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문재인 대통령이 '세계 최대 FTA' RCEP에 최종 서명했다

한-일 FTA가 최초로 체결되는 효과가 발생한다.

문재인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  ⓒASSOCIATED PRESS

한국·중국·일본·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하 알셉)이 협상 개시 8년만에 최종 타결됐다. 한-일 FTA, 중-일 FTA가 새로 체결돼 공산품·농산물·서비스·투자 시장을 서로 개방하는 효과도 발생했다. 인도는 여전히 빠진 채 협정이 일단 출범·발효된다. 정부는 “우리의 대일본 무역역조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양국이 전체 품목 중 83%를 개방하기로 했다”며 “자동차·기계 등 민감품목은 관세 양허에서 제외시키고,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다른 일본산 품목의 수입관세 철폐기간도 10~20년 장기로 설정해 우리 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및 한·중·일·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총 15개국 정상은 15일 화상으로 제4차 알셉 정상회의를 열고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협정문은 총 20개 챕터(상품·서비스·투자· 원산지 등)와 여러 부속서 등 총 1만5천쪽에 이른다. 알셉 협정은 역내 무역규모(5조4천억달러), 역내 총생산(GDP·26조3천억달러), 역내 인구(22억6천만명) 면에서 각각 전세계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3개국)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1개국)보다 규모가 크다. 인도는 작년에 협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번 타결·서명에서 일단 빠졌다. 경제 블록별로 우리 수출규모는 알셉 2690억달러(2019년·총수출액의 50%)로, USMCA(898억달러)·CPTPP(1260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정부는 “향후 우리 수출시장 확대 및 교역 구조 다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NHAC NGUYEN via Getty Images

한-일 FTA 최초 체결 효과 

이번 알셉 타결이 우리 산업·기업에 미치는 가장 뚜렷한 대목은 ‘한-일 FTA’가 최초로 체결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일본은 만성적인 무역적자 1위국(2019년 191억6300만달러)이다. 알셉에서 우리의 시장개방 대상품목(개방 유예·제외 포함)은 공산품과 농수산물 모두 합쳐 총 1만2243개(공산품이 약 80%)다. 일본은 9091개다. 이 전체 품목수 중에 관세를 양허(즉각 또는 최장 20년간 단계 철폐)하기로 약속한 품목은 한·일 양국 모두 83%로 똑같다. 알셉에서 각 참여국에 대한 우리의 관세 양허 내용을 보면, 아세안 10개국에는 공통적인 수준을 적용하고 이 공통안을 기본으로 삼되 일본·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는 상대국과의 민감품목을 고려해 각각 양허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개별 양국 사이에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관세철폐 품목과 기간을 넣고 빼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우리가 자동차 시장을 일본에 개방하지 않고, 대신에 일본은 김치·파프리카 등 우리의 수출유망 농산물을 개방에서 제외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 쪽에 ‘우리는 대일본 무역 역조가 심각하고, 일본이 수출규제도 하고 있으니 수입금액 측면에서는 일본이 더 많이 관세를 양허해 양보해야 한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며 “우리는 자동차·기계 등 민감품목은 시장개방에서 빼고, 개방하는 품목도 우리시장의 단계적 관세 철폐기간을 장기(10년·15년·20년)로 하거나 현행 관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나중에 큰 폭으로 완전 양허(이른바 ‘비선형 철폐’) 방식을 활용해 우리 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상호 이익균형을 맞췄다는 뜻이다.

양국간 관세 철폐수준을 보면 수입액 기준으로는 일본이 우리에게 2%포인트(한국 76%, 일본 78%), 공산품만 보면 품목수 기준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2.4%포인트(한국 91.7%, 일본 94.1%) 추가 관세철폐를 했다. 우리는 일본보다 장기 철폐(10년 이상) 비중이 높고(한국 41.6%, 일본 17.1%), 특히 20년 철폐(한국 455개, 일본 2개)와 비선형철폐(한국 105개, 일본 없음)도 우리가 훨씬 많이 활용했다.

알셉 타결로 중국-일본 사이에도 FTA 체결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중국과 일본은 양국 전체 교역품목의 86%를 시장개방 대상으로 약속했다. 한-일간 시장개방 자유화 수준보다 약간 높다. 이미 한-중 FTA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산업은 한-중-일 3국간 시장개방에 따른 수출경쟁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정부는 2013년부터 공식 ‘한-중-일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16차례 진행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중·일은 FTA를 논의중이라서 이번 알셉 틀에서는 3국간에 민감한 품목은 빼고 다소 낮은 수준에서 체결하는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알셉은 기존 ‘한-아세안 FTA’(2007년 발효)에 견줘 1000여개 품목씩 서로 추가로 관세를 철폐해 시장개방 수준을 92~94.5%(품목수 기준)까지 높였다. 한·중·일 시장 개방은 이보다 낮은 셈이다.

알셉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시장을 개방해 우리 산업이 수출 수혜를 볼만한 품목으로는 승용차·화물차·자동차부품·자동차엔진·철강제품·합성수지·타이어·볼베어링·기계부품·냉장고·세탁기·면사·의류·세정용품·사과·배·딸기·맥주·녹차·김(건조)·수산물통조림·황다랑어(냉동) 등이 꼽힌다. 대부분 현행 관세율이 5~40%에 이른다. 반면에 우리가 주요 개방하는 농수산물(현행 관세율 30~50%)은 열대과일(두리안·파파야·구아바·망고스틴·레몬 등)과 음료(맥주·파인애플주스 등)인데, 다만 관세를 제로(0%)로 철폐하는 기간을 대부분 장기(향후 10년 뒤)로 설정했다. 농·수·임산물의 경우 핵심 민감품목(쌀·마늘·고추·양파·고추·냉동 명태 등)과 수입액이 큰 주요 민감품목(파인애플·냉동 새우·냉동 오징어·활 돔·활 방어 등)은 양허에서 제외해 보호했다. 정부는 “농수산물에서 일부 개방품목도 관세 인하폭을 최소화하거나 관세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우리 농수산물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알셉 협정은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과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국내 의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면 60일 후에 발효된다. 다만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발효되지 않는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경제 #fta #rcep #자유무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