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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하고 깊은 숲

[소설 '리셋' 챕터 10]

ⓒhuffpost

조광희 작가의 미발표 신작장편 ‘리셋’은 새로운 감각의 스릴러 소설로, 현직 서울시장의 요청을 받고 전임 시장이 연루된 비리를 파헤치는 변호사의 이야기를 속도감 넘치는 필치로 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뜻하지 않은 음모에 휘말리면서 21세기 한국사회의 다양한 민낯과 부패의 심연을 들여다보게 된다. 매주 월, 수, 금 오전에 업데이트된다.

10

 카메라를 들여다보던 정미가 볼펜을 책상 위로 던지며 말했다.
“저 남자, 정말 다부지고 날렵하네요. 만나면 무섭겠는데요.”
“전무를 묻은 곳 주소가 어떻게 되지?”
기태가 기지개를 켜면서 물었다.
“양평군 양평읍 오빈리 278번지, 아니면 279번지네요.”
“8308 마이바흐는 찾고 있어?”
“못 찾겠어요.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래? 송 팀장에게 연락해봐. 강 변호사님 모르게. 아시면 불법이라고 노발대발하시니까.”
“점심 먹고 연락해볼게요.”
“수장고 출입구 쪽에 태그가 붙어 있어서 줌으로 찍은 게 있는데, 그건 살펴봤어?”
“네. 이름을 메모했는데…… ‘정 오미영, 부 편윤미’라고 적혀 있네요.”
“정은 그 관장이고, 부는 편? 드문 성인데. 아, 그 부학개발 전무랑 성이 같네. 혹시…….”
“오후에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거 뒤져볼게요.”
“변호사님은 숙소에 계시지?”
“네. 메시지 드렸더니, 어제 잠을 못 주무셨다고 점심때까지 주무시겠다고.”
“그래? 그럼, 점심은 우리끼리 먹자. 피자나 주문해서 먹을까?”
“나가서 먹어요. 한 끼를 먹어도 인간답게 먹고 싶어요.”
어쩔 수 없다는 듯, 기태는 손바닥을 위로 하면서 양팔을 들었다 내렸다.

ⓒSasinParaksa via Getty Images

동호는 메시지 수신 알림 소리에 잠에서 깼다. 협탁 위의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이미 여러 개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방금 도착한 메시지는 정미가 보낸 것이었다.

‘오전에 조사한 내용에 대해서 메일 드렸어요. 확인하세요~. 그리고 사진하고 조사 내용을 정리한 파일들은 모두 드롭박스에 올렸어요.’

동호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노트북을 켠 후 부팅되는 동안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호흡을 조절하면서 우선 양손을 합장했다. 그러고는 손바닥을 붙인 채로 두 팔을 위로 쭉 뻗은 후 최대한 뒤편으로 넘겼다. 그 후 허리를 굽히면서 양 손바닥이 바닥에 닿도록 몸을 숙였다. 동호는 인터넷으로 배운 ‘태양의 예배’ 동작을 계속 이어갔다. 마지막에 양손을 다시 합장하는 자세로 마무리하고 책상에 앉았다. 정미가 보낸 메일을 열었다. 

  1. 수장고 부책임자인 편윤미는 부학개발 편 전무의 딸임.
  2. 미술관의 큐레이터 세 명 중 한 명인데, 사 년 정도 근무하다가 지난 삼월에 퇴직했음.
  3. 페이스북 계정이 있는데, 지난 일 년간 활동이 별로 없음. 뉴욕 브루클린에 사는 언니를 찍은 사진이 있음.
  4. ‘ερασιτε´χνης’라는 알 수 없는 문자의 트위터 계정이 있는데, 본인이 트윗을 작성한 것은 많지 않고 주로 남들의 트윗을 리트윗하고 있음.
  5. 전화번호는 아직 확인 못 함.

동호는 그리스문자인 ‘ερασιτε´χνης’를 복사해 스마트폰의 구글 번역기 앱에 입력했다. ‘아마추어’라는 뜻이었다. 그는 편윤미에게 아버지의 사망 사실을 알려야 할지 생각해보았다. ‘연락은 어떻게 한다? 전화번호가 확인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트위터 익명 계정으로 연락할까?’ 동호는 일단 씻고 배를 채운 다음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동호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 아침 햇살이 커튼 사이로 희미하게 숨어들었다. 동호는 뉴스들을 몇 번 클릭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모델들의 아슬아슬한 사진들로 인도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머리를 긁적이며 자신의 익명 계정으로 트위터에 접속했다. ‘ερασιτε´χνης’라는 키워드로 사용자를 검색하니 편윤미의 계정이 바로 나타났다. 그 계정의 헤더 디자인은 ‘눈을 가린 어떤 여인과 그 주변 사람들을 표현한 그림’이었다. 검색해보니 폴 들라로슈의 <제인 그레이의 처형>이라는 그림이었다. 제인 그레이는 영국 여왕으로 1553년 왕위에 올랐으나 아흐레 만에 폐위되어 남편과 함께 처형되었다. 참수당하기 직전의 상황은 끔찍하기 그지없지만, 흰옷의 제인 그레이와 그녀를 둘러싼 정경이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겼다. ‘굳이 이런 그림으로 자기 트위터를 디자인하는 사람의 심리는 뭘까? 자기의 불행한 처지를 암시하려는 걸까? 혹시 자기 아버지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는 건 아닐까?’

동호는 편윤미가 올린 트윗들을 살펴보았다. 세계 각지의 미술관에서 전시된 작품들의 이미지와 그것의 소개를 리트윗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가끔 국내 전시회 안내문도 있었으나 본인이 찍힌 사진은 한 장뿐이었다. 일행 세 명과 함께 어느 전시회장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유난히 검은 머리카락과 큰 키가 인상적이었다. 올봄 이후로 그녀의 트윗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았다. 프로필 칸에는 캐리커처로 그려진 자신의 이미지와 함께 프랑스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Je me suis forcé à me contredire pour éviter de me conformer à mon propre goût.

동호는 이 문장을 번역기를 통해 영어로 번역하고 다시 문장의 주요 단어를 조합하여 검색했다. 그것은 마르셀 뒤샹의 “나는 나 자신의 취향에 따르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반박해왔다”라는 경구였다. 동호는 그 경구가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의견을 부족한 것으로 생각하고, 타인의 비판 전에 스스로 반박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는 것은 예전부터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취향에 대해서도 그럴 필요가 있다는 발상은 낯설었지만 신선했다. 동호는 편윤미에게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그리스어로 아이디를 표시하고 프랑스어 문구를 프로필에 적는 현학적인 스타일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는 편윤미의 계정을 팔로한 후에 그녀에게 공개적으로 말을 붙였다.

‘프로필의 글은 뒤샹의 아포리즘이네요. 반갑습니다.’

십여 분 정도 인터넷 서핑을 하며 기다렸으나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아침을 거른 탓에 허기가 몰려왔다‘. 어떻게 할까?’ 동호는 국수를 삶아 찬물에 헹궜다. 며칠 전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콩국수용 국물을 국수에 붓고 오이를 채 썰어 얹었다. 어려서는 콩국수의 비릿한 맛을 좋아하지 않았으나 이제는 여름날이면 사흘이 멀다 하고 자주 먹었다. 심지어 뉴욕에서도 한식당으로 자주 먹으러 갔다. 동호는 국물까지 모두 비우고 설거지를 했다.

다시 트위터에 접속했다. 편윤미는 동호의 인사말에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계정을 팔로했다. 이제 그녀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메시지를 어떻게 시작할까? 다짜고짜 당신의 아버지는 살해되었다고 하는 건 미친 짓이겠지? 저는 강동호라는 변호사입니다……, 이건 너무 평범하고. 미술을 매우 좋아하시나 봅니다……, 이건 작업을 거는 멘트 같고. 섣불리 접근했다가 사라지면 낭팬데…….’ 동호는 메시지의 내용을 좀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

 

동호는 <맨 오브 라만차>를 공연 중인 복합문화공간 블루스퀘어 맞은편에서 402번 버스를 탔다. 남산순환도로를 달리는 버스의 차창 너머로 경사지에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해방촌을 바라보았다. 해방촌 너머로 어수선한 서울의 무수한 빌딩들이 보였다. 남산도서관 정류장에 내린 동호는 도서관 내 인문사회열람실로 들어갔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창밖으로 녹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는 서가를 둘러보다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를 집어 들고는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열 페이지가량 지나면서부터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동호는 책을 옆으로 밀어놓고 스마트폰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ερασιτε´χνης’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편윤미 씨의 계정인가요? 아버님의 근황을 우연히 알게 된 변호사입니다.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제 휴대폰 번호는 010-9153-XXXX입니다. 이 번호로 회신해주시면 제 이름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만나는 것에 동의하신다면 시간과 장소를 교환하겠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다시 『논리철학논고』를 뒤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명제에 번호를 붙여 열거한 형태로 쓰였기 때문에 뒤에서 읽어도 무방했다. 이번에는 서너 페이지를 넘겼을 뿐인데도 막히기 시작했다. 동호는 어떤 책이 너무 이해가 안 되면 일단 읽기를 중단하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 다시 펼쳐 보는 버릇이 있었다. 그런 과정을 몇 번 거치다 보면 어느 순간 어렵지 않게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논리철학논고』는 요지부동이다. 처음 읽은 지 벌써십오 년이나 지났고, 우연히 눈에 뜨일 때마다 다 읽어보려고 했으나 언제나 실패로 끝났다. 열람실을 빠져나온 그는 다시 402번 버스를 타고 레지던스로 향했다. 버스가 하얏트 호텔을 막 지날 무렵 모르는 번호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변호사님 이름과 오늘 밤 여덟 시에 만날 장소를 알려주세요. 강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님의 이름을 검색해서 믿을 만하면 정해주시는 장소로 가겠습니다.’

동호는 편윤미가 자신의 이름을 검색할 경우 어떤 결과를 보게 될지 가늠해보았다. ‘승철의 재판에 대한 기사? 아니면 오래전에 법률신문에 기고한 판례 평석? 이름이 같은 변호사가 몇 명 있을 텐데, 그중 누구를 나라고 생각할까?’ 동호는 그녀에게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강동호 변호사입니다. 삼십 대 후반입니다. 이태원에서 뵙기로 하고, 가게 이름과 위치를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동호는 혹시 자리가 없을까 하여 바쇼에 저녁 7시 30분경에 도착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자리는 여유가 있었다. 그는 여느 때와 같은 자리를 잡았다. 서빙을 하는 종업원은 바뀌었지만 주인은 언제나처럼 안쪽 주방에서 벽돌무늬 요리사 모자를 쓰고 손을 흔들었다. 동호는 그에게 다가가 오늘 만나기로 한 손님이 초면인데다가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니 이름을 묻는 것은 자제해달라고 일렀다. 동호는 레지던스를 나오기 전에 기태에게 경과를 알리면서 7시 50분까지 바쇼 맞은편 카페로 와서 갑작스런 상황에 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제시간에 도착한 기태가 차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갔고 동호는 창밖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편윤미는 저녁 8시 15분이 되어서야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그녀는 머뭇거림 없이 바로 동호의 자리로 걸어왔다. 단발머리는 너무 검어서 일부러 염색한 것처럼 보였고 나무랄 데 없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말없이 바로 앉았다. 동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망설이다 물었다.

“편윤미 씨죠?”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비로소 말을 꺼냈다.

“우선 제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세요.”

“저녁은 드셨나요?”

“생각 없습니다.”

동호는 아사히 생맥주 두 잔과 문어 초회를 주문했다. 이야기를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했다. 도서관에서 레지던스로 돌아갔을 때 생각을 좀 해보았으나 별다른 방안을 찾지 못한 채 바쇼로 왔다. 확신 없이 일단 부딪쳐보자고 마음먹은 자신이 경솔했다고 생각했다.

“아버님이 부학개발에서 근무하셨죠?”

“네.”

그녀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혹시 미래화랑에서 일하셨습니까?”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동호를 쳐다보았다. 그도 침묵을 지켰다.

“네. 빨리 본론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며칠 전에 어머니께 연락이 왔어요. 아버지와 연락이 안 된다고.”

“제가 누군가의 요청으로 부학개발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아버님과 부학개발의 사이가 썩 좋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

“굉장히 악화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회사를 위해 일하시다가 징역살이까지 하셨어요. 그런데 회사에서는 아버지와 아예 인연을 끊으려 했어요. 뭐가 못마땅했는지 회사 측에서 아예 연락을 받지를 않았어요. 배신감을 많이 느끼셨어요. 그렇게 헌신했는데 사람을 이런 식으로 버린다고.”

“무엇 때문일까요?”

“저도 자세한 내막은 모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지금 어디 계신가요? 근황을 아신다면서요.”

동호는 편윤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셨어요.”

“위험?”

동호는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했다. ‘말해야 하나? 말한다면 어떻게 말해야 하지?’

“양평에 있는 미래화랑의 수장고 아시지요? 제가 그쪽에 조사를 나갔다가 아버님이 어떤 사람에게 폭행당해 실려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네?”

안색이 창백해진 편윤미가 큰 소리로 되물었다.

“무슨 뜻인가요? 정말 아버지가 맞나요? 납치되었다는 뜻인가요?”

“제가 보기에는 아버님인 것으로 보였고…….”

“정확히 말해주세요. 정말 제 아버지가 맞나요?”

“아버님입니다.”

동호는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그래서요? 그다음에 어떻게 됐죠?”

“그건 저도 모릅니다.”

그녀는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한참 동안 동호를 쳐다보다가 물었다.

“돌아가셨나요?”

동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물었다.

“돌아가신 것 맞죠?”

동호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더니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동호는 자신도 양손으로 코와 입을 감싸고 편윤미를 살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싼 채 오 분 정도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섰다. 동호도 엉겁결에 따라 일어났다. 그녀는 따라오지 말라는 듯 몸을 휙 돌려 동호를 쏘아보았다. 눈물이 맺힌 눈가에 원망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다시 몸을 돌려 큰길 쪽으로 걸어 나갔다. 동호는 자리에 그대로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때 기태가 카페에서 재빠르게 달려 나오더니 자기 차에 탔다. 그는 급히 시동을 걸고 편윤미가 사라진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동호도 그녀를 쫓아 큰길 쪽으로 빠르게 걸었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기태의 차가 보였다. 편윤미는 차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운전석에 앉은 기태를 무섭도록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따라오지 말라는 신호였다. 그녀는 재빠르게 큰길 쪽으로 걸었다.

동호가 운전석 옆으로 다가오자 기태는 차창을 내리며 물었다.

“어쩌죠?”

동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래도 이렇게 보내면 안 되는데.”

“충격이 너무 컸던 모양이야. 일단 놔둘 수밖에.”

기태는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지 주먹으로 핸들을 내리쳤다. 동호는 바쇼로 돌아와 계산을 치른 후 배낭을 들고 나왔다. 조수석 쪽 문을 열어 차에 탔다.

“일단 편윤미에 대해 더 철저히 조사해봐. 지금 어디 사는지도 확인하고.”

“아니, 그러려면 따라갔어야지요. 못 가게 하더니 이제 어디 사는지 알아내라고요?”

“아까 그 눈빛 봤지? 그렇게 쳐다보는데 어떻게 따라가나?”

“마음에 안 들어요. 따라갔어야 하는데…… 게임을 아주 끝낼 수도 있는 거 아니었나 모르겠네. 그 여자가 경찰서에 살인 사건으로 신고라도 하면 우리 좆되는 거 아닌가요?”

동호도 아차 싶었다.

“할 수 없지. 그러면 이제 공개리에 조사하는 거지.”

“변호사님, 우리 여기서 손 뗍시다. 아무래도 예감이 안 좋아요. 이거는 단순한 조사가 아닙니다. 뭔가 아주 오싹하고 깊은 숲속에 들어선 느낌이라고요.”

동호는 운전하는 기태의 수심 가득한 얼굴을 쳐다보았다.

“이제 와서 어떻게 그만두나? 가는 데까지 가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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