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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기자 맥심 보로딘이 왜 발코니에서 추락해 사망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의 자유가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받는다

  • 김태성
  • 입력 2018.04.18 15:50
  • 수정 2018.04.18 15:55

시리아에서 죽은 러시아 출신 용병 사건을 조사하던 기자가 지난 일요일에 사망했다.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에 있는 자기 집 발코니에서 추락한 결과다.

맥심 보로딘은 예칸테린부르크 뉴스 매체 리아노비덴에서 일했다. 그는 고위급 범죄·부패 탐사가 전문인, 능력 있는 기자였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지난 목요일 자기 아파트 5층 발코니 난간을 넘어 추락했다고 전했다. 그를 발견한 이웃들은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보로딘은 추락으로 인한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3일 후인 일요일에 사망했다. 

스베르들로프스크 지구의 내무부 관계자는 CNN에 브로딘의 아파트 문이 안에서 잠겨있었다며, 보로딘 추락 전후에 ”아무도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았고, 안에 외부인이 있었을리도 없다”고 말했다.

BBC에 의하면 예카테린부르크 경찰은 보로딘의 사망 원인을 현재도 조사 중이지만, 범행 소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보로딘을 잘 아는 일부 동료와 친구들에겐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의 설명이 석연치 않다. 보로딘의 친구 폴리나 안드리브나는 보로딘이 이달 초에도 괴한의 공격을 받은 바 있다며, 괴한의 칼에 맞은 보로딘은 입원까지 해야 됐다고 설명했다. 보로딘은 지난 10월에도 공격을 당했다. 니콜라이 2세 주제 영화에 대한 그의 평론이 나온 직후, 괴한이 휘두른 쇠 파이프에 머리를 다친 것이다.

친구이자 인권 운동가인 바이야체슬라흐 바쉬코흐는 더가디언에 말했다. ”보로딘은 매우 위험한 일을 했다. 대단한 인간이었다.”

바쉬코흐는 사건 당일 아침에 보로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고 주장했다. 바쉬고흐에 의하면 보로딘은 그에게 ”가면으로 위장한” 사람들이 집을 둘러싸고 있다고 말했다. 보로딘은 바쉬고흐에게 ”누군가 발코니에 있다”, ”계단에도 누군가 있다”라는 말도 했다.

바쉬고흐에 의하면 보로딘이 얼마 후 그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보로딘은 자기가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훈련 중인 보안요원들을 자기가 수상하게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아노비덴의 편집장 폴리나 룸얀트세바는 보로딘의 추락 사건이 사고였을 수도, 범행이었을 수도 있다고 봤다. 반면에 자살이었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했다.

그녀는 CNN에 ”맥심은 개인적인 성취는 물론 커리어에 대한 포부가 매우 컸던 사람이다. 자살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탐사보도가 전문이었던 보로딘은 민감한 주제를 자주 다뤘다. 최근엔 불법 무장 단체로 알려진 ‘와그너그룹’과 시리아에서 2월에 죽은 러시아 용병들 사이의 관계를 보도했다.

와그너그룹 배후엔 러시아의 신흥 재벌(oligarch) 예브제니 프리고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미국 정부는 2016년 미국 대선 여론 조작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그 지휘를 맡은 사람으로 의심되는 프리고진을 상대로 기소장을 발부했다. 

소문이 맞다면, 와그너그룹 하의 용병 수천 명은 지금도 시리아에서 싸우고 있다. 일부 보도에 의하면 지난 2월, 적게는 수십 명, 많게는 수백 명의 러시아 용병이 데이르엘주르(Deir el-Zour) 전투에서 미군에게 목숨을 잃었다. 이에 대해 뉴요커는 반 세기 만에 처음으로 미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감시견’ 매체 그룹들은 보로딘의 죽음이 의외였다며, 공정한 조사를 요구했다.

지난 월요일, 유럽안보협력기구의 ‘언론의 자유’ 부서장인 할렘 데시르는 이번 사건에 너무 놀랐다며 보로딘의 죽음을 ”매우 위중한 사안”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언론의 자유가 가장 형편없는 국가로 평가받는다. 그래서 러시아에서 기자라는 직업은 매우 위험하다.

유럽연방기자협회에 의하면 지난 몇십 년 사이 기자가 러시아에서 살인으로 목숨을 잃을 확률은 유럽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더 높았다. 협회에 의하면 1990년부터 2015년까지 346명의 언론인이 유럽에서 살해됐으며, 그중의 3분의 1일이 러시아에서 죽었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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