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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16일 16시 36분 KST

'다른 사람이 썼던 마스크 제일 찝찝' : 재활용품 분리배출 돕는 아파트 자원관리도우미가 전한 고충들 (체험기)

재활용품 분리배출 돕는 아파트 '자원관리도우미'를 직접 체험해봤다.

한겨레
재활용 분리배출을 돕는 자원관리도우미 홍금옥씨가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재활용품을 재분류하고 있다.

 

“전부 일반쓰레기로 버려야 하는데 여기 버린 거예요. 다른 사람이 썼던 마스크가 제일 찝찝하죠.” 지난 11일 자원관리도우미 함용억(64)씨가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집하장에서 종이 재활용품을 모으는 상자에 들어 있는 마스크를 집어 종량제 봉투에 넣으면서 말했다. 상자에는 나무젓가락, 음식물이 묻은 휴지, 햄버거 포장지, 사용한 면봉, 리튬전지, 영수증 등도 뒤엉켜 있었다.

자원관리도우미는 환경부의 ‘재활용품 품질개선 지원사업’에 따라 한국환경공단에 고용돼 공동주택과 선별장에서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돕는다. 지난 9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약 1만명이 근무한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배달용기와 택배상자 등의 사용이 늘면서 제대로 분리 배출되지 않고 그냥 버려지는 쓰레기도 늘자 이 사업을 추진했다. 환경부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 배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2%, 폐비닐은 11.1% 늘었다.

 

잘못된 배출 여전, 테이프 떼달라고 하니 ”바빠서요”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자원관리도우미로 일해봤다. 많은 이들이 재활용품 배출 요령을 잘 모르거나 알고도 귀찮아서 그냥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이스팩을 플라스틱으로 분류한 30대 남성 주민에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고 알려주자 그 주민은 “몰랐다. 이때까지 항상 플라스틱 버리는 곳에 내놨다”고 말했다. 테이프가 그대로 붙어 있는 종이상자 6개를 들고 온 40대 여성 주민에게 “테이프는 상자에서 떼주세요”라고 말하자 하나만 떼더니 “죄송해요. 바빠서요”라며 자리를 떴다.

한겨레
김윤주 기자(가운데)와 재활용 분리배출을 돕는 자원관리도우미가 11일 오전 서울 강서구 마곡동의 한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재활용품을 재분류하고 있다. 

 

먼저 재활용품으로 잘못 분류된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는 일부터 서둘렀다. 떡볶이 국물이 든 플라스틱 용기, 크림이 그대로 묻은 케이크 상자 등 오염이 심하거나 재활용 품목이 아닌 쓰레기를 분류해 50ℓ 종량제 봉투에 버리자 4시간 만에 봉투가 빵빵해졌다. 매실음료로 추정되는 액체가 절반 가까이 든 페트병의 내용물을 버리고 헹궜다. 비닐상표까지 일일이 뗀 페트병을 발로 밟아 홀쭉하게 만든 뒤 200ℓ 크기 자루에 모았다. 재활용품 분류장에서는 커피가 든 플라스틱컵도 자주 나왔다. 목장갑은 얼마 지나지 않아 축축하고 끈적해졌다.

 

″분리배출 방법 알려주면 화내는 주민도 있다.” 

자원관리도우미 함씨는 “속옷과 양말, 음식물이 반 이상 남은 플라스틱 용기, 축축한 담배꽁초가 들어 있는 종이컵도 많다”며 “항상 목장갑이 뻘겋고 시커메진다. 예비 장갑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자원관리도우미 홍금옥(53)씨는 “분리배출 방법을 알려주면 화를 내는 주민도 있다”고 말했다. 비닐상표 제거 등을 위해 커터칼을 힘주어 사용하다가 함씨는 목을 한 차례, 홍씨는 손가락을 세 차례 베이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대부분 자원관리도우미 제도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민 권병일(47)씨는 “택배상자에서 운송장만 뜯다가 이제 테이프도 떼고 상자를 접어서 배출하게 됐다”고 했고, 김원철(36)씨는 “플라스틱을 씻어서 내놔야 한다는 건 알았지만 대충만 헹궈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제대로 된 방법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분리수거 지침이 개정되는 새달 25일부터 무색 페트병은 색깔 있는 페트병이나 다른 플라스틱류와 따로 배출해야 한다. 자세한 재활용품 분리배출 방법은 ‘내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