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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퇴사 방송'한 유튜버가 건네는 조언

  • 이진우
  • 입력 2018.03.30 17:13
  • 수정 2018.03.30 17:20
ⓒsun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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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6시 30분. 한 여성이 스탠드 불을 켜고도 한동안 호흡을 고른다.

2017년 1월 유튜버 선민이 올린 영상 ‘직장인의 하루’는 그렇게 시작된다. 이십대 후반 직장인 선민은 ”눈 뜨자마자 기분이 나쁘더라고요, 저는. 아침이 상쾌한지가 언젠지.. (모르겠다)”라고 말한다. 선민은 스트레칭 후 날씨 체크를 한 뒤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출근을 서두른다. 잡을 손잡이 조차 보이지 않는 만원버스에 오르고, 회사에 도착한 뒤에야 화장을 하러 간다.

오전 업무를 처리한 뒤에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산책에 나선다. 점심시간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오후 1시. 점심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리고, 다시 자리에 앉은 선민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친구한테 웃긴 카톡이 왔기 때문이다. 선민은 해당 장면을 설명하면서 ”일하다가 현실웃음 터지는 건 친구한테 PC톡 올 때 뿐이지 않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어진 오후 업무. 선민의 표정은 퇴근을 한 뒤에야 밝아진다. 

집으로 돌아온 선민은 ”요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며 말문을 연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보니까 주말에도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이 계속 생기는데, 쉬어도 쉬는 것 같은 느낌이 안 들더라”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엔 너무 힘든 일, 일을 그만두면 무엇을 해야 할지, 퇴사했을 때 가족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등여러 가지 고민들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직업에 대해서 내가 기대하는 건 뭔지, 돈을 기대하는 건지, 시간적인 여유를 기대하는 건지, 열정있게 일할 수 있는 그런 걸 원하는 건지, 그리고 솔직히 내가 정말 미치도록 하고싶은 게 뭔지도 사실 요즘 잘 모르겠어. 그런데 요즘 사람들, TV, 책, 이런 거 보면 ‘젊음이여 도전하라! 꿈을 찾아가라! 이러잖아요. 열정? 열정의 ‘열’만 들어도 난 뺨 때리고 싶어. 그리고 이 일을 그만뒀다고 하면 가족들이 뭐라고 할까. 지지해줄까. 모르겠어요. 더 버텨야 되는지, 더 질러버려야 되는건지. 그런데 저지른 후에 생기는 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다는 거, 굉장히 무섭죠.

깊은 고민을 거쳐 선민은 퇴사를 결심한다. 그로부터 1년 뒤. 선민은 ‘1년 전 퇴사할 때 내가 했던 큰 착각’이라는 영상을 올렸다. 갓 퇴사를 했을 때의 각오를 ‘셀프’로 평가한 영상이었다.

선민은 퇴사 당시 ”모든 일이 다 스트레스가 있다면 회사 스트레스를 감당하기보다는 미래를 준비하면서 느끼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겠다”며 ”어차피 모든 일이 힘들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하면서 힘들어야 억울하지도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선민은 1년 전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억울해”라고 말한 뒤 다시 한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게 되게 억울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가치가 있다고 한들 힘들어지지 않는 게 아니에요. 그래서 나중에 ‘이게 가치가 있나’ 하는 의심까지 들 정도로 힘들어”라고 덧붙였다.

ⓒsunmin

또 ”드라마에서는 주인공이 결심을 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무조건 뭔가를 일궈내지만 실제는 무던히 노력을 하고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스트레스를 감당하면서 열심히 일한다 해도 드라마처럼 결과가 맺어지는 게 아니다”며 ”그 점이 굉장히 불안하고 굉장히 힘들다”고 고백했다.

선민은 ‘퇴사 후 1년’ 이야기를 하기로 한 이유에 대해 ”다른 영상들을 보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고 없어지거나 ‘성공했습니다’라고 하는 처음과 끝만 있는데, 그 중간과정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퇴사 후 1년 소감’ 영상은 마무리도 진솔했다. 선민은 ”영상을 보시는 분들이 ‘그때 선민이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X 같을 수 있다고 했는데 진짜 생각보다 X 같구나’ (생각)하시면서 조금은 덜 힘드시길 않을까”라며 끝을 맺었다.

영상에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과거의 자신을 비웃다니 신박하다”, ”무언가를 기대하면 실망이 따라온다”, ”지금껏 본 유튜브 영상 중에서 가장 진솔하다”라는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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