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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은 외계인 아닌 평범한 인간" 시리아 난민인 이 셰프는 런던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열어 대박이 났다

″시리아에서 아내와 딸들과 헤어져 몇 년은 혼자 영국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마드 알라나브
이마드 알라나브 ⓒIssy Croker

 

2015년 시리아 출신 이마드 알라나브는 영국에 난민 자격으로 들어왔다. 시리아 내전 때문이었다. 

이마드는 시리아에서 유명 셰프였다. 그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세 개의 인기 레스토랑과 여러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리아 내전 후 그의 레스토랑은 모두 무너져 내렸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라를 떠나야 했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영국에 도착한 이마드는 어떻게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을 찾아야 했다. 셰프 출신이었기에 계속 요리를 하고 싶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이마드는 가족보다 먼저 영국에 도착했다. 

″시리아에서 아내와 딸들과 헤어져 몇 년은 혼자 영국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마드의 말이다. ”가족과 헤어져 있는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 가족 모두 다시 영국에서 만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가족이 소중하다.”

 

이마드의 요리
이마드의 요리 ⓒIssy Croker

 

CNN에 따르면 이마드는 처음에는 난민 자선 단체와 함께 일했다. 유니세프 및 영국 난민 자선단체 ‘츄스러브’와 함께 일했다. 이마드는 중동 요리를 선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난민을 위해 요리했다. 때로는 400명 이상을 위해 요리한 적도 있었다. 이후 이마드는 단체와 함께 여러 레스토랑에서 자선 행사를 위해 그의 요리를 런던 시민들에게 판매할 수 있었다. 그가 참여한 자선 행사 메뉴는 항상 매진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그가 만드는 ‘팔라펠’(병아리콩을  다진 마늘이나 양파, 파슬리, 커민, 고수 씨, 고수 잎과 함께 갈아 만든 반죽을 둥근 모양으로 튀긴 음식)이 런던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이마드는 ”요리를 하고 사람들에게 음식을 선보이는 건 낯선 나라에서 내가 소통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난민이 새로운 나라에서 일하기 위해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좋은 요리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낯선 나라에서 돈을 벌기 위해 요리보다 더 좋은 수단은 내게 없었다.”

이마드는 난민으로 새로운 나라에서 살면서 가장 힘든 건 일부 사람들의 편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에 관한 편견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난민을 마치 외계인 취급한다. 물론 난민의 문화가 자신들과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난민도 사람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난민은 천사거나 악마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둘 다 아니다. 그냥 평범한 인간이다. 난민은 선택하는 게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이마드는 시리아 내전이 없었다면 절대 나라를 떠나지 않았을 거라고 강조했다. ”내 나라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강제로 나라를 떠나야만 했다. 현실적으로 선택권이 없었다.” 

 

이마드의 요리
이마드의 요리 ⓒIssy Croker

 

이마드는 결혼식이나 생일 파티 등의 이벤트에서 요리를 하며 돈을 벌기 시작했다. 그의 꿈은 런던의 중심가에 자신만의 레스토랑을 여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의 요리를 좋아했지만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런던의 임대료는 상상을 초월했다. 2020년 가을, 이마드는 임대료 확보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열었다. 그의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금에 참여했고 약 5만 파운드 (한화 약 8천만 원)을 모을 수 있었다. 

그는 런던 중심가에 ‘시리안 키친’이라는 중동 레스토랑을 열었다. 

″레스토랑을 열고 이후 번 돈 중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은 8천만 원을 꼭 영국 난민 단체에 기부하겠다.” 이마드가 한 말이다. 

이마드는 자선 단체와 함께 일하는 게 기쁘다고 말한다. ”나는 좋은 일을 하면 더 큰 좋은 일로 돌아온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이마드의 말이다. 

이마드가 레스토랑 문을 연 직후 영국도 코로나19 대유행 중이었다. 영국은 한동안 봉쇄 조치가 내려졌고 식당 경영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마드는 ”당연히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많은 런던 시민들은 코로나19 유행 중에도 그의 가게를 꾸준히 찾았다. 그는 요리 철학만큼은 확고하다. ”요리할 때 기본 레시피에 충실하려고 한다. 새로운 시도도 좋지만 지켜야 할 건 지켜야 한다. 너무 많은 재료를 넣으면 오히려 요리의 맛이 떨어진다.” 

″새로운 레시피나 메뉴도 좋아한다. 하지만 무조건 새로운 걸 찾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전통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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