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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가 뱁새보다 눈이 큰 이유는 놀랍게도 '이것'과 관련이 있었다

“가까운 열매를 따 먹는 새보다 먼 곳의 먹이를 잡는 새의 눈이 컸다”

눈이 작은 뱁새(왼쪽)는 밝은 개활지에 살고 눈이 큰 긴꼬리딱새는 깊은 숲 속에 산다. 클립아트코리아(왼쪽), 윤순영 제공.
눈이 작은 뱁새(왼쪽)는 밝은 개활지에 살고 눈이 큰 긴꼬리딱새는 깊은 숲 속에 산다. 클립아트코리아(왼쪽), 윤순영 제공. ⓒ한겨레/ 윤순영 제공.

 

깊은 숲 속에 사는 팔색조와 긴꼬리딱새는 특이한 색깔·모습과 함께 큰 눈이 아름다움을 더한다. 반면 도시에서 흔히 만나는 박새와 붉은머리오목눈이(뱁새)는 눈이 작다. 새들의 눈 크기와 서식지, 먹이 사이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이언 오스프리 미국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박사과정생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생태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어두침침한 숲 속에 사는 새일수록 눈이 컸고 개발된 곳의 새는 상대적으로 눈이 작았다”고 밝혔다. 또 “가까운 나뭇가지의 열매를 따 먹는 새보다 날아다니는 곤충 등 먼 곳의 먹이를 잡는 새의 눈이 컸다”고 덧붙였다.

새들은 짝을 찾고 먹이를 확보하는 데 주로 시각에 의존한다.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나 먼 곳의 동물을 포착해 사냥하는 맹금류의 눈이 크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어둑한 곳에서 먹이를 찾는 는 눈이 크다.
어둑한 곳에서 먹이를 찾는 는 눈이 크다. ⓒ한겨레/ 마틴 멕내로우스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이번 연구는 새들의 상대적인 눈의 크기(몸집 대비 눈의 크기)를 알면 어디에 살고 어떤 먹이를 먹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는 것을 밝혔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자들은 페루 북부의 안데스 열대림에서 4년 동안 현장 조사를 했다. 세계적인 생물다양성 보고인 이곳의 운무림에서 연구자들은 240종의 새를 대상으로 눈과 몸의 크기 등을 측정했다.

또 새들이 얼마나 많은 빛에 노출되는지 측정하기 위해 15종 71마리의 새 등에 초소형 빛 감지기를 부착하고 며칠 뒤 저절로 떨어져 나온 감지기를 수거해 분석했다. 그 결과 숲의 밝은 곳에 사는 새는 눈이 크고 어두운 곳 새는 작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가 이뤄진 페루 북부의 안데스 운무림.
연구가 이뤄진 페루 북부의 안데스 운무림. ⓒ한겨레/ 이언 오스프리 제공.

열대림의 숲 지붕에는 빛이 쨍쨍 내리쬐지만 숲 바닥에는 햇빛의 1%만이 도달해 어두컴컴하다. 가장 어두운 환경에 사는 것으로 밝혀진 땅개미새의 일종은 대부분 숲 바닥에서 큰 눈으로 먹이를 찾았다. 마치 어두운 곳에서 카메라로 촬영할 때 밝고 큰 렌즈가 필요한 것과 같다.

어디에 사는지 뿐 아니라 무얼 먹느냐도 눈 크기를 좌우했다. 새들은 앉은 나뭇가지 주변에서 열매나 씨앗을 따먹어 가까운 곳을 잘 보는(근시) 새와 날아다니는 곤충 등을 사냥하는 먼 곳을 잘 보는(원시) 새로 나뉜다.

연구자들은 딱새 무리처럼 날면서 곤충을 사냥하는 원시를 가진 새들이 가장 눈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면 어둑한 숲에서 열매 등을 따 먹는 근시의 새들은 눈이 상대적으로 작았다.

쥐처럼 컴컴한 열대림 숲 바닥을 다니며 사냥하는 긴꼬리타파쿨로.
쥐처럼 컴컴한 열대림 숲 바닥을 다니며 사냥하는 긴꼬리타파쿨로. ⓒ한겨레/ 이언 오스프리 제공.

 

그러나 숲 바닥에서 사냥하는 새들은 눈이 컸다. 예를 들어 페루 고유종인 긴꼬리타파쿨로는 마치 쥐처럼 숲 바닥을 돌아다니며 곤충을 사냥하는 새인데 커다란 눈을 지녔다.

이번 연구는 왜 숲이 사라지고 농경지가 들어서면 많은 새가 자취를 감추는지에 관한 새로운 설명을 제공한다. 연구자들은 “어두운 숲에 익숙한 눈이 큰 새에게 농경지는 빛의 과잉노출로 눈부심 현상이 나타난다”며 “사람이 목초지나 경작지를 만드느라 바꾼 경관은 눈 큰 새들에게는 일종의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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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과학 #새 #조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