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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양인 아내와 결혼해 혼혈인 딸을 키우는 흑인 아빠로 수많은 인종차별을 경험했다

딸은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외모 때문에 일본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저자와 엄마 하루키 그리고 딸 칸트라 
저자와 엄마 하루키 그리고 딸 칸트라  ⓒTRACY JONES

 

나는 인구의 98.5%가 단일민족 일본인인 도쿄에 살고 있다. 아내 하루키는 일본인이고, 4살 된 딸 칸트라는 유치원 반에서 유일한 흑인 소녀다. 일본에서 딸을 낳을 때 분만실 간호사가 출산 직후 딸을 보더니 배우 할리 베리랑 닮았다고 한 기억이 난다. 그게 내 딸이 처음 들은 말이었다. 간호사는 내가 혼란해 하는 걸 감지하고 ”아니면 나오미 캠벨?”이라고 마치 칭찬인 듯 말했다.

칸트라는 2013년 여름에 태어났다. 나는 아빠이자 전업주부로서 온라인 세서미스트리트 어린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딸에게 영어 알파벳, 색, 모양, 숫자를 가르쳤다. TV를 살까 생각했지만, 아내가 일본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은 정기적으로 ‘검은 얼굴’을 개그 소재 등으로 사용하거나 흑인 비하를 한다고 설명해 주었다. 

2011년부터 나는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 도쿄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사람들은 내 근처에 앉거나 서 있지 않으려 했다. 그들은 거리를 두었고 날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슈퍼마켓에서 계산대 줄에 설 때에도 내 근처에 선 사람들은 안절부절하며 지갑을 꽉 쥐고 보호하며 내게서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듯 보였다.

지하철이나 기차역에서 일본인이 검은 얼굴을 한 광고를 보는 것은 정말 기분이 나쁜 경험이었다. 아내는 ”칸트라가 TV를 보면서 저런 걸 매일 본다고 생각해 봐”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칸트라가 흑인 비하를 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딸이 4살일 때 지하철에 서 있다가 ”아빠 저게 뭐야?”라고 한 광고를 가리킨 적이 있다. 일본인이 흑인 분장을 한 광고였다. 아내는 ”저건 말도 안 되는 행위야”라고 말했고 칸트라는 ”무섭다”고 답했다. 그 광고판은 ‘세상을 점령하다’라는 뜻의 일본 TV 쇼 ‘치큐 세이후쿠 스루난테’를 홍보하고 있었다.

검은 얼굴을 한 남자가 아마존에 가서 부족에 가입하고 큰 뼈에서 고기를 뜯어먹는 내용이었다. 그걸 본 많은 일본 어린이들은 그 이미지들이 실제 흑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런 알게 모르게 만연한 흑인 비하를 통해 칸트라 같은 아이에게 ‘흑인은 무서운 사람‘이고 ‘곱슬머리는 웃기다’는 이미지를 형성한다. 일본의 단일문화 사대주의 속에 칸트라를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동양인과 흑인 여성으로 키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저자의 딸
저자의 딸 ⓒTRACY JONES
 
 

일본 미디어에서 흑인을 다루는 방식을 통해 흑인 혼혈인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게 된다. 설사 일본인이라 하더라도 집단주의적인 일본인의 틀에 맞지 않으면 강제로 사회가 정한 모습에 순응하도록 교육받는다.

나는 백인이 대다수인 미국 지역에서 남부 출신 흑인 부모 밑에서 자랐다. 백인 동급생들은 자신이 백인이라 (흑인보다) 더 낫다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여전히 흑인의 자부심이 있었다. 나는 칸트라를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키우려고 노력했지만 어려운 일이었다. 

칸트라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전혀 일본인으로 보이지 않기에 일본인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처음에 아이는 왜 아이들이 자신과 놀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아이에게 인종차별을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기에 나는 짜증이 났다. 

나는 ”그 아이들을 잊어라. 넌 그들과 같지 않아”라고 딸에게 말했다. ”아빠는 너한테 화나지 않았어. 아빠는 널 사랑해. 넌 정말 용감한 아이야. 절대 그 사실을 잊지 마.” 이건 내가 어린 시절 부모님이 내게 들려준 말이기도 하다.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러 갈 때마다 일본 주부들은 내가 외부인임을 일깨워준다. 그들은 나를 노려보며 무시하곤 한다. 그들에게 난 투명 인간이거나 귀찮은 존재다. 그들에게 나는 직장에 있어야 하는 외국인이다. 내가 전업주부인 건 그들에게 이상한 사실이었다. 나의 존재는 다른 아이들과 내 딸이 다르다는 걸 더욱더 부각시켰다.

그런 엄마의 아이들은 똑같이 외국인을 배척했다. 내 딸은 그들에게 외국인일 뿐이다. 놀이터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다. 겉으로는 칸트라에게 친절하게 대하지만 속으로는 불편해하는 게 느껴진다. 다른 엄마들이 가식으로라도 칸트라에게 친절히 대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곧 칸트라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칸트라가 2살이었을 때, 운동장에 있는 한 소년에게 달려가 그에게 놀자고 한 적이 있다. 소년은 권투 선수처럼 칸트라의 웃는 얼굴에 주먹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아이들은 마치 칸트라가 킹콩인 것처럼 도망쳤다. 한 소녀는 칸트라를 보고 ‘무서워’라며 엄마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칸트라는 단지 놀고 싶었을 뿐인데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부정당하는 것 같아 정말 가슴이 아팠다.  

 

ⓒГоловина Ксения Александровна via Getty Images
 

칸트라는 거의 매일 다른 아이들로부터 ‘가까이 오지 마’라는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칸트라는 성장하며 다른 아이의 엄마들에게 잘 보인 후 그 엄마의 아이들과 조금씩 가까워지는 전략을 배웠다. 그는 곧 유치원의 첫 학년을 마친다. 그는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고 끊임없이 노래를 부르고 생기가 솟구쳐 나온다. 유치원에서부터 아이는 자신이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했다. 칸트라는 자기가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는 갈색 소녀입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난 아빠랑 똑같지만 엄마하고는 달라요.”

우리는 흑인 선생님이 있는 유치원을 운 좋게 찾았다. 하지만 여전히 흑인 아이를 일본에서 키우는 건 힘들다. 첫 번째 학부모-교사 회의에서 나와 아내는 칸트라가 반에서 유일한 흑인 아이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는 모든 아이들을 똑같이 대한다”고 말했다. 

칸트라의 선생님, 교장 선생님과의 두 번째 만남에서 나는 딸의 머리를 만지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행위는 ”칸트라가 다른 아이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전에도 머리를 만지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여러 번 무시당한 바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그런데 머리를 만지는 게 뭐가 문제죠? 너무 귀여운데요”라고 오히려 되물었다. 그러더니 교장 선생님은 칸트라 흑인 선생님의 머리카락을 만지기 시작했다. 당황한 선생님은 몸을 움츠리며 ”하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차마 그 모습을 볼 수 없어서 몸을 움츠리고 뒤를 돌아봤다.

칸트라가 성장할수록 일본이란 나라에 계속 살아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  칸트라는 자주 ”아빠,  학교 가기 싫어. 엄마랑 같이 집에 있고 싶어”라고 말한다. 칸트라를 집에 데려오는 길에 하루가 어땠는지 물어봐도 그는 대답을 피한다. 솔직히 단지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골치 아픈 경험으로 힘들어하는 건지 헷갈린다.

아침마다 나는 칸트라가 거울을 보게 하고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똑똑하다. 난 아름답다. 나는 강하다”라는 말을 내뱉도록 한다. 우호적이지 않은 환경에 맞서기 위해 칸트라는 이런 행동을 따라 한다. 

일본에서 7년 가까이 살면서 조금은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불편한 공간도 이제는 익숙하다. 아내의 고향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난 일본을 사랑한다. 하지만 칸트라를 위해 아내가 비자를 얻기만 하면 다시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칸트라는 그와 닮은 사람들 주위에서 살아야 한다고 느꼈다. 흑인인 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계속 일본에서 산다면 칸트라는 영원히 그런 사실을 모르게 될 거다. 난 백인 우월주의가 만연한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적어도 내겐 흑인 부모님, 형, 조부모님, 사촌, 삼촌 그리고 이모들이 있었다.

 

ⓒsiraanamwong via Getty Images
 

일본에서 칸트라는 항상 외부인 취급을 받을 거다. 그가 일본어를 얼마나 잘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즘 칸트라는 놀이터에 갈 때마다 혼혈이나 일본인이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아이를 발견하자마자, 그는 달려가 함께 논다. 칸트라는 대부분의 일본인과 다르게 생겼지만, 그의 고향은 일본이다. 일본에는 칸트라와 같은 혼혈 아이들이 소수 살고 있다. 

2015년 ‘미스 유니버스 재팬’이었던 흑인 혼혈인 미야모토 아리아나가 떠오른다. 그의 우승은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대부분의 일본 현지인들은 그가 그들을 대변하길 원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미야모토는 ”일본인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혼혈인에 대한 편견을 보여주는 일화다. 

우리 부부는 칸트라가 누구보다도 뛰어나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와 ”아빠, 검은색은 달라”라고 말할 때, 나는 ”아니야, 사실은 흰색이 다른 거야”라고 말해준다. 

 

 

*저자 트레이시 존스는 미국 플로리다주 출신이다. 그는 주로 단편, 시, 에세이, 그리고 음악, 예술, 영화, 그리고 문화에 관한 글을 작성한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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