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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난민이 난민심사에서 성폭행 피해 경험을 조롱당한 경험을 털어놨다

난민 면접에서 성소수자들은 성생활 관련 질문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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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입니다 ⓒGeorge Doyle via Getty Images

트랜스젠더 여성인 티아라(가명)는 40년 넘게 살아온 고국을 떠나 한국에 왔다. 고국에선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흉기로 위협당하거나, 성폭력을 당할 위험이 상존했다. 가족마저 “네 가슴에 넣은 보형물을 빼지 않으면 내가 직접 빼겠다”고 위협하자 티아라는 도망치듯 집을 나와 ‘난민’의 길을 택했다. 그러나 친구의 추천을 받아 선택한 한국에서 티아라는 처음부터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난민 인정을 받으려 만난 법무부 소속의 심사관은 성소수자에 대한 기초지식조차 없는 사람이었다. 심사관은 다짜고짜 티아라에게 “왜 트랜스젠더를 하냐”고 물어왔다. 티아라는 당황했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난 좀 다른 것 같았다”고 답했다. 이어진 질문은 더 황당했다. “남자와의 성경험은 언제 했냐”는 것이었다. 수치심을 주는 질문이지만 난민임을 증명하려 그는 용기를 냈다. “11살쯤, 보이스카웃 캠프에 갔을 때 선생에게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

대답이 끝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심사관과 통역자가 티아라의 고백을 듣고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심사관은 “그 선생이 당신한테 처음 성에 대해 가르쳐준 것이구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티아라는 “심사관들이 굉장히 무례했다. 인터뷰 내내 불쾌한 느낌이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고 심사 과정을 떠올렸다.

티아라에게 국한된 경험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성소수자 난민에 대한 이해가 없는 심사관들이 인권 침해적인 난민 면접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난민의 날(6월20일)을 앞둔 18일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의 설명을 들어보면, 성소수자 난민을 지원한 경험이 있는 변호사·활동가들은 “난민 면접에서 성소수자 신청자가 받는 질문 대부분은 성생활과 성적 행동에 관련된 노골적인 질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상인’이 되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느냐”, “성관계를 얼마나 해봤냐, 자주 해봤냐”, “성관계를 할 때 여러 명과 해본 적 있냐”는 등 박해와 차별을 피해온 성소수자 난민에게 2차적인 심리 피해를 유발하는 질문들이다.

전수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성소수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전문성 부족으로 난민 심사 절차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기반한 질문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성소수자는 문란하다’는 편견 아래, 성적으로 노골적인 질문을 하는 건 인간 존엄과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며 “성소수자 정체성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심사관에게) 교육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티아라는 그래도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 지내고 있다. 일자리를 구해 안정적인 미래를 설계하는 게 꿈이다. 티아라는 “불쾌했지만 다 지난 일로 생각하고 넘기려 한다. 최종적으로 난민 인정이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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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난민 #법무부 #트랜스젠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