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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포스트 다문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생긴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 레인보우 합창단

  • 박수진
  • 입력 2016.11.01 11:43
  • 수정 2016.11.03 05:57

외국인이 TV에 나와 한국 문화를 말하는 모습이 더이상 특이하지 않고, 다른 외모의 한국인이 계속 늘어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인 차별을 하고 또 겪습니다. 허프포스트는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 지나치게 특별하거나, '그저 남의 일'로 여겨지는 '다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지난 9월, 레인보우 합창단의 단원 24명은 미국 뉴욕 UN본부에서 '평화의 날'(9월 20일) 기념 공연을 했다. 인근 뉴저지의 교민 단체 등을 거치는 장기 해외 공연이었다. 한국의 초등학생, 중학생으로서의 생활에 익숙한 대부분의 단원들에게 이 여행은 추억 이상의 경험이었다. 한 사람은 맨 앞줄에 앉아 있던 제인 구달의 얼굴을 알아보고 '나 같은 아이들을 돕겠다'는 자신의 꿈을 떠올렸고, 또 다른 사람은 여러 인종이 섞인 뉴욕을 보고 한국을 벗어나 사는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

모두 공연에 나가는 건 아니지만, 연습에 오는 인원은 50여명에 이른다. 노래와 춤을 완전히 익히지 못해도 언니를 따라와 나름대로 '알토(Alto)' 대열에 끼는 1학년생, 또래만큼은 아닌 한국어 실력을 노래로 따라잡고 있는 '신입생'들을 포함해서다.

한국 사회에서 '남들과 다른' 피부색과 생김새는 그게 어느 쪽이든 벽이 되기 십상이다. 창단 8년째인 레인보우 합창단은 이미 언론에 여러 차례 등장해 제법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유튜브에 올라온 과거 인터뷰 영상들에는 '왜 한복은 안 입느냐', '역시 혼혈이 외모가 낫다', 혹은 '한국 사람보다 외모가 못하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연습실에서 만난 몇 명과 짧은 대화를 나눴다. 아래 일곱 명을 비롯해 한국, 중국, 대만, 일본,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태국, 필리핀, 그리고 또 더 많은 문화권의 아이들은 한 데 어울려 자연스럽고, 즐거웠다.

김예지, 김일우

상탄초등학교 6학년, 한성화교소학교 3학년

대만 다문화가정. 약 5년 전 한국 입국.

- 언제 합창단을 시작했어요?

= 작년 12월에 같이 들어왔어요.(예지)

- 왜 둘이 같이 합창단을 시작했어요?

= 저희가 다문화가정이다 보니까... 그런 걸 찾다가 합창단 오디션을 한다는 걸 보고 들어왔어요. 친구도 사귀고, 노래도 배우고 싶어서요.(예지) 가수 되고 싶어서요.(일우)

- '다문화가정'이라는 말을 언제 처음 알았어요?

= 한국 들어오고 바로 알았어요.

- 둘이 친해요?

= 아니요. 맨날 싸워요. 별 것도 아닌 것 갖고.

- 오늘도 싸웠어요?

= 아니요. 오늘 말 처음 하는 거예요, 지금.

- 여기서 배운 노래 중에 제일 좋은 게 뭐예요?

= 섬머 나잇.(예지) 맘마 미아.(일우)

- 제일 좋아하는 게 뭐예요?

= 게임이요. 자동차 게임하고, 싸우는 게임이요.(일우)

- 게임은 하루에 얼마나 해요?

= 그냥.. 제가 해야 되는 일 다 한 다음에...(일우)

-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게 좋아요?

= 특별하니까 괜찮은 거 같아요. 안 좋진 않아요.(예지)

- 일우는 가수가 꿈인데, 어떤 가수를 좋아해요?

= 악동뮤지션이요.

- 예지는 꿈이 뭐예요?

= 아나운서요.

단원들의 나이는 대략 7살에서 15살까지다. 중3이 돼 나이로 합창단을 '졸업'하는 단원들이 늘자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레인보우 하모니'라는 뮤지컬 공연단을 만들었다. 몇 주전 이들은 첫 작품 '페임'을 완성했다.

배유진

등원중학교 2학년

한국 출생.

- 몇 달 후에 중3이 되면 합창단 졸업이네요. 언제 처음 왔어요?

= 9살 때요. 7년 째예요.

- 왜 합창단에 들어왔어요?

=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엄마 앞에서 많이 불렀는데, 엄마가 이런 합창단이 있다고 알아봐줬어요.

- 이렇게 오래 하고 있는 이유가 뭐예요?

= 애들한테 정도 많이 붙고, 계속 노래 부르고 싶어서요.

- 9월에 UN에서 공연했을 때, 미국에서 살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면서요?

= 거기서 한국이랑은 뭔가 다른 느낌을 받아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생님이 미국은 차별 같은 게 별로 없고, 한국이랑 다르게 자유롭대요. 뭘 입든지 그런 것도 상관 안 하고... 그래서 좋은 것 같아서요.

-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다르게 대하나요?

= 초등학교 때는 애들이 저 같은 혼혈을 못 봐서 많이 놀렸어요. 중학교에 와서는 익숙해져선지 그런 말을 잘 안 해요. 차별도 줄어든 것 같고, 오히려 부럽다, 매력있다는 식으로 말해요.

- 놀리는 게 싫었어요?

= 네, 속이 상했어요.

- 다르다는 말은요?

= 듣기에 불편했어요.

-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어요?

= 네.

- 지금은요?

= 지금은 괜찮아요. 다른 사람 되고 싶지 않아요. 다른 게 더 좋아요.

- 좋아하는 게 뭐예요?

= 노래 부르는 거, 피아노 치는 거, 춤 추는 것도 좋아해요.

- 꿈이 뭐예요?

= 가수나 모델이요.

박찬솔파벨

부평북초등학교 5학년

러시아 다문화가정. 2살 때 한국 입국.

- 유진이랑 같이 합창단을 제일 오래 다닌 멤버라면서요?

= 5살, 6살 정도에 시작했어요. 학교에서만 노래하다가 TV에서 합창단을 봤는데 공연도 나가길래, 그게 욕심 나서 합창단에 다니게 됐어요.

- 가장 좋아하는 곡은?

= 맘마 미아.

- 합창단을 해서 가장 좋은 점이 뭐예요?

= 쉬는 시간에 애들이랑 놀고 장난치는 게 좋아요.

- 지금 12살인데, 외모에 대한 말들을 주위에서 많이 했나요?

= 지금 말고 어렸을 때요. 그냥 인형처럼 생겼다고 말해요.

- 달라보이는 게 특별히 좋거나 싫은 적 있어요?

= 없어요.

- 제일 좋아하는 게 뭐예요?

= 축구. 7살 때부터 3학년 때까지 축구팀 했었어요.

-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누구예요?

= 박지성.

- 꿈이 뭐예요?

= 축구선수요.

- 축구와 합창단 중에 뭐가 더 좋아요?

= 반반이에요. (조금 더 좋은 건?) 조금 더 좋은 건... 합창단이죠.

2015년 JTBC 다문화 캠페인 영상

사실 레인보우 합창단의 공연 이력은 화려하다. 크고 작은 행사에서부터 제18대 대통령 취임식,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등 대형 무대에도 몇 차례 섰다. 문제가 있다면 모여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학교 밖에서 공연도 할 수 있는 이같은 기회가 다문화가정 청소년들, 넓게는 한국의 청소년들 다수에게 그리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일 것이다.

공연을 보고 오디션을 보러 오는 한국인 학생들도 있다. 장미아 단장은 한국 학생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모든 출신국에 대해 전체의 20%를 넘지 않도록 정했다는 규정을 소개했다. 20%에 미치는 나라는 아직 없다.

김 아나톨리

보광초등학교 6학년

고려인, 우즈베키스탄에서 5년 전 이민.

- 합창단에 왜 왔어요?

= 노래를 좋아해서요.

- 노래 잘 해요?

= 잘 하는 편은 아니에요.

- 한국 와서 다른 점이 뭐예요?

= 다른 게 많죠. 우즈벡에 살 땐 백김치 먹었는데 여기는 빨간 김치니까 그런 것도 신기했어요.

- 한국 왔을 때 한국어를 할 줄 알았나요?

= 오기 전에 책이 한 권 있어서 그걸 좀 읽었는데요, 한국에 막 왔을 땐 못했고 와서 배웠어요. 학교 다닐 때 힘들어서 처음 5달은 거의 매일 울었어요.

- 어떻게 괜찮아졌어요?

= 학교에서 한국어반을 다녔는데, 거기 선생님이 많이 가르쳐줬어요.

- 지금 다니는 학교에는 외국인이나, 부모님이 외국인인 친구들이 많죠?

= 네, 반에 두세 명 씩은 있어요.

- 학교에서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다르게 대접받아본 적 있어요?

= 아니요. 비슷해요.

- 꿈이 뭐예요?

= 외교관이요. 지금 러시아어를 배우고 있는데,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존틸라 도엘린

용암초등학교 6학년

약 4년 전 필리핀에서 이민.

- 언제 합창단 시작했어요?

= 2013년 7월 쯤에요. 학교에서 선생님이 제가 노래 좋아하는 걸 보고 오디션 보라고 알려줬어요.

- 지금까지 꾸준히 하는 이유가 뭐예요?

= 친구들과 같이 하는 게 재밌어서요.

- 소프라노 솔로로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UN 공연에 못 가서 아쉬웠겠어요.

= 미국 비자 신청하는데, 제 것만(필리핀 국적) 늦게 나와서 못 갔어요. 아쉬워요.

- 솔로로 꼭 불러보고 싶은 노래 있어요?

= 많아요. 좀 어렵지만.. '넬라 판타지아'를 전에 준비하다가 부족해서 공연을 못 했거든요. 그거 다시 하고 싶어요.

- 평소에 다르게 생겼다는 말을 사람들이 하나요?

= 조금요. 놀릴 때... 기분이 좀 나빴고 슬펐어요.

- 어릴 때와 지금이 비슷해요?

= 어릴 때는 그냥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기분이 나빠요. 장난으로 하지만요.

- 다르다는 말이 싫은가요?

= 네.

-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지고 싶어요?

= 그건 아니에요. 전 그냥 제 자신이니까.

- 평소에 가장 즐거운 일이 뭐예요?

= 합창단 공연하는 거요.

- 꿈이 뭐예요?

= 가수요.

- 어떤 가수?

= 음... 아이돌? 걸그룹?

- 걸그룹 중에 누구 좋아해요?

= 여자친구요. 그중에서는 예린 제일 좋아해요.

후원으로 운영되는 재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대의상이다. 7살에서 15살까지의 단원들은 쭉쭉 자란다. 사진에서처럼 전통 의상을 입을 때는 각자 맞는 사이즈의 옷을 찾아입는다. 물론 운영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변화들도 있다.

황창우

우면초등학교 5학년

일본 다문화가정. 약 5년 전 한국 입국.

- 4년째 다니고 있다던데, 어떻게 알고 왔어요?

= 다른 센터에서 같이 태권도 다닌 형이 하고 있길래 따라왔어요.

- 그 형 아직 하고 있어요?

= 아니요. 나갔어요.

- 왜요?

= 변성기 왔어요.

- 합창단 활동에서 가장 재미있는 게 뭐예요?

= 노래하는 거요. 좋아하는 노래는 '섬머 나잇'이요.

- 혹시 집에서 춤 연습 따로 해요?

= 아니요. 집에서. 그냥 있어요.

- 학교에서 앞에 나가서 노래하라고 할 때 있어요?

= 네.

- 학교 친구들도 노래 잘하는 거 다 알아요?

= 네.

- 평소에 다른 사람들한테 외모가 다르다는 말 들어본 적 있어요?

= 아니요.

- 제일 좋아하는 건 뭐예요?

= 음... 마인크래프트요.

- 얼마나 해요?

= 음... 그냥 하루에 한 번 정도.

- 얼마나?

= 어... 30분?

- 꿈이 뭐예요?

= 게임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요.

- 뭐 할 때 가장 행복해요?

= 잘 때요.

- 게임 진짜 하루에 30분만 해요?

= 아... 30분 아니고 한 몇 시간 해요.

9월 16일 UN본부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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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윤인경 비디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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