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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때 전교생에게 신체 노출 사진이 공개돼 성범죄 피해자로 살았다. 이제는 다른 여성을 돕고 싶다

14살의 나는 보호받고 싶었지만 경찰, 학교, 사회 모두 나를 외면했다.

ⓒPA Images via Getty Images

12살 때 처음으로 내 신체 부위 사진을 한 남자에게 보냈다. 그 남성은 18살이었고 당시 난 ‘섹스팅’이 뭔지 몰랐다. 그런 사진을 보내는 게 위험하다는 개념이 없었다. 그 남성은 내게 집착하며 계속 사진을 보내달라고 압박했다. 나는 가톨릭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지 못했다. 남자 학생들이 마음대로 내 엉덩이를 잡기도 했다. 돌아보면 주위 환경도 내가 이런 성범죄의 대상이 되는데 한몫했다.

처음에는 그 남성의 요구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주위에 도움을 구할 사람도 없었다. 그냥 계속 그가 요구한 사진을 보냈다. 어린 나는 그의 요구를 거절하면 우리 관계를 배신하는 거라고 믿었다. 마치 숙제 같았다. 그에게 인정받고 싶고, 특별한 존재이고 싶었고, 절대 거절하지 않고 그를 만족시키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하지만 계속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졌고 다른 사람 눈에도 그렇게 보이기 시작했을 거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그루밍 성범죄의 대상이 됐다. 시간이 흘러 14살이 됐다.  

 

ⓒJasmin Merdan via Getty Images

 

14살, 신체 사진 유출 피해자가 됐지만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고 비난했다

십대 초반부터 성범죄를 당한 후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사춘기를 겪던 나는 섹스 및 전반적인 성에 관해 잘못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성폭력을 당하며 첫 경험을 가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른 여자 친구들은 나를 외면했다. 그들도 성교육이 부족했고, 강간 문화에 대한 인식 부족, 사회적 배척에 대한 두려움 등을 갖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내게 성행위를 요구하며 ‘호의’를 보였다. 

페이스북의 한 남성이 내게 ‘벗은 사진’을 요구했고, 또 멋모르고 보냈다.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 그 페이스북 남성의 계정은 가짜 계정이었다. 14살의 내가 검은색 짧은 속옷을 입고 브라만 입은 사진과 누드사진이 유출됐다. 그 계정은 사진에 전교생을 태그 했고 이제 모두가 나를 놀리기 시작했다. 비난하기도 하고, 농담을 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했다. 한 달 후, 이 사실은 부모님에게도 전해졌고, 엄마와 아빠도 그 사진들을 봤다. 그저 공허함만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뭘 해도 무감각했다. 아마 정서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의지를 잃었고 뭘 해야 할지 몰랐다. 14살의 나는 보호를 받고 싶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경찰, 학교, 사회 모두 나를 외면했다. 대신 동네에 이 일이 소문이 나고 모두 날 비판하고 괴롭혔다. 다른 학생들의 부모님은 자녀들에게 나를 피하라고 경고했다. 할머니는 어느 날 동네 슈퍼에 갔다가 ”저 할머니 손녀가 X레래”라는 말도 들었다. 엄마에게도 남자아이들이 나에 대해 욕하며 떠들었다. 경찰은 내 사진을 유출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데 실패했고 도움이 안 됐다. 

온 가족이 이 일로 고통받았지만 나는 더 무기력하고 아무 느낌이 없었다. 오랜 성적 착취로 인해 트라우마를 받은 상태였다. 무책임한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이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상담 치료가 필요하고 공감해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하지만 당시 그런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Magnilion via Getty Images

 

모든 성폭력 생존자들에게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와 가까운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제도화된 강간 문화와 피해자를 탓하는 사회 분위기는 계속 이어져 온 일이다. ‘여성혐오‘는 많은 이들에게 만연하다. 나조차도 그런 내용을 믿었고 내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을 변화시키려면 올바른 성교육과 ‘동의’를 제대로 가르치는 게 필수다. 또 성폭력에 관해 자세히 가르쳐야만 한다. 

14살 그 사건 이후, 17살 때까지 자해를 했고, 죽고 싶다고 생각했고, 성에 관해 편견을 계속 갖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상담 치료를 받았고 조금씩 괜찮아졌다. 계속 무감각하다고 믿었지만,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테라피스트를 만난 후 상담 중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와 비슷한 일을 경험한 여성을 돕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에 이들을 지원하는 계정(@myimagemychoice)을 만들었다. 성범죄를 겪은 여성 피해자를 지원하고, 새로운 법안에 목소리를 낼 거다. 피해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어떤 일을 겪었든 당신은 이겨낼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이런 사건이 피해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절대 그냥 지나가는 사건이 아니라 오랫동안 상처를 남긴다. 때로는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과 반응 때문에 더 상처받을 수 있다. 피해자를 향한 편견은 이런 범죄의 일부이며 사라져야 한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이 당당해지길 바란다. 

 

 

  

 

 

*저자 뤤은 현재 성범죄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영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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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보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