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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 골목식당' '이상한 나라 며느리' 생사람 잡는 설정예능 논란 가열

관찰예능 '과도한 설정' 잇단 폭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에스비에스)에 이어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문화방송) 출연자들이 잇달아 제작진의 ‘과도한 설정’을 폭로하면서 예능프로그램 조작 논란이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최근 관찰예능이 늘어나면서 이런 논란은 더 잦아지고 심각성도 더해지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한 개그맨 김재욱은 8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글을 올려 ‘악마의 편집’을 주장했다. 4월 맛보기(파일럿) 때부터 나온 김재욱 부부는 시작부터 분노의 대상이었다. 만삭 아내가 내내 부엌에 서서 음식을 만들고, 시아버지가 며느리 건강은 생각지도 않고 자연분만을 강요하는 등 시댁의 행태가 논란이 됐다. 무관심한 남편 김재욱에 대한 지탄도 쏟아졌다. 이에 김재욱은 “우리 집만 악랄한 집안을 만든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출연 전부터 이미 제왕절개를 확정 지었다”며 시아버지의 자연분만 강요는 제작진의 연출이었다고 주장했다. “우리 어머니는 미용실로 (운영이) 바쁘셔서 우리 집 1년에 한번도 잘 안 오신다”며 시어머니가 며느리 집을 수시로 방문해서 벌어지는 갈등 또한 연출임을 내비쳤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화면 갈무리

‘백종원의 골목식당’ ‘뚝섬’ 편에 출연했던 경양식집 사장도 4일 에스엔에스에 제작진의 연출로 시청자의 오해를 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책을 보고 장사를 배운 사람’은 제작진이 만들어낸 설정이었고,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연구하는 장면 또한 제작진의 요청에 의한 연출된 장면이었다”고 했다. 그는 ‘책으로 장사를 배운 사람’이라는 데서 파생한 여러 상황들로 비웃음의 대상이 됐다.

예능에서 조작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갈수록 둔감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2015년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에스비에스)는 딸에게 강제로 입뽀뽀를 하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딸 옆에 슬쩍 누워 안는 등 스킨십이 심한 아빠가 출연했는데, 방송 뒤 성추행이라는 말까지 나오자 큰딸이 “작가님들이 촬영 내내 카톡이나 문자로 ‘○○ 좀 해주세요’라는 연락을 했고, 우리는 그것을 따랐다”며 폭로했다. 2011년 슈퍼스타케이 시즌3에 출연한 예리밴드는 자신들의 이미지가 왜곡된 편집을 한 데 대한 항의로 자진 하차했다. 2009년 ‘화성인 바이러스’(티브이엔)에서 어린 딸을 재벌가에 시집보내려고 갖가지 수업을 시키는 엄마가 공분을 샀는데, 수년이 지나 고등학생이 된 딸은 자신의 에스엔에스에 “한번도 그렇게 교육해본 날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논란이 일 때마다 방송사는 어떤 입장이라도 내놓았지만,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만드는 두 방송사는 출연자의 말이 사실인지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화면 갈무리

예능 피디들의 말을 종합하면 “없는 사실을 만드는 조작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제작진이 설정을 부풀리고 자극적인 편집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 예능 피디는 “이런 프로의 경우 보통 촬영 전에 사전 인터뷰를 통해 출연자의 성격, 환경 등은 물론 그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듣는다. 이를 토대로 인상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식으로 출연자의 특징을 잡는다”고 했다. 또 다른 예능 피디는 “짧은 시간 안에 그간의 일들을 종합해야 하니 몇개월 전에 있었던 사례를 이번에 다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작 또는 왜곡 편집 논란이 벌어지는 원인은 제작진이 출연자를 희생양 삼아서라도 시청률을 올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방송사가 많아지고 관찰예능이 수십개에 이를 정도로 늘어난 상황에서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논란을 부추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한 예능 피디는 “캐릭터가 명확해야 프로그램이 재미있기에 앞뒤 다 잘라버리고 자극적인 편집을 하게 된다”며 “논란이 클수록 포털 등을 장식하게 되고, 프로그램의 인지도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관찰예능의 경우 예전처럼 출연자들이 방송에 익숙해질 시간을 주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필요한 촬영을 끝내는 것도 논란이 잦아진 이유다.

방송사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지적 참견 시점‘(문화방송)에서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장난스럽게 흉내낸 것이 논란이 됐을 정도로, 시청자 인권 의식은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논란으로 시청률을 견인하려는 악습을 털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능 피디는 “갈등이 이는 장면은 출연자의 앞뒤 상황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편집에서 충분히 거를 수 있음에도 그대로 내보낸 것은 제작진의 마비된 윤리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출연자에 대한 문제는 전적으로 제작진의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대중문화평론가는 “다큐멘터리를 표방하는 관찰예능이 많아지면서 방송에서 나오는 일들을 모두 사실로 바라보고 출연자를 평가하게 된다. 방송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제작진이 다큐라는 형식을 빌려와 윤리에 대한 고민 없이 선정성만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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