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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4.3추념사에서 언급된 '레드헌트'는 탄압받던 영화였다

시대가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는 추념사였다.

  • 강병진
  • 입력 2018.04.03 12:07
  • 수정 2018.04.03 12:18
ⓒ뉴스1

4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사에서 소설과 영화, 노래 제목등을 언급했다. “4.3을 기억하는 일이 금기였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온시 되었던 시절, 4.3의 고통을 작품에 새겨 넣어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분들도 있었다”며 해당 작품들을 언급한 것이다.

유신독재의 정점이던 1978년 발표한,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 작가의 ‘까마귀의 죽음’과 ‘화산도’.
이산하 시인의 장편서사시 ‘한라산’.
3년간 50편의 ‘4.3연작’을 완성했던 강요배 화백의 ‘동백꽃 지다’.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임흥순 감독의 ‘비념’과 김동만 감독의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故 김경률 감독의 ‘끝나지 않는 세월’.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

때로는 체포와 투옥으로 이어졌던 예술인들의 노력은 4.3이 단지 과거의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임을 알려 주었습니다.

이 가운데 4.3을 다룬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로 소개된 조성봉 감독의 ‘레드헌트’는 대통령의 말대로 영화관계자들을 “체포와 투옥”에 이르게 했던 영화였다.

 

ⓒyoutube/sungbong cho

‘레드헌트’는 ‘진달래 산천’(2009)와 ‘구럼비-바람이분다’(2013)등을 연출한 조성봉 감독이 1996년에 만든 작품이다. 영화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사람의 유골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1992년 북제주군 조천읍 구좌면에 있는 다랑쉬굴에서 발견된 11구의 사체 중 하나다. 영화가 추적한 죽음의 사연에 따르면, 이들은 4.3사건 당시 동굴에 피신해 있었다가 밖에서 피운 연기에 질식사한 것이었다. ‘레드헌트’는 4.3사건에 관련된 보고서와 증언들을 종합하며 비극의 진실을 드러낸다. 당시 정부는 이 유골을 수습한 후, 다랑쉬굴을 봉쇄시켰다.

‘레드헌트’는 1997년 월, 사전심의를 거쳐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미 그해 5월 서울 다큐멘터리 영상제의 상영작으로 결정됐지만, 주최측에 의해 상영이 취소된 이후였다. 부산영화제를 통해 상영됐지만, 이후 ‘레드헌트’에 대한 탄압은 이어졌다. 1997년 11월 ‘레드헌트’를 상영한 이유로 인권운동사랑방의 서준식 대표가 구속됐다. 1998년 2월에는 조성봉 감독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에도 ‘레드헌트’의 상영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지됐다. 씨네21에 따르면, “광주는 상영 무산, 전주는 관계자 출석요구, 수원은 고발조치에 대한 구두경고, 안양은 과태료 부과 및 출석요구, 대구는 음비법 위반으로 고발”됐다. 이후 조성봉 감독의 구속영장은 기각됐고, 서준식 대표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위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조성봉 감독은 지난 2012년 자신의 유튜브 계정을 통해 ‘레드헌트’를 공개한 바 있다. 아래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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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제주4.3사건 #레드헌트 #조성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