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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허용 주장을 '감성팔이'라고 이해한 이들에게

  • 권용득
  • 입력 2018.06.19 15:20
  • 수정 2018.06.19 15:29
ⓒNuStock via Getty Images
ⓒhuffpost

허프포스트에 올린 얘기를 난민은 불쌍하니까 무조건 받아주자는 식의 감성팔이로 이해한 사람이 제법 되는 모양이다. 그와 같은 비아냥 댓글이 가장 큰 호응을 얻고 있길래 약간 흥분해서 대댓글까지 달고 말았는데, 사실 감성팔이 맞다. 감정적으로 쏟아낸 짧은 포스팅을 대충 엮었을 뿐이니까. 따분한 난민법 읽느라 눈알 빠질 뻔했던 건 아무도 안 알아줘도 상관없다. 다만 나는 난민은 불쌍하니까 무조건 받아주자는 얘기를 한 적 없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유엔난민기구가 밝힌 세계 난민인정비율은 2016년 기준 37%인데, 한국은 2%에 불과하다.(4.2%라는 얘기도 있던데, 그건 2014년 기준인 것 같다) 게다가 난민신청자가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해 행정소송까지 가면 승소율은 1%도 안 된다고 한다. 요컨대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이 잠재적 범죄자든 예수님이든 한국의 난민심사과정은 충분히 까다롭고, 그 예멘 난민이 모두 난민 자격을 얻게 될 확률도 상당히 낮다.

물론 유럽의 난민심사과정은 한국보다 까다롭다. 유럽은 바다를 건너야 하는 한국과 달리 아프리카나 중동 쪽 난민이 접경 국가를 통해 손쉽게 유입될 수 있고, 일단 난민신청자의 규모가 한국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때문에 유럽연합 회원국은 서로 손해 보지 않으려고 관련법이나 제도를 촘촘히 만들어 난민심사를 한국보다 엄격하게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난민인정비율은 한국보다 대체로 높다.

말하자면 한국은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한 난민협약국이지만, 앞서 말한 난민인정비율에서 보다시피 무늬만 인도주의 국가 행세를 하고 있는 셈이다. 만일 누군가 난민은 불쌍하니까 무조건 받아주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려 용케 20만 명이 서명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알아서 걸러낸다는 얘기다. 구태여 무슬림 혐오까지 부추길 필요도 없다.

한편 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은 같은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로 가지 않고 왜 하필 제주도로 왔냐는 얘기도 있던데, 말레이시아는 무사증 제도를 시행 중이지만 난민협약국은 아니다. 그보다 그들이 말레이시아를 선택하든 제주도를 선택하든, 그건 그들 자유다. 난민 주제에 자비로 제주도까지 여객항공기를 타고 온 의도가 불순하다며 순수한 난민을 가리려는 시도는 한남들(한심한 남자들)의 순수한 피해자 타령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난민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우리 주변에 난민이 어떤 생활을 하는지, 그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난민 자격을 얻었는지,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가. 대부분 개뿔 모르지 않나. 그러면서 그들의 성별과 종교로 그들을 싸잡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건 혐오가 아니라고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한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유럽도 난민신청자의 지문까지 채취해가며 난민을 선별한다. 할퀴지 않을 고양이를 선별하듯, 물지 않을 개를 선별하듯, 자신들의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을 난민을 선별한다. 그 정도까지 하는데도 난민인정비율은 한국보다 매년 높다. 다시 말해 나는 우리에게 과연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그것부터 먼저 따져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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