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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9일 11시 24분 KST

‘베낀 소설’로 5개 문학상 휩쓴 손씨는 '해피캠퍼스' 자료를 도용해 여러 공모전에서 수상해왔다

“도용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포상을 취소하고 민·형사상 조처도 취할 예정” - 특허청

PashaIgnatov via Getty Images
손씨는 여러 건의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 '해피캠퍼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다른 사람의 보고서·ìž‘í’ˆ 등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비역 공군 장교 손아무개씨가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보고서를 바탕으로 ‘특허청장상’ 등 여러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 공모전에서 수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손씨는 대학생이 쓴 소설을 도용해 문학상 5개를 수상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공공기관의 허술한 공모전 관리가 문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겨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손씨의 페이스북 갈무리 내용을 확인한 결과, 손씨는 여러 건의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홈페이지 ‘해피캠퍼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다른 사람의 보고서·작품 등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손씨가 수상한 공모전 출품작 가운데 내용이 유사한 해피캠퍼스 저작물을 추려 ‘해피캠퍼스 자료의 원작자가 손씨가 맞는지’ 확인 요청하니, 해피캠퍼스는 “원작자가 손씨가 아니다”라고 확인했다.

포상의 격이 가장 높아 보이는 것은 지난해 10월 특허청이 주최한 ‘2020 혁신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손씨가 받은 ‘특허청장상’이다. 그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자전거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케이-바이크(K-BIKE)’라는 제목의 아이디어를 제출했는데, 이는  ‘해피캠퍼스’에 2018년 4월 올라온 보고서와 제목이 일치하지만 해피캠퍼스에 올린 사람은 손씨가 아니다.

특허청 관계자는 “공모전에 출품된 내용과 해피캠퍼스 보고서의 핵심사항과 주변 사항이 동일해 보인다”며 “도용이 최종적으로 확인될 경우 포상을 취소하고 민·형사상 조처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은 이 사실을 모르고 아이디어를 서울시가 ‘구매’할 수 있도록 ‘거간’ 역할도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행사를 주관한 발명진흥회의 거래전문관들이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공공자전거를 운영하는) 서울시 자전거정책과에 연결해 주기도 했지만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다”고 했다.
손씨는 같은 내용을 서울시가 주관한 ‘2020 시민 도시계획 아이디어 공모전’에도 제출해 우수상을 받았다. 서울시 관계자 역시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자료와 제출한 자료가 일치하는지 확인해보고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통상 공모전은 다른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에 대해선 중복수상이 되지 않도록 거르는데, 걸러지지 않았다.

 

해피캠퍼스 홈페이지 화면캡처
손씨는 여러 건의 공모전에 리포트 공유 누리집 ‘해피캠퍼스’에서 다운로드 받은 다른 사람의 보고서·작품 등을 그대로 내거나, 일부 수정해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지난해 11월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주최한 ‘정보통신 공공데이터 활용 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도 ‘마이 스트리트 듀얼리티’라는 이름으로 장려상을 받았다. 이 역시 지난해 6월 ‘오픈 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관광 상품 발굴과 안전한 재난 대피 유도’라는 제목으로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보고서와 제목이 같지만, 이 역시 손씨가 올린 것이 아니다. 진흥원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면 포상을 회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손씨는 같은 제목의 보고서를 창원시가 주관한 ‘빅데이터 공모전’에도 냈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손씨의 이름과 다른 이름이지만, 주소가 유사한 사람이 ‘케이-바이크’ 보고서를 냈다”며 “이름을 바꿔 응모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청주대학교 지식재산교육상용화센터에서 주관한 ‘창의 아이디어 발명디자인 경진대회’에서도 손씨는 ‘입선’했다. 해당 기관 관계자는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보고서와 손씨가 출품한 보고서의 내용이 99% 일치한다. 중간 제목만 조금씩 다를 뿐 나머지는 거의 같다”고 했다. 안양문화예술재단이 주관한 ‘2020년 상반기 버스정류장 문학 글판’ 공모전에서도 입선했는데, 이 역시 해피캠퍼스에서 자료와 일치했고, 경기 포천시 주관 ‘전국 독후감 공모전’ 우수상 작품도 해피캠퍼스에서 내려받은 자료와 유사한 대목이 많다.

페이스북
대학생이 쓴 소설을 도용해 문학상 5개를 수상한 예비역 공군 장교 손아무개씨 페이스북

최근 문제가 되기 이전부터 손씨의 표절 사실을 확인한 기관도 있었다. 손씨는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강원도 관광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도 장려상을 받았는데, 이 역시 해피캠퍼스 자료와 유사하다. 강원도민일보 관계자는 “손씨가 공모전 말고도 일부 지자체의 ‘홍보 서포터즈’ 활동도 했는데 신청만 해놓고 활동을 안 해 연락을 취해봤지만 잘 안 되었다. 지난해 말 미심쩍어 공모전 출품작을 확인해봤더니 해피캠퍼스 자료와 내용이 유사했다”고 했다.

손씨가 해피캠퍼스 자료로 수상한 사실이 연이어 드러남에 따라, 공공기관·지자체의 허술한 공모전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공모전은 대학생·취업준비생들이 ‘스펙’을 위해 주로 응모하며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엔 정부의 ‘적극행정’이나 ‘그린뉴딜’ 등과 맞물려 아이디어 제안 목적의 공모전도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손씨가 표절·도용한 출품작 대부분은 ‘구글’ 검색을 통해 손쉽게 확인 가능한 내용이었다.

한 공모전 주최기관 관계자는 “도용이나 표절할 경우 수상이 취소될 수 있다는 안내를 하고 있는데, 이런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다른 기관 관계자도 “아이디어 공모전 관련 표절을 확인하기 위해 심사 때 특허청이 운영하는 키프리스에도 확인했지만 도용을 막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이분이 정말 악의로 도용한 것이라면, 이런 사례 때문에 선의로 공모전에 참여해 기업을 돕고자 했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한 분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싶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취재한 공모전 주최 기관·지자체는 “손씨와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 손씨가 한 대학동문회보나 인터넷매체 등에 밝힌 경력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손씨가 공군 군사경찰(옛 헌병) 장교(대위)로 2017년까지 복무한 것은 사실이지만, 손씨의 주장처럼 “국방부 조사본부 산하 사이버범죄수사대 국방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서 사이버범죄 전문 수사관으로 근무”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군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조사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사람이 근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