게 공을 많이 들여야 되는 곳인데, 업주랑 ‘삼촌‘들? 깡패들의 경계를 낮추기 위해서는 되게 많은 노력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서 소냐의집에서 했던 것들은 진짜 손수 대추차를 끓여서 나갔었어요. 그래서 업주부터, ‘삼촌’들부터 만나서 들어간 거였죠.  이룸 같은 경우에는, 이룸은 지원금 받기 전에 전쟁없는세상과 사무실을 같이 쓰면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지원금 없이 각자 알바 하면서, 전화 하나 놓고 그냥 긴급전화 받는 걸로 시작했었거든요. 그러다가 정부지원금을 준다는 얘기가 나와서, 

터울 : 그게 몇년도였나요?

고진달래 : 정부지원금이 아마, 내가 청량리 사업할 때쯤이었으니까, 2005년 전후였었던 것 같아요. 2006년부터는 우리가 현장지원센터 받고 청량리 사업을 했었으니까. 그런데 센터 받고도 상담소는 운영했었으니까, 그 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른 성폭력상담소나 가정폭력상담소에 비교해서는 굉장히 늦은 거죠. 그리고 성폭력이나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로, 그 때도 그냥 여성주의자들이 맨 처음부터 시작한 거였잖아요. 시작했다가 제도화됐던 것처럼, 성매매랑 우리 미군 기지 앞 기지촌 운동도 그냥 여성주의자들이 들어가서 했던 거죠. 그러다 지원금 받으면서 여성주의자가 아니라 사회복지사 기준으로 상담사들이 들어온 거죠. 

터울 : 80년대에 막달레나공동체 생겼을 때도 종교인이 시작했었는데, 자료를 읽어보면 여성주의 운동 안에서도 성매매 이슈가 주요한 이슈로 자리잡게 된 게 2000년대부터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역사가 짧은 셈인데, 그걸 보고 의외였던 기억이 있어요.

유나 : 저도 궁금하긴 했어요. 왜냐하면 <성매매의 정치학>(2006) 이런 책 보면, 성특법 만들어질 때 대체 여성학자들 다 어디에 있었냐, 이런 성토가 나오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성매매 이슈가 등장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 때 당시 여성주의자였던 달래는, 현장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소냐의집에 갔잖아요. 담론이 없지는 않았을 텐데.

▲ 성매매의 정치학-성매매특별법 제정 1년의 시점에서 한울 2006

고진달래 : 그 때 제가 성매매 현장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도, 그 때가 20년 전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논의랑 너무 똑같은 이야기가 그 때도 있었어요. 여성학 세미나를 하면, 다른 문제들은 거의 뭐 논쟁 없이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는데, 성매매는 늘 논쟁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 때도 성노동 얘기 나왔고 성노동이냐 반성매매냐가 나왔는데, 그 때 민주노동당 선배들이랑 토론을 하는데 민노당 남자 선배들은 너무 성노동을 지지하는 거예요. 나는 너무 반박을 하고 싶은데, 나도 경험이 없고 그들도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누가 이길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면서 내가 직접 만나야겠다는 오기에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네가 이기냐 내가 이기냐 한번 보자, 이런 마음으로, (웃음)

터울 : 민주노동당의 남성 선배들은 성노동을 어떤 맥락에서 이해하셨던 거예요?

고진달래 : 이건 노동이라는 거예요. 

터울 : 아, 노동 헤게모니 때문에 노동이라고 얘기한 거예요?

고진달래 : 맞아요. 딱 그거예요. 되게 심플하고, 이건 노동이기 때문에. 

터울 : 그런 성노동 논의의 역사가 되게 깊군요. 민노당 때부터.

고진달래 : 네, 그러면서 성매매 현장에 들어갔죠. 그리고 성매매 쪽은 여성주의자들 한테도 사실 그 때는 매력있는 곳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매력있는 현장은 아니었던 같아요. 기지촌 같은 경우엔 기활(기지촌활동) 가면서 어느 정도 접근도도 있고 그랬는데, 성매매 쪽은 되게 거리감 있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관심이 있더라도 들어갈 현장이 사실 열려 있는 곳이 없었고. 기활은 아예 활동가들을 받았는데, 집결지 같은 경우에는 상담소들이, 여성주의자들이 들어갈 만한 곳이 사실 없었고, 

터울 : 기활 같은 경우에 활동가들을 받았다는 주체는 어디였나요?

유나 : 새움터에서 받았었어요. 새움터만 열려 있었어요. 달래랑 저는 세대가 완전히 다른데, 저 학교 다닐 때 총여학생회에서도 제가 총여 활동을 2007년부터 했거든요. 2006년까지는 거길 갔대요. 새활이라고 불렀던 것 같아요, 새움터로. 그런데 그냥 뚝 끊겼어요. 전혀 저 때에는 안 갔거든요. 그런데 거기만 열려 있었고, 거기로 어쨌든 극소수의 여성주의자들이 가긴 갔는데, 왜 갔는지, 가서 뭘 했는지에 대한 역사가 잘 남겨져 있지는 않고, 그 때 이후로 저 때부터는 막달레나공동체 한 곳이 조금 열려있는 느낌의 성매매 현장이었어요. 그래서 누구는 자원활동도 하러 가고, 그 정도로만 연결감이 있었지, 논쟁·이슈가 아니라 거리감없이 내 운동이라고 여기는 건 우리 때도 마찬가지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논쟁은 엄청 했죠. 

고진달래 : 물밑에서는 하죠, 늘.

터울 : 자료 찾아보면서 되게 의외였던 게, 저는 사실 퀴어운동 하는 입장에서 여성주의 운동이라고 하면 그런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여성가족부가 있고 이러니까, 뭔가 되게 오래됐고 역사도 깊고, 재원도 많고 자원도 많겠거니-라는 느낌이 있는데, 보니까 2004년에 성특법 생기고 그해 바로 한터전국연합회가 생겼으니까, 사실상 반성매매 운동이 생기자마자 성노동자 운동이 생겨났던 입장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2004-2006년 즈음에 반성매매 운동과 성노동자 운동의 현장이 공존하고 있던 시기였던 것 같고, 성노동자 운동에 대해 일군의 여성주의자들이 당혹스러워하고, 포주의 이야기를 듣는 당사자 여성에 대해 일견 당연하다고 이해하는 목소리가 성특법 정책 입안자들에게서도 나오던 때였는데요. 자연히 현장은 훨씬 더 복잡하고 복마전을 하게 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었을 것 같아요.

▲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홈페이지

2006년경 청량리 집결지 현장과 이룸의 활동: ”여성단체의 이름으로 집결지에 진입한다는 게 정말 어려웠어요”

고진달래 : 그런데 저는 그 시기에 실제로 성매매 현장의 여성을 많이 만나지 못했었어요. 왜냐하면 성특법 만들어질 때 집결지 여성과 관계가 있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소냐의집은 만들어지기 전쯤까지도 스스로 여성단체라는 걸 숨겼거든요. 이게 전략이었던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대놓고 접근하거나 접점을 만들지는 못했어요. 그냥 딱 종교의 이미지로 현장을 계속 접근한 상태여서, 

터울 : 진짜 의외네요. 현장에서 그 정도로 여성주의적 방향을 밝힐 수조차 없었던 셈이군요.

고진달래 : 맞아요. 그런데 집결지를 가보면, 그들만의 세계에서는 정말 살벌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늘 살얼음이었던 것 같아요. 눈 마주치지 마라, 이런 것부터, 말 섞지 마라, 왜냐하면 우리가 그들을 위협해서가 아니라, 늘 수녀님이 말씀하시길 ‘우리가 거기서 내쳐질 수도 있다’는 긴장들이 있었기 때문에, 

터울 : 그리고 거기엔 축적된 경험들이 있었겠군요.

고진달래 : 네, 맞아요. 그래서 우리가 간판을 걸고, 여기가 여성부 지원을 받는 곳이라는 걸 밝힌 것도 좀 이후였던 것 같아요. 지원금을 받고 나서 1-2년 정도까지도. 이게 여성부 돈입니다-라는 걸 대놓고 말을 못했죠. 그렇기 때문에 소냐의집 상황에서는 뭔가 여성들이 어떻게 느끼냐, 어떤 상황이냐라는 걸 아주 들어가서 이야기를 들어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터울 : 그러면 이룸에 오셔서도 비슷했나요?

고진달래 : 제가 이룸 들어와서는, 이룸은 더 했어요. 이룸은 현장 들어가기가 너무 어려웠었어요. 청량리는 천호동 규모보다 훨씬 컸고, 여기에 이권 개입을 하는 깡패들도 너무 많았고, 우리가 진짜 1-2년은 들어가서 기싸움을 되게 했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저희가 젊은 애들이었잖아요. 20대 후반? 제가 27살에 들어갔으니까요. 그 때 여자애들이 옹기종기 다니면, 뒤에서 깡패들이랑 업주들이 그렇게 욕을 하고 다녔었거든요, 쫓아다니면서. 기싸움을 한 거죠. 그런데 우리가 밀리지 않고 그래도 꾸준히 가다보니까, 한 1-2년을 공들였던 것 같아요, 여기도 마찬가지로. 그런데 종교단체는 그래도 빽이 있으니까, 함부로 수녀님을 해코지를 못하잖아요. 우리는 늘 긴장하면서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 사무실 앞에 똥도 갖다놓고. 여성들과 늘 이간질을 시키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젊어서 그걸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기가 정말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곳이란 생각을 못했어요. 나이 먹고 이러면서 기사 보고 영화 보면서, 아 정말 그 시절 조직폭력배들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을, 그 때는 진짜 못했던 것 같아요.

유나 : 당사자 언니들의 경계보다는 업주들의 경계가 너무 심했던 거군요. 

고진달래 : 너무 무섭게 심했죠, 우리는. 

유나 : 성특법 관련한 돈을 받아서 하는 애들이라는 건 다들 알았어요?

고진달래 : 그렇죠, 여성단체가 들어왔다는 것도, 청량리의 이룸은 어쨌든 여성단체라는 걸 까고 들어왔기 때문에, 더 긴장을 했던 것 같아요. 

유나 : 언니들은 딱히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얘기하고 그랬던 건 없었나봐요. 너네가 여성단체 뭐 그거 법 만들어갖고 그런 애들이라느니 그런 얘기들은,

고진달래 : 그러지는 못했어요. 왜냐하면 언니들에게 그런 얘기까지 들으려면 만나야 되는데, 우리가 들어갔을 때쯤엔 만날 수 있지를 못했거든요. 업주가 문을 안 열어주고, ‘삼촌’들이 그렇게 욕을 해대니까, 만날 수가 없었지. 

▲ 청량리 집결지 (2016, ⓒ이룸)

터울 : 그럼 현장 여성들과 만나는 게 가능해진 건 어느 시점부터일까요?

고진달래 : 이룸이 2006-2008년간 청량리에서 자활 사업을 했었어요. 정부 지원을 받아서. 그 시절에 처음 우리한테 마음을 열어주었던 여성들은 쪽방촌의 여성들이었던 것 같아요. 왜냐하면 훨씬 접근이 용이했어요. 실제 막고 있는 '삼촌'들이 없었고, 여성들은 너무 절박했고, 조금이라도 지원해준다고 하면 좋아하셨으니까. 그리고 그러면서 여성들 한두명만 우리 편이 되면서, 그분들이 입소문을 퍼뜨려주신 거예요. 이룸에서 이거 해준단다, 해준단다, 맨 처음에 늘 우리가 싸웠던 소문은, "너네 이거 지원받으면 이름 올라간다, 기록 남는다, 실명 공개된다"였어요. 그런데 이제 그런 게 아니라는 설명을 우리가 드리면서, 여성들이 입소문을 내주면서 여성들과 만나게 됐고,  유리방의 여성들은, 유리방도 아마 한두명의 여성들과 끈을 갖게 되면서 그 여성이 다른 여성들을 소개해주었던 것 같아요. 천호동 같은 경우에는, 아웃리치를 하다가 업주가 안본 틈을 타서 제 연락처를 주거나 이러거든요. 몰래 줘요. 그러면 그 여성이 필요할 때 문자를 주고 몰래 만나거나 이러면서 끈을 갖거든요. 천호동 때는 우리가 많이 써먹었던 게 '검정고시 공부하자'는 거였어요. 그게 저희 전략 중의 하나였어요. 여성들이 몰래 신청하게끔 하고, 업주 몰래 같이 시험보러 가고, 아니면 과외하고, 저희가 과외 같이 하면서, 그러면서 끈이 만들어졌던 여성들이었고. 청량리는 어떻게 그 무서운 업주 눈을 피해서 끈을 만들게 됐는지... 사실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터울 : 그러니까 만났던 여성분들 중에 이런 분이 있고 저런 분이 있고 이런 차원이 아니라, 너무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사실은 집결지 내의 통치라는 것이 뭔가 너무 폐쇄적이고 완결적이고, 이게 국가가 개입하는 것도 아니고 안하는 것도 아닌데 아무튼 그 통치 자체는 온존하고 있는 것이, 더 밝혀져야 할 특질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고진달래 : 그렇죠, 아주 조직적이죠. 

유나 : 특정한 제국같은 느낌? 분명 그 안에 명확한 권력관계들이 있고, 위에 있는 사람들이 뭔가 장치들을 쓰면서 그 안에서 행동을 규제시키는데, 그 위가 누군지 모르는 거예요. 

터울 : 그 위가 국가도 아닌 어떤 느낌인 거죠?

유나 : 네, 국가도 아니에요. 그런데 알 수 없는데 계속 그 힘이 발휘되고, 접근이 차단되고, 사실 미아리는 여전히 그런 것 같고요. 영등포도 사실은 마찬가지인 거죠.

고진달래 : 청량리가 그나마 자유롭다고 할 정도니까요. (웃음) 

터울 : 저는 그걸 학자들이 아직 충분히 설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그 집결지 통치의 성격이 무언가에 대해. 그것 때문에 사실은 사람들이 집결지 성매매를 쉽게 생각하거나, 반성매매 단체가 현장에 나가있다니까 마치 당사자 여성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들으면서 느껴지는 게, 자원이 적음과, 통치를 뚫는 것에 대한 어려움인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접근하는 게 너무 어렵죠. 

▲ 윤락행위등방지법(1961.11.9. 제정·시행)
▲ 성매매특별법(2014.3.22. 제정, 2004.9.23. 시행)

이성애 성매매 현장에서의 남성 성구매자: "상담 사례에서 구매자 남성들의 행태가 하나같이, 심지어 변명까지 똑같아요"

터울 :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서, 남성 구매자의 얘기를 먼저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게이인권운동이나 게이커뮤니티에 있는 입장에서는, 이성애자 남성에 대해서 잘 피해 다니기도 하고, (웃음) 너무 트라우마틱해서 잊어버리고 싶은 것도 있고, 그런 것 때문에 그들에 대해 생각을 잘 안하려고 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게이들한테 물어봐도, 이성애자 남성은 이제 나랑 상관없는 사람, 결혼식 때나 보는 사람, 그런 느낌인 거지, 이성애자 남성을 둘러싼 이성애 제도나 이성애 성매매가 어떤 구체적인 폭력을 낳고 있는지에 대해 간과하는 경우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 여쭙고자 하는데, 성매매 현장에서는 그 안에서 성구매자가 거의 남성일 거고, 포주도 남성들이 많을 것이라, 남성들에 의한 폭력들이 현장에 만연해있을 것 같아요. 그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유나 : 우선 구매자, 포주 뿐만 아니라, 성산업에 남자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사채업자, 보도(보조도우미)실장, 웨이터, 모든 이들이, 여성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남성들이에요. 그 공간에서 관리자로서 뭔가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남성이 많은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질문을 듣고 왜이리 멍하죠? (웃음)

유나 : 왜냐하면 우리한텐 너무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라, 어디부터 설명해야 될지 사실 되게 난감해요. 그 공간에 있는 사람을 사실 성별로 분리해서 그렇게 인지하지 않아요. 그냥 우리에게 온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일 뿐인 거고, 사실 그 위치에 여성이 있기도 해요. 업주의 위치에. 구매자는 거의 전무하지만.  구매자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내고 섹스를 하러 온다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바가 있잖아요. 원나잇을 하러 가는 게 아닌 거죠. 내가 하고자 하는 행위를 하러 가는 거죠. 내가 너에게 화폐를 준 만큼, 내가 원하는 대로 넌 행동해라-라는 마음가짐으로 오기 때문에, 통제권이 구매자에게 있다는 것이 저는 제일 큰 부분인 것 같아요. 그 통제권의 권력관계 자체가 화폐를 쥐고 있는 자가 일단 권력에서 더 위에 있죠. 그런데 여기에 젠더 권력관계가 포개지는 거죠.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육체적으로 자기 육체를 어떻게 쓰느냐, 이런 것들 자체가 너무 다른 사람과 밀폐된 공간에 있으니까, 온갖 일들이 다 벌어지는 거죠.

터울 : 고통스러우시겠지만, 소개해주신다는 마음으로 구체적인 예를 좀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유나 : 학력 계층 상관없이 성구매자들이 참 치졸하구나... 여성들이 만나는 구매자들, 각자의 위치와 계층, 벌이, 사회적 지위는 모두 제각각 달랐지만, 그들 모두가 당당하게 성구매를 요구하고, 필요에 따라 부인하고, 거리낌 없이 치사했어요. '네가 10대라 양심에 걸려서 삽입은 못하겠다'며 학교로 찾아와 오럴을 시킨다거나, 초소형카메라로 불법촬영을 해놓곤 뻔뻔하게 발뺌하다가 처벌받을 것 같으니 합의를 종용하며 집을 찾아오거나,  콘돔을 끼는 척 하고 사정할 때 빼버린다거나, 온갖 짓 다 시켜놓고 사정 못했다고 돈 안 준다거나, 성매매 이후 다시 안 만나준다고 개인정보로 스토킹해서 '주변에 니가 이 일 하는걸 알리겠다' 협박하고, 성매매 과정 중 그만두고 싶다고 말한 여성에게 지금 촬영중인데 네가 이대로 가면 영상을 뿌려버리겠다 협박하고.

그러면서 동시에 참 다들 당당해요. 밖에서 마주치면 나는 인사하기도 싫은데 먼저 다가와서 ‘왜 부끄러워하니, 우리가 뭘 잘못했니’ 말 걸고... 여성들은 이들이 언제든 자신을 해코지할 거란 걸 알아요. 성매매과정에서 구매자들이 당당하게 요구하고 뻔뻔하게 추행하고 희롱했던 걸 몸이 기억하니까. 실제로 그 상황에서 즉각적으로 대응하긴 힘들고, 그렇다고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려워요. 왜냐면 경찰은 내 편이 아니야. 내가 처벌받을 수도 있고, 단속이나 함정수사 과정은 엄청 반인권적이거든요. 조사 과정에서 문제도 많아요. 핸드폰 압수하고 구매자 이름 불지 않으면 못 보내준다고 협박하는데 누가 그 사람 믿고 말하겠어요?

구매자들의 변명도 똑같아요. 예를 들며 10대 성매매 같은 경우에는 "이 애가 청소년처럼 보이지 않았다", "몰랐다", 증인신문을 재판에서 받을 때 질문이 그런 거예요. "그 때 염색을 하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 쪽 변호인측이 하는 질문이 다 그런 종류의 거예요. "화장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지금처럼 하고 다녔던 것 아닙니까?" 끊임없이 얘가 성인으로 보였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왜냐하면 성인 성매매는 별로 처벌이 세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식의 변명이 똑같아요.  성인 성매매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일단 기본적으로 성인 성매매의 성구매로 걸린 사람은 별로 겁을 내지 않아요. 성인 성구매 정도로 처벌받는 것에 크게 겁을 내지 않아요. 처벌이 적으니까. 형량도 적고 초범으로 걸렸으면 사실 거의 뭐가 없기 때문에, 그걸 염려하면서 엄청난 변명을 하지 않아도 돼요.

터울 : 중요한 정보네요. 

유나 : 처음에 그래도 하는 얘기가 똑같죠. "합의 하에 했다", 특히 조건만남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변명하고, 업소에서 만나서도 "합의 하에 했다"고 변명하죠.

고진달래 : 집결지 같은 경우에는, 이제 청량리가 그나마 일이 편하다고 한 이유는 술을 안 팔아도 된다는 거예요. 미아리나 천호동은 술상이 들어가는데. 그러면 그게 왜 그렇게 힘들어?-라고 하면 그 안에서 쇼를 해야 된다는 거예요. 무슨 알까기, 알낳기, 뭐 회치기, 폭포수 만들기, 이런 식의 쇼를 해야 되는데, 이게 너무 괴로운 일인 거죠. 술을 여성이 마셔야 되기도 하고, 쇼도 해야 되는데, 이 쇼가 집결지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룸살롱에서도 그러거든요. 안마시술소에서도 여성들이 뭔가, 단순히 성매매를 하는 게 아니라 몸을 타면서 남자들에게 어떤 쇼를 해줘야 한다거나, 이런 것들을 해야 되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걸 보면, 곳곳에 그런 문화가 있는 것 같아요. 

유나 : 그 남자들한텐 그게 놀이야. 놀이고 쾌락이야. 

고진달래 :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거죠, 우리가 질문하는 건. 어떻게 이게 놀이가 될 수 있고 쾌락이 될 수 있다는 거죠.

유나 : 그것도 그렇게 공통적으로. 

고진달래 : 그렇죠. 제가 이번에 상담받은 여성은, 구매자가 남자친구가 된 거예요. 그런데 구매자가 남자친구가 돼서 헤어지는 과정이 너무 힘든 거예요. 왜냐하면 협박을 계속 하는 거죠. 네가 여기서 일하는 것에 대해서 알리겠다, 그래서 여성이 "도대체 나한테 뭘 원해?"라고 물어보면, 나와서 자기랑 자달라는 거예요. 한 마디로 돈 안 주고 "꽁씹"하자는 거예요. 바라는 건 그것밖에 없는 거죠. 그 남자 머릿속에는 이 사람을 사랑해서, 좋아해서 이런 게 아니라, 그냥 이 사람은 내가 "꽁씹"할 수 있는 여자인 거죠. 너무 치졸해요, 이런 걸 보면. 

▲ 창신동 여관골목 아웃리치 (2018.2.13. ⓒ이룸) 2018년 1월 20일 종로5가의 한 여관에서는 성구매를 원한 한 남성이 방화를 자행, 투숙객 5명이 사망하였다.

이성애 성구매자 남성이 구성되는 방식: "남성의 머릿속에 이 여자가 얼마짜리 여자지?-라는 게 들어가는 순간 이미 끝난 거죠"

터울 : 저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 퀴어 성노동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가 일정한 심정적 연대라든가 이런 게 존재한다고 연구에서도 얘기하고 당사자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실제로도 그런 면이 있는데, 이성애 성매매의 구매자는 대체 왜 이렇게 천편일률적으로 구려처먹었는가, 그게 너무 궁금해요.

유나 : 그래도 되니까. 

고진달래 : 그래도 되니까, 맞아요.

유나 : 그래도 되니까. 사실 간보고 하는 거잖아요. 우리 뭐 할 때 다 간보고 다리 펴잖아요. 때려도 되니까 때리는 거고 함부로 해도 되니까 함부로 하는 거고. 

고진달래 : 나는 여성을 얼마 주고 산다, 이걸 어릴 때부터 배우잖아요, 남자들은. 그러면 머릿속에서 이 여자가 얼마짜리 여자지?-라는 게 들어있는 순간 끝난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하물며 얘는 그렇게 돈 주고 살 수 있는 여자, 없는 여자로 구분하는 것 자체도, 여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도구로 보는 것의 아주 기본적인 사고방식인 것 같아요. 

유나 : 유흥업소에서 노는 것 자체도, 성기결합 없이도 사실 추행하고 침범하는 놀이인 거잖아요. 이 여성은,

고진달래 : 그럴 수 있는 여성인 거죠.

유나 : 가령 스타킹은 신으면 안돼, 업소 여성들은. 언제든 침범에 대해서 웰컴이어야 하니까. 그렇지만 싫어, 그런데 싫다고 거기서 박차고 나갈 수도 없어, 하지만 "골뱅이를 파려고"(성구매자가 손가락으로 성판매 여성의 질구를 헤집는 일-편집자 주) 애를 쓰지, 남자들은. 그런 상황들이 놀이이고, 그걸 누가 못 보는 데서 하는 게 아니라, 다 보고 있는 데서 다 같이 하고 있는다는 건 사실 문화인 거죠. 개개인 남성들이 언제부터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되게 학습받아온, 이것이 즐거움이 되게 된, 남성의 섹슈얼리티로 연결되어있다고밖엔 생각이 안 돼요.

터울 : 저는 이걸 보면서, 이런 현장을 많이 보면, 젠더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잖아요. 퀴어운동에서는 남성만이 남성성 갖는 게 아니고, 교차될 수 있고, 그게 어떤 그룹에선 자신을 설명해줄 되게 핵심적인 논리이기도 한데, 이 현장들을 보게 되면 너무 남성이 가해자인 거예요, 그냥. 그래서 성차별로서 젠더를 주장하는 게 너무 이해가 되는 거예요, 이 현장들을 보면. 남성이 실제로 가해를 하고, 그 가해의 양상이 다 똑같고, 그게 왜 그런지, 이성애 성구매가 어떻게 이렇게 조직돼있는지, 이것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퀴어운동, 특히 게이인권운동에선 사회적으로 억눌려온 섹슈얼리티를 말하고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게 중요할 수 있는데, 그런 섹슈얼리티의 자율로만 다른 현장을 보게 되면 그냥 성매매는 알아서 돈 주고 하는 거고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고, 이런 인상을 갖게 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성애 성매매 현장에서 너무 나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고진달래 : 맞아요. 그러는 순간 또다른 구조를 놓치는 거죠. 어느 순간 나는 내 몸 팔 테니까 너 나 돈 줘, 이런 식으로 성매매가 굴러온 게 아닌 거고, 그 전부터 어떤 구조가 있었고 이 구조는 국가가 만들어놓기도 했고, 이런 남성들의 연대 의식은 그 전부터 갖고 있는 거잖아요. 남자들이 중학교 때 모여서 빨간 비디오 보잖아요. 그러면서 어떻게 여자를 저렇게 대상화하면서 그들끼리 뭔가 공유한 것처럼, 

유나 : 그건 너무나 오래된 유구한 전통인데, 포르노를 보면 싹 그런 게 해결되지 않아요? (웃음) 

터울 : 저는 너무 희한한 게, 게이 포르노랑 이성애 포르노랑 참 많이 달라요. 게이 포르노는 어지간하면 둘이 좋아하고, 카메라가 탑바텀을 그래도 공평하게 잡아요. 그런데 이성애 포르노는 뭔가 끊임없이 여성만 비추든지, 여성이 괴로워하는 것들이 많이 나오든지 하더라고요. 게이 포르노 중에도 물론 상대를 괴롭히는 내용이 있긴 하겠으나, 보통은 둘이 재밌게 섹스하네-란 느낌이 드는데, 이성애 포르노를 보고 있으면 그런 느낌이 전혀 안나는 거예요. 둘이 재밌는 게 아니라 한명만 재밌는 거죠, 어지간하면. 

유나 : 여성이 괴로워하는 게 여성이 즐거워하는 걸로 전환되는 내용이 포르노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학습되는 게 당연한 것 같아요. 

▲ (2014)

고진달래 : 그러니까 영화 <보이후드>(2014)를 보면, 얘네들이 10대잖아요. 10대 아이들이 하는 게, "너 누구랑 잤어? 어떻게 잤어?" 이런 얘기를 하는 과정에, 어떤 애가 그걸 말 안하고 있으면, "너 게이야?" 이렇게 나오는 거죠. 그러니까 이것에 합류하지 않으면 게이로 이 집단에서 배척되는 거죠. 그렇게 남성들이 연대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게 여자인 거죠. 끈끈하게 잔 경험을 공유하고, 비하하고. 

유나 : 여성을 그렇게 비하하는 내용이, 저는 되게 성적인 부분과 연결되어있는 것 같은 게, 예를 들어 나의 성적 욕구 중에 저를 되게 괴롭혔던 욕망은, 저는 비하당하고 싶은 거예요. 난 너무 당하고 싶고, 강간을 당하고 싶은 거예요. 그걸 떠올리면 내가 성적으로 흥분해요. 내가 왜 이걸 쾌락으로 느끼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걸 내가 내 쾌락으로 가져와버린 게 용납이 안돼요. 그런데 이것이 난 학습되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타고나면서부터 술마시고 강간당하는 걸 즐겁게 생각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여자로 보여서, 여자로서 예쁨받고, 여자로서 성적 대상으로 보일 수 있는 전형적인 방식을 나도 모르게 체득한 거예요. 내 감정이 그걸 따라 자극돼요. 그러니 남자들도 자연히 그렇지 않을까요?

터울 : 퀴어와 이성애의 다른 점 중의 하나가, 그런 매개되는 체계나 제도로서의 성매매가 개입하는 수준의 차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둘이 합의한 상태에서 SM를 하거나 이런 건 완전 다른 얘기잖아요.

유나 : 완전 다른 얘기죠. 

터울 : 그 섹슈얼리티의 수행에 있어 레짐이 있느냐 없느냐가 너무 중요하고, 분석할 때 꼭 들어가야 되는 문제인 것 같거든요. 제가 생각할 때, 이성애 성매매와 퀴어 성노동이 다른 게 첫 번째로, 페미니스트들이 이야기하는 제도로서의 성매매라는 건 정숙한 가정주부가 있기 위해서 반드시 존재하는 것, 그러니까 이건 개인이 선택에서 '윤락'을 하는 게 아니고 이성애 제도 안에서 구조적이고 필수적인 제도로 위치지워지는 것, 또 이게 이론으로만 보면 말이 안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현장을 보게 되면 너무나 그 설명이 현장과 붙어있는 거죠. 그런 제도로서의 성매매가 첫번째인 것 같고, 두번째는 중간매개, 포주가 있고 산업화되어있는 정도가 이성애 성매매랑 퀴어 성매매가 다른 것 같아요. 퀴어 성매매의 경우 보통 1:1로 하거나, 초이스가 있는 업소라 하더라도 출입이 자유로운 업장이 많은데 이성애 성매매는 상대적으로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고요. 세번째는 구매자가 상대적으로 다르게 구성되는 것 같아요. 그건 1,2번의 요소가 공모한 결과겠죠. 

유나 : 그런데 저는 궁금하기는 해요. 게이 성산업에서 실제로 정말 그렇게 제도와 폭력이 드물까. 원나잇이 아니라 돈을 주고 섹스를 하러 간다는 건, 돈을 줌으로써 기대하는 바가 있다는 거잖아요. 물론 그런 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과 내가 둘다 남성이고, 이 사람이 만만치 않아보이면, 우리는 때릴 때도 간보고 때리는 거니까 간을 봤을 때 딱히 때릴 때 나한테 유리해보일 것 같지 않아서 적당히 합의할 수 있는 정도의 쾌락 정도만 즐기고 끝내는 건 가능할 테지만, 정말 제도라고 얘기했을 때 그런 제도가 없을까, 그 권력관계가 없을까,

이룸은 이성애 성매매와 퀴어성매매의 차이를 산업화의 정도와 1:1만남의 비교항으로 내세우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산업화된 성매매가 더 착취적이고 1:1 성매매가 더 자유로운 것은 아닐 수도 있으며, 1:1 성매매에서도 ‘안전할 수 있는’ 게이 성매매 내부의 남성성, 남성섹슈얼리티, 남성의 육체의 작동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이룸의 입장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2부에서 논의한다. - 편집자 주

터울 :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조금 있다 재차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웃음) 일단 이성애 얘기를 하자면, 타자의 입장에서 이성애 구매자 남성이 아까 말씀하셨듯 "치졸하다"는 느낌인데, 

유나 : 구글에 한번 쳐보세요. "업소후기", "안마후기", "조건후기", 구글에 치면 수두룩하게 나오거든요. 거기 들어가면 이 남성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어요. 검열 하나도 없이. 

고진달래 : 그것도 신기해요. 그걸 어떻게 공유하는지 몰라요. 갔다 와서 업소의 어떤 여성에 대해 평을 다 해놔요. 이런 정보를 다 어떻게 공유할까?

유나 : 그런데 그것도 자본이 끼어들어있기 때문에 활발하게 운영되는 거여서. 업소 측에서 일부러 그런 후기를 유도하거나 남기는 경우도 있고요.

▲ 참유흥을 찾아서 (2017.12)

참유흥을 찾아서 : 유흥업소 종사여성 집담회: "술은 그냥 친구들하고 먹으면 되는 거 아녜요? 왜 옆에서 여성이 따라줘야 하죠?"

터울 : 참 이성애 남성 성구매가 어떻게 이렇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규명하는 것도 사실은 과제인데, 그래서 이에 대해 아직 이야기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이룸 측에서 '참유흥'에 대해서 행사를 기획하셨는데, 그것도 성구매 문화와 연결돼있는 것 같은데요.

고진달래 : 그렇죠, 맞아요. 그러니까 남성들이 진짜 유흥을 잘 모른다, (웃음) 아니 왜 노래방에서 노래를 못 부르느냐고요. 우리는 잘 놀잖아요. 

유나 : 술을 그냥 친구들하고 먹으면 되는 거 아녜요? 술을 왜 따라줘야 하죠? 이런 거죠. 

고진달래 : 키스 못해? 키스방이 왜 있어? (웃음) 왜 꼭 자기 혼자 못해? 노는 것도 혼자 이렇게 못 놀고?

유나 : 왜 법이 이렇게 보장을 해줘야 이들의 유흥이 가능한가, 왜 남성 손님을 위해서 여성 부녀자 접대부가 있어야 한다고 국가가 그렇게까지, 유흥으로, 흥을 돋우기 위해서, 그 흥이 대체 뭐길래, 그런 거였죠. 

터울 : 그 행사를 실제로 하셨을 때는 어떠셨어요?

고진달래 :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여성들과 집담회를 했죠. 

유나 : 기본적으로, 이 유흥이라는 내용이 뭘 말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냥 우리들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유흥의 거리', '유흥문화', '유흥업소'라고 하는데, 이 유흥이 누구의 입장에서 유흥인 거냐-라는 걸 얘기하고 싶어서, 그렇다면 진짜 여기서 일하는 여성들과 모여서 얘기해보자, 유흥이 어떤 내용인 건지, 그런 의도에서 집담회를 했던 거고, 

터울 : 그럼 집담회에서 '유흥'의 내용이 어떤 것으로 합의되었어요?

유나 : 유흥이 아니다, (웃음) 그러니까 그게 특정인들에겐 유흥인 거죠. 구매자들에겐 유흥인 거고, 우리한텐 유흥이 아니라 일이고, 이 일을 하기 위한 수많은 전략들을 쓰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매자들이 자신의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 어떤 행위를 하는지가 집담회에서 되게 많이 나왔던 것 같아요.

터울 : 이 성구매자의 성구매 문화 변화는 너무너무 필수적인 것 같아요. 성산업에 대해 무슨 얘기를 하든지.

유나 : 그런데 정말 연구가 없어요. 너무너무 없고, 

터울 : 자각도 없고, 

유나 : 자각도 없고. (웃음) 저는 그런 게 겹쳐져요. 남성들의 이 부분을 "밤문화"라 부른단 말이죠. 자기들 문화로 가져간단 말이에요. 문화라고까지 말하게 된 이 당연함? 자연스러움? 이걸 어떻게 파고들 수 있을까. 이 부분에 있어 성매매 예방교육 같은 건 전 의미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성구매할 사람이 교육 받아서 성구매 안하겠어요? 성판매 해야 되는 사람이 교육받는다고 성판매를 안할 수 있겠어요? 상황이 다른 건데. 그런데 이렇게 문화적 차원으로만 접근하는 게, 오히려 그 문화를 더 강화하는 것 같아요, 저는. 

터울 : 저는 이 이성애 남성 성구매에 대한 실제 현상들이 너무 외상적이고 충격적이어서, 이걸 볼 때마다 서사충동과 묘사충동이 생겨나는 것인데, 이 원체험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해하는 게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성소수자/퀴어 독자들이 이성애 성매매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 원체험들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에 사실 이 인터뷰를 하게 된 게 있거든요. 물론 젠더는 허물어지고, 물론 남성과 남성성, 여성과 여성성은 붙어있지 않고 하지만, 그러나 이 현장에서 너무나 구매자 남성들이 이 짓거리들을 하고 있다는 것은 좀 알려야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우리는 그간 성매매 경제를 부도덕한 지하경제, 혹은 고립된 조폭들의 경제로 사유하면서 이러한 경제적 장에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본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듯 성매매 경제는 현재의 금융화된 경제 질서 하부에서 대규모의 대출을 통해 자신의 몸집을 키우는 동시에 연속적인 대출을 만들어내면서 부채 경제를 작동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유기적 결합의 접촉면에는 성매매 산업이 여성들의 몸을 통해 달성하게 될 미래 수익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 김주희,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여성학과 박사학위논문, 2015, 103쪽. 

성매매 현장의 제도화된 중간매개 형태 : 1. 산업형 성매매: "성매매 알선에서 업주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고진달래 : 거기에 더해 우리는 이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게 또 파는 자, 사는 자, 구매자 남성, 판매자 여성, 이런 구도로만 가도 안될 거란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우리가 룸살롱을 하나 운영하더라도, 룸 안에는 파는 사람, 사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웨이터, 관리하는 사람, 실장, 건물주, 홍보하는 사람, 후기 작성하는 사람, 여성을 유인하는 사람, 성판매여성에게 성형외과를 연결해주는 사람, 여성들이 살 집의 방 일수를 내주는 사람, 부동산업자, 구매자 남성들을 모집하는 사람, 남성 손님을 관리하는 사람들, 이게 다 연결돼있다보니까, 단순히 구매자냐, 여성이냐, 이렇게만 보면 진짜 딱 그런 선택의 문제만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게 다 관련된 사람들이 드러나야지만, 이건 구조의 문제라는 걸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보니까 너무 어마어마하고, 이제는 이게 너무 교묘하게 얽혀있다보니까, 뒤에서 이걸 조종하는 사람들이 다 빠져버리는 거예요. 

터울 : 이 문제에 대해서 질문을 드릴 텐데, 이성애 성매매에서 중간 알선책이나 관리, 중간 착취층에 대한 이야기들이 퀴어에 비해서는 더 짙하게 남아있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가령 2000년대에 종래에 성판매 여성이 업주랑 주고받던 선불금이, 성특법에 의해 불법이 되고 난 후에는 신용대출의 형태로 금융권과 연계되어 대출상품으로 팔리고 있는 상황의 변화가 있잖아요. 현장에서 드러나는 이런 제도화된 중간매개책들에 대한 경험들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유나 : 사채업자? 너무나 흔하게는 일수업자들이 만연하고요. 우리에겐 김 부장, 신촌 황 부장, 이런 식으로만 알려져있는 일수업자들은 그냥 그 세계의 문화죠.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물들인데, 전혀 문제시되지 않아요, 이들의 행위들이. 이들도 법에 책잡히지 않기 위해서 온갖 책략을 다 쓰고 있기 때문에, 대부업법이 허술한 건 뭐 말할 것도 없고요. 그래서 300만원 이하로 대출해주면 사실 큰 문제가 없거든요. 그렇게 계속 쓰게 하는 자들, 그리고 이걸 써도 된다고 말하는 이 공간의 수많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너무 명확히 많이 존재하는데, 사실 성매매 논의할 때는 다 빠져있는 것? 그런 것들은 지적을 안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보도방, 보도실장들. 되게 많은 여성들이, 특히 수도권에서는 유흥업소에 고용돼서 일하는 여성들은 많지 않거든요. 기록 남는 것도 싫고 보건증도 싫고, 노래방 같은 덴 당연히 불법이다 보니까 고용될 수가 없고, 그럼 보도 타고 다니는데, 이 보도를 운영하는 사람들에 대해선 아무 말이 없고. 사실 이들은 운전해주는 정도, 그리고 업소들 관리하는 거, 어디다 데려갈지, 이 정도 일만 하는데도 화대의 많은 부분을 떼어가고. 하지만 이 사람들의 위치성에 대해서 아무 얘기가 없죠.  게다가 일수업자나 보도쟁이들, 소개쟁이들도 사실은 이 여성들의 몸을 끊임없이 탐하는 이들이거든요. 성산업에서의 성폭력이나 성추행 사건은 꼭 구매자와의 관계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어서, 이 보도실장들, 일수업자들도 끊임없이 이 여성들이 조금이라도 더 빈곤해져서 불안함을 느끼고 위기를 느낄 때, 다가가서 이 사람들을 압박하고, 협박하고, 폭력을 자행하고, 추행하고, 그런 존재들도 똑같이 남아있을 뿐, 업주라고 얘기되지 않고, 구매자라고 얘기되지 않아서 물 밑에 있지만, 되게 중요한 주체들인 것 같아요, 이 공간을 운영하는. 

터울 : 예전에 집결지가 성매매 현장의 대다수일 때랑, 최근 집결지가 축소되면서의 변화상들이 혹시 있을까요? 중간에서 여성들을 관리하는 기술이나, 제도나, 그 주체의 변화라든지, 

유나 : 보통 발을 빼죠. '2차는 나와 상관없다, 여성들이 선택한 거다, 내가 시키는 거 아니다'. 성매매만 아니면 되니까요.  진짜 엄청 교묘해지는 게, 이야기하다보니까 기억이 나는 업종이 하나 있어요. 스웨디시 마사지 업종. 이것도 작년의 상담 사례였는데 결국 뭘 못했거든요, 근거를 잡을 수가 없어서. 그러니까 이 여성은 어떻게 찾아봐도 뒤에 있는 업주가 보이지 않아요. 스웨디시 마사지는 일대일, 마사지사가 직접 홍보하고 개인 업소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소개돼요. 구매자들도 그걸 메리트라고 생각하고 찾아가요. 그런데 사실 업소를 홍보하는 웹자보를 만들고 배포하는 관리자 다 따로 있고, 마사지 공간 대여해주고 수금하는 관리자 따로 있어요. 홍보물에도 개인 연락처 휴대폰 번호가 여성 이름과 들어가있는데, 이 휴대폰으로 구매자의 예약 과정을 진행하는 걸 관리자가 컴퓨터로 해요. 문자를 컴퓨터로 대신 보내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그 구매자들 리스트 관리도 관리자가 하고요. 손님들도 다 이 여성이 혼자 한다고 생각해. 누가 봐도 업주가, 관리자가 안 보여요.  관리자들의 어떤 행태 때문에 여성은 이들을 고소하고 싶어했어요. 성매매 알선으로. 그만두고 싶다 하는데도 방값을 대신 내라, 수금하러 가겠으니 만나서 얘기하자 하고, 이 분은 업주를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이었고요. 방값을 왜 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문제는 증거가 하나도 없는 거예요, 이 남자들이 연루됐다는 게. 이 남자들의 연락처도 제대로 몰라, 이름도 몰라, 그냥 대충 이 사람의 인상착의 정도만 아는 거지,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상황인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일단 빠져나오셔라, 일단 지키는 사람이 없다고 하니까 그건 너무 다행이다, 일단 나오셔서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이분은 나오고 나서 부모님 집에 가고 나서 자기 안전이 확보되니까 더 이상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  실제로 저도 되게 고민했던 건, 사건 진행을 하게 되면 이 업주를 찾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찾아도, 이 사람이 성매매 알선을 했다는 증거가 없어요. 그러려면 이 사람 사무실을 급습해야 되는데, 그 컴퓨터랑 이런 게 있는, 그런데 사무실 주소를 알 수가 없죠. 이런 식으로 변종된 업소가 훨씬 많거든요. 뒤에서 자기들은 보이지 않는. 끊임없이 그런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이태원 집결지 아웃리치 (2018.2.8, ⓒ이룸)

성매매 현장의 제도화된 중간매개 형태 : 2. 전통형 성매매: "지방에서는 여전히 업주랑 선불금이 오가는 전통적인 집결지가 많이 남아있어요"

고진달래 : 그런데 나는 여기서 아까, 집결지가 축소되면서 다른 성산업으로 가는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 전부터 계속 교묘해져왔고, 나는 이게 집결지가 축소돼서가 아니라, 이건 자본주의에서 그냥 구매를 원하는 남자들이 계속 새로운 상품들을 원하는 거죠. 예전에는 키스방이었다가, 이제는 귀파기방이었다가, 아주 교묘하게 이런 상품들이 많아지는 거지, 그건 집결지 축소가 아니라 남성들이 새로운 것에 대한 욕구, 돈 쓰는 사람들에 대한 욕구에 맞춰서 재편되는 거죠. 강남은 되게 빠르게 상품들이 늘어나거든요. 여성들을 여기에 죽 앉혀놓고, 매직미러초이스라고 해서, 안쪽에서는 안 보이는데 바깥에서는 보이는, 그런 식으로 초이스를 하고, 예전에는 상상이나 했겠어요? 

유나 : 아니 일단 집결지가 축소가 됐어? (웃음) 

터울 : 그러고보니 전통적인 방법으로 착취당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을 수 있겠네요. 

유나 : 특히 지역에는 진짜 많죠. 다방이 얼마나 많은지 모르고, 맥양주집, 3종이라 불리는 수많은 그 공간이 너무나 많은데, 저도 좀 충격적이었던 게, 천호동을 기록한 책에 보면 옛날 통계가 나오거든요. 성특법 생기기 전에도 집결지보다 집결지가 아닌 산업형의 성매매가 훨씬 다수였다는 통계가 나오더라고요.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해도 집결지 규모가 과거에는 지금보다 엄청 컸지만, 그 집결지만으로는 유지됐을 리가 없어요. 다만 성특법이 등장하면서 되게 많은 여성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고, 업주는 성특법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쓴 게 방금 말씀하신 업종의 변주들, 자기는 발을 뺄 수 있는 어떤 체계들을 만들려고 애쓴 거겠죠.  그러니까 진짜 집결지가 그렇게 없어진 건지도 모르겠고, 그 전에도 집결지가 주된 성매매 형태였던 건지도 사실 모르겠어요. 다방 같은 형태들은, 성매매 연구 자체가 잘 없긴 하지만 연구 대상에 이제까지 잘 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옛날 얘기가 아닌 게, 제가 3년 전에 지원했던 게 다방에서 일하던 여성들인데, 이 여성들이 20대 초반이에요. 너무 의아했어요, 20대 초반의 서울에 살던 여성이 지역의 다방에서 일하는 게 흔치가 않거든요. 그래서 물어봤더니, 이 친구들이 놀던 친구들인데, 어렸을 때부터 알던 다른 지역의 일진 남자애한테, "오빠 나 지금 돈 벌고 싶은데, 돈이 없어" 이랬더니 놀러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가봤더니 걔가 다방 업주가 된 거예요. 이 오빠를 믿고 거기서 생활을 하다보니까 빚이 엄청 늘어나서 더 이상 유흥업소를 갈 수가 없게 된 거예요. 그래서 도망나온 거죠. 이게 쌍팔년도 얘기가 아닌 거죠. 3년 전이면 2015년, 그 때 얘기거든요. 그러니 지역은 여전해요, 사실. 여전히 그런 주변의 눈들, 이 사람의 행동거지를 제약하는 눈들이 많고, 집결지가 아니더라도. 

고진달래 : 서울은 완전히 산업형으로 되어있는 대표적인 곳이 강남이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집결지 접근보다 강남에 접근하는 게 너무 어려워요. 접근조차 할 수가 없는 거예요. 왜냐하면 완전히 큰 건물에 지하 1층부터 몇 층까지 다 성매매 업소예요. 우리가 이제 들어가려고 하면 이들은 다 밖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거지. 그래서 이걸 다 닫아버려요. 그래서 여성들과 접촉도 사실 할 수 없고. 그리고 강남 같은 경우에는 만약 업소를 단속하면, 주변 상인들이 반대를 한다는 거예요. 여기 하나 단속이 되면 자기들 타격이 너무 많은 거예요. 미용실, 네일아트, 김밥집부터, 여성들에게 간식 날라주는, 커피집, 배달업체, 이런 연관된 산업이 다 망하게 되다보니까, 경찰이 단속하고 싶어도, 그것에 대해 항의전화 오는 것이 강남 주변의 상인들이라고 할 정도로, 강남은 룸이 망하면 주변이 망하는 거예요. 그런데 예전엔 집결지가 그랬거든요. 집결지가 여기가 망하면 주변 상인들이 망한다고, 세탁소라든지, 

유나 : 지금도 지역 집결지는 사실 지역 유지들이 다 집결지 업주들이어서, 건드리는 것 자체가 힘들다고 얘기해요. 서울은 너무 다변화해서, 자본이 집결지에 머물러있지 않았고, 다른 데로 떠나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힘없이 청량리가 무너지고 하는 거지만, 지역에서는 여전히 집결지의 힘이 어마어마하고, 그 안에서 돈의 흐름과 자본을 무시할 수가 없고.

고진달래 : 외려 상담소가 따라가기 힘든 부분들이 그런 거예요. 너무 성산업의 변화가 빨리 되다보니까, 우리는 청소년 성매매의 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거든요, 어플로 자기들끼리 하는 방식이. 이걸 많이 하다보니까 상담도 밖에서 의뢰가 많이 들어오는데, 저희 상담소에서는 그걸 또 할 수 있을 만한 여력이 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건수들은 되게 많이 늘어나고, 다양화되고 있는데, 외려 상담소가 저길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가 되는 거죠.  작년에 부산의 안마시술소에서 태국 여성들을 감금한 게 보도된 거예요. 여기에 연루된 사람이 50명이 넘어요. 그리고 이 구매자들 남자 리스트가 2만명이래요. 그런데 이걸 어떻게 그러면 유지했을까, 간판도 없다고 그러는데, 어떻게 남자들은 알고 와?-이러면, 남자들끼리 인터넷에서 자기들끼리 정보를 주고 받고, 여기 업소를 통과하기 전에는 중간알선업자를 만나서 내가 경찰이 아니라는 걸 확인을 해줘야 하는 거예요. 내 월급 명세서를 보여줘야 되고, 내가 경찰이 아님을 증명해서 이 사람이 그걸 통과하면 이 리스트에 오르고, 그러고 난 다음에 철창 문을 통과해서 성매매를 시키는 거예요. 그런데 이게, 이제 감금 없어졌어-라고 하면 그래도 정보 빠른 한국 여성들은 조심해야지-라는 정보들이 있으니까 안한다고 치면, 그 자리를 누가 메꾸냐, 거기를 이주 여성들이 메꾸는 거죠. 이걸 두고 우리는 이제, 이게 남녀간의 젠더권력 없이 "성거래가 자유롭다"라고만 얘기할 수는 없죠. 그렇게 말하면 눈을 감는 거죠.

터울 : 정말 그런 것 같아요.

▲ 성매매처벌법 제2조 1항 제4호.

* 노르딕 모델(Nordic Model) 성구매법으로 불리기도 하는 노르딕 모델은 ‘성매매에 대한 수요 때문에 성착취 목적의 인신매매가 발생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성매매된(prostituted) 모든 이들을 비범죄화하고 이들이 성매매를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반면, 성구매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범죄로 보는 접근법을 의미합니다.

성특법에 의거한 피해자 여성 입증의 의의와 난점 : "수사기관이 성판매 여성을 피해자로 보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터울 : 이런 사례들을 보면, 흔히 노르딕 모델이라고 하는, 성구매자 처벌과 성판매자 여성 비범죄화가, 그 원칙이 중요한 것과는 별개로 현장에서 지금 성특법이 어떻게 배어들고 있느냐를 볼 때, 법 차원의 논의가 허망해질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너무나 법망의 체눈이 크고, 그 안에서 구매자 처벌을 규정한 법이 어떤 식으로 현장들을 규정하고 비트는지를 볼 수 있게 되는데요. 현 성특법에 따랐을 때 상담하시는 입장에서 성판매 여성이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으실 것 같아요. 이것에 대한 복마전도 있으실 것 같아요, 현장은 다양할 테고. 이 부분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건 국가에 대한 감각도 어느 정도 녹아있을 거고요.

유나 : 기본적으로 알선자가 있어야 돼요, 피해자가 되려면. 그러니까 조건만남이나 1:1 만남에서 이 여성은 절대 피해자가 될 수가 없어요. 

고진달래 : 그래서 신고를 못해요. 그런 문의가 우리에게 많이 들어오거든요. 1:1로 만났거나, 애인을 대행해주고 성관계까지 가졌는데 구매자 남성이 돈을 안 줬을 때, 이 여성이 너무 괘씸해서 신고를 하고 싶다는 거예요. 그럴 때 우리는, 너무 조심스러운 거예요. 여성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것도 감안하셔야 됩니다-라고 하면, 그 얘기를 듣고 사실 누가 신고를 하겠어요. 그런데 이 여성이 너무 괘씸했던 건, 이 남자는 분명 다른 애들한테도 그런 짓을 하고 있을 거란 거였어요. "돈 줄 게, 얼마 줄 테니까 내 애인 해줘", 이러면서 성관계는 다 갖고 돈은 안 주고, 이런 것들이 되게 많을 텐데, 여성은 그 때 신고를 하기가 너무 어렵죠.

유나 : 여성이 결심을 해야 돼요. 내가 범죄자가 되는 걸 결심해야만 신고할 수 있다는 게 현재 법의 가장 큰 문제고, 사실 국가는 그렇게 제도를 구축함으로써 너네 여자애들이 잘못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겠죠. "너네가 지금 방만하고 문란하게 너네 몸을 팔고 있는 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일 테고, 실제로 알선자가 있더라도 이 사람이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걸, 성기삽입·유사성행위를 알선했다는 걸 증명해야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대부분 사실 집결지면 괜찮아요. 집결지는 누구나 알고 있으니까. 여기는 성매매만 하는 데잖아요. (웃음) 술은 안 팔잖아. 그러니까 그러면 피해자의 위치에 가기가 조금 쉬워요. 그리고 대체로 빚들이, 업주 선불금이 아직도 있는 곳이 대부분 집결지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게 아니라 유흥업소면, 거의 불가능해요.

유흥업소 업주를 고소하려고 하다가 고민중인 게, 분명 2차 나간 비용을 사장이 주기적으로, 일정 비율로 떼 갔는데 사장이 직접 알선한 손님이 아무도 없어요. 이 여성이 5년 넘게 한 업소에서 일을 했는데 마담과 아가씨 일을 병행한 시기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손님을 직접 관리했고 업주는 아무 책임이 없는 거죠. 이렇게 되면 사장은 분명 아가씨들에게 성매매를 알선했지만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거고, 나만 처벌받으니까... 고소를 해야 되나? 주저하게 돼요. 저도 강하게 얘기 못해요. 왜냐하면 불리한 게 맞으니까, 증거가 없으니까요. 이 사람이 성매매를 알선했다는 증거를 어떻게 갖고 있겠어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어떤 여성은 굉장히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서 업주의 장부를 복사를 하거나 훔쳐와요. 이것도 제가 2년 전에 지원했던 사례인데, 훔쳐온 거예요 장부를, 도망쳐나올 때. 그런데 사기랑 횡령으로 업주에게 고소당했어요. 이게 자기 재산이라는 거예요, 장부가. 그래서 벌금이 나왔는데 그 때 저희한테 연락을 주셔서 정식 재판 청구하고, 결국 무죄가 아닌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는데 그걸로 우리는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어요. 그처럼 이런 경우에는 사실상 여성이 피해자라는 걸 입증할 수가 없죠.

고진달래 : 그런데 난 궁금한 게, 성노동을 말하는 사람들이 왜 성특법이 여성을 더 옥죈다고 말하는 거죠?

유나 : 단속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요.

고진달래 : 그런데 현장에서 우리는 사실 성특법을 그래도 그나마 만들어서 이걸 가지고 법적인 싸움을 해볼 수 있는 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그 과정이 너무 쉽지 않거든요. 왜냐하면 그걸 수사하는 수사관들의 사고 자체가, 이 여성들의 일을 피해로 보지 않고, 우리는 피해다-라고 해서 수사를 의뢰했어도 이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성도 피의자다-라고 생각하고, 피해자로 안 보는 경우가 너무 많거든요.

유나 : 피해자로 보는 경우를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웃음) 피해자로 수사한 것 한번도 못 봤죠?

고진달래 : 네. 우리는 우리대로 이 법에 조금 기대서 여성에게 유리한 어떤 판결을 원하는데도 불구하고 안되는데, 하물며 그 전의 윤방법 시절에는 아예 꿈도 꿔볼 수 없었잖아요.

터울 : 윤방법 시절엔 성매매 알선자 처벌이 아예 안되지 않았었나요.

유나 : 네, 없었죠. 구매자도 거의 처벌 안 받고. 

고진달래 : 그러니까 오로지 여자가 문제였던 건데, 그렇다면 성특법이 여성들을 옥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간극은 뭘까 궁금해요. 현장에서는 되게 어려운데, 외려 법이 있어도 이걸 집행하는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아서 그들과 싸우는데 우리는 더 힘을 빼는데, 이들도 교육시켜야 된다고 할 정도로.

▲ 노르딕 모델 홍보디자인 (ⓒ대구여성인권센터)

노르딕 모델의 의의와 한계: "현장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연구,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한 연구들이 필요해요"

터울 : 이 문제는 이 현장의 복잡성 위에서 출발해야 되는 것 같아요. 이 성특법이냐 노르딕 모델이냐 성매매 비범죄화냐의 논의는, 앞서 말씀해주셨다시피 현재 존재하는 구매자 처벌 조항도 현장에서 이상하게 되어있는 거고, 피해자임을 입증해야만 처벌을 안받는다는 것도 실정적으로 되게 이상하게 되어있는 상황이라서, 이 현장의 복잡성 위에서 출발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룸 측에서 노르딕 모델을 지지하고 계시고, 성매매 비범죄화는 곤란하다고 말씀하실 수밖에 없는 현장에서의 이유들이 있을 것 같거든요. 

유나 : 사실 기본적으로는, 아주 원칙적으로는 그 의도와 의미에 동의하는 것 같아요. 노르딕이 적용된다는 건, 성매매가 젠더 폭력의 일종이라는 걸 국가가 인정한다는 거잖아요. 그 부분에 일단 동의하고 있는 거죠. 그렇게 이슈화되어야 하고 이 사회가 그렇게 성매매 이슈를 바라봐야 한다는 맥락에서 지지하는 게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이건 약간 제 개인적인 건데, 상상이 안되는 거예요. 지금 상황에서 성매매 비범죄화를 했을 때, 현장이 상상이 안돼요. 그런 얘기를 했었거든요. 합법화하건 비범죄화를 하건 우리가 하는 일의 내용은 똑같을 거다, 똑같을 건데 우리의 일을 그럼 어떤 법에 기대어 처리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선불금이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저희가 성판매 경험 여성을 지원한다고 하는 이유는, 성매매를 10년 전에 그만뒀어요, 그런데 그 때 빚이 지금 날아오기 때문이거든요. 그게 이 여성의 전생애에 걸쳐서 작동하는데 실질적으로, 문화적인 이런 게 아니라. 그것을 성특법에 기대서 처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럼 이걸 어떤 법에 기대서 앞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가 없으니까, 노르딕이 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우리는 대부업법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공정한 채권추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사채나 이런 것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는 있지만, 어쨌든 필요한 무기는 하나라도 더 있는 게 좋다, 그렇다면 노르딕이 낫다는 거죠.  성매매 비범죄화는, 그러니까 상상이 안되는 것 중에 또 하나가 뭐가 있냐면, 방관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건 또 합법화와는 다른 얘기인 거예요. 이 업종이, 이 산업이 이렇게까지 규모가 비대한데, 이 산업과 관련된 법 없이, 손을 놓는다는 게 말이 되나? 그게 어떻게 가능하지? 분명 관리하는 법이 없을 수가 없어요. 세금을 내게 할 것이고, 노동자로서 인정을 받든 안받든, 어떻게든 업주로부터든 노동자로부터든 세금을 받아내려면 무언가 관리를 할 텐데 업태에 대해서, 그것에 대해서 전혀 개입하지 않는다는 게 상상이 안되는 것, 그런 것들이 좀 있죠. 

터울 :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첫번째는 성매매 비범죄화를 주장하더라도 그 사이에서 현장을 위해 어떠한 법제도가 구체적으로 존재할 것인가가 논의되어야 그것이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할 텐데, 그것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두번째는 이 성특법을 비판할 때 그 전의 윤방법을 고려하는 역사적인 감각 위에서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윤방법에서 뭐가 나아졌는지를 보지 않고 성특법 폐지 논의를 하면, 자칫하면 그 이전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 문제, 이 두 가지가 좀 중요한 것 같아요.

고진달래 : 맞아요.

유나 : 법도, 이런 얘기를 했다가 뭐 여러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저는 현장에 대한 굉장히 구체적인 연구, 아주 구체적이고 섬세한 연구를 바탕으로, 어떤 법이 더 탁월할지는 바뀔 수 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 현장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활동가들, 특히 여성주의 관점을 갖고 있는 활동가들 조차도, 지금 현재 한국 상황의 현장에서 봤을 때 노르딕이 그나마 낫다, 과도기적으로라도 그나마 적용할 만하다고 판단하는 건 현장성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거거든요. 그리고 국가에서는 만약 이걸 채택을 할 거면 대대적으로 조사를 해야죠. 이 수많은 업종들, 각각 너무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데, 다방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그들이 알까요? 국가는 제대로 모를 거예요. 판사들한테 이걸 저희가 설명하는 게 일이거든요. 진술서에는 가장 자세하게 이 업태를 적어야 돼요. 얘네가 이해를 못하니까. 대체 왜 이렇게 일을 해요? 이런 질문부터 하니까. 이런 것들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발굴하고, 어떻게 일이 운영되고 있는지, 이것들을 관리를 할 거면 어떻게 관리할 건지, 이런 것들을 다 하고 난 다음에 법 얘기를 할 수 있지, 뭐 이게 꼭 선후관계는 아니더라도 그런 논의 없이는 너무 붕 뜬 얘기? 그냥 이론적으로만 하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한국의 성매매정책의 형태인] 묵인-관리 체제는 통상 대립되는 정책으로 여겨지는 금지정책과 관리정책이 독특하게 결합한 형태다. 정부는 성매매를 금지하고 모든 관련자를 처벌하는 일련의 법률을 제정했지만, 그것을 지속적·일관적으로 실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성매매를 묵인했다. 동시에 정부는 성판매여성을 등록·검진하는 관리정책을 실시했다. 정부는 금지정책과 관리정책이 정면 충돌하는 것을 막고 관리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전자는 법률에 후자는 행정명령에 명시했다.  - 박정미, <한국 성매매정책에 관한 연구 : '묵인-관리 체제'의 변동과 성판매 여성의 역사적 구성, 1945-2000년>,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박사학위논문, 2011, i쪽.

성매매 현장에서의 국가의 성격: "너무 마음에 안들고 절대 신뢰할 수 없지만, 어떻게든 써먹어야 되는 존재죠"

터울 : 말씀하셨던 것을 조금 더 정리해서 이렇게 다시 여쭤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성매매 현장에서 국가가 어떤 상이고, 향후 어떤 상이었으면 좋겠는지를 여쭙고 싶어요. 

유나 : 지금 현재 국가가 어떤 상이냐면, 이중적이죠. 굉장히 이중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인권을 수호하는 것처럼, 근대국가로서 확립된 인권을 구가하는 것처럼 굴지만, 사실은 여성을 처벌하고 있는 거고, 빈곤한 여성을 처벌하고 관리하고 방관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서도 방관하는 건 아니라고, 인신매매 국가 아니라고 해야 되니까 성특법에 기대서 집결지 가끔 치고, 경찰들 실적 올려야 되니까 오피 가끔 치고, 조건 단속하고, 그러면서 강남은 건드리지 않고, (웃음) 그런 식으로 되게 이중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봐요. 

터울 : 이 국가에 대한 성격을 묻는 게 법의 논의에서 되게 중요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금 공유되고 있는 게, 실제로 만들어진 법과 별개로, 그것이 집행될 때는 사실 국가성이 개입되는 거잖아요. 그런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될 것 같아요.

고진달래 : 전 또 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이게 빈곤의 문제라고 한다면 노동시장을 안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4년제 대학 나온 여성들조차도 일자리 구하기 너무 어려운데, 자원이 없고 학력이 없고, 자원과 학력이 있더라도 만약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입장에 있는 여성들이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아요. 만약에 내가 우리 가족을 위해서 월 300-400만원을 벌어야 한다, 나 먹고 살 것도 벌고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라고 했을 때, 성매매가 유혹적인 것은 맞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돈을 주는 곳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이건 노동시장도 안 건드릴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유나 : 성차별과, 노동과, 이런 문제들이 다 끼어있죠.

고진달래 : 이게 너무 중요한 문제일 것 같아요. 또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는 여성들도 늘 하는 고민이 그거거든요. "그럼 나 나와서 뭐 해야돼?" 자기의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고, 이 여성들이 나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너무 뼌하고. 저임금 비정규직 일색이고. 그런데 그렇게 살 수 있냐고 하면 우리도 너무 감당하기 어려운 삶인데, 이런 것이 마련되지 않고서 일을 그만둬라-라는 것도 너무 모순이고, 그렇다고 이건 자유니까 이 일 해라, 이 일을 그냥 하면서 돈 벌으라고 하는 것도 모순이고. 이걸 건드리지 않고서는, 이 문제를 쉽게 말할 수는 없죠. 

유나 : 그래서 우리가 시선이 밖으로 나가는 것 같아요. 성매매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매매만 해결하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니까, 이 사회를 바꿔야 하는 거고, 그러니까 연대를 안할 수가 없고, 노동에 관심을 안둘 수가 없고, 빈곤 문제, 장애 문제, 특히 지적장애 여성들의 경우는 성매매에 많이 들어와있기 때문에, 이주 문제, 고령 여성들의 문제, 이런 것들로 눈을 넓히지 않으면 매몰돼버려요. 

고진달래 : 그리고 이건 이룸의 특징인 것 같아요. 이룸은 성노동이냐, 성매매냐, 이런 논의에 빠지려고 하지 않고, 이걸 펼쳐서 성매매에 개입된 게 여러 가지가 있다는 걸 그나마 보여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반성매매나, 성노동이냐, 이런 것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거예요. 왜냐하면 할 게 너무 많아서. (웃음) 

터울 : 그렇죠, 현장에서 보고 해결할 것이 너무 많으실 것 같아요.

유나 : 아까 국가 얘기 하셨잖아요. 이룸의 특징은 그것인 것 같아요. 이룸 뿐만 아니라 다른 반성매매 진영도 비슷하겠지만, 지원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사회운동적으로 뭘 풀어내려고 하는 게, 국가도 간을 보고 움직이기 때문에, (웃음) 이 국가, 정부의 정책이 조금이라도, 여성들에게 도구로, 조금이라도 성평등하게 만들어지게 하려는 사회적인 힘을 계속해서 형성해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그런 부분에서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하는 것? 그런데 이건 현장활동을 하는 반성매매 활동가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이 국가가 너무 마음에 안들고 절대 신뢰할 수 없고 수사기관 진짜 엿같지만, 얘네를 써먹어야 돼, 얘네가 있는 한. 얘네를 적으로 돌리고 살 수 없잖아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화폐 안 쓰고 살 수 없듯이. 어떻게 하면 얘네를 좀 잘 써먹을까, 어떻게 하면 얘네가 우릴 계속 신경쓰게 만들까, 그런 관점으로 국가를 보게 되는 것 같아요. 

터울 : 저는 이룸이 되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성매매 현장에서 보고 느끼셨던 것들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다른 현장과 연결하고,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다른 것과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신실하게 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성매매 운동을 하시는 입장 안에서도. 그리고 그 안에서도 현장성이 면밀히 살아있는 것이, 저는 이게 역설적으로 퀴어운동이랑 유사하다고 생각했어요. 퀴어운동도 연대를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가 있는데, 왜 그러냐면 그것이 나와 내 이슈를 설명할 때 나를 더 풍부하게 설명하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거든요. 

고진달래 : 그러니까 우리도 생각해보면 반성매매 운동 진영 중에 우리가 왜 이렇게 퀴어에 친화적일까 생각해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도 혐오의 대상이잖아요, 성매매 여성들도. 그렇기 때문에 이 혐오의 대상들과 우리가 연대하지 않으면, 말하자면 그 다음 타겟이 될 수 있는 거죠. (웃음) 퀴어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도 마찬가지인 거죠. 우리가 같이 연대해야 하는 이유는, 그 혐오가 곧 우리에게 튈 거니까, 그 연대를 공고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터울 : 네, 그 부분은 좀 있다 좀더 구체적으로 질문드릴 게요.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