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새로운 퀴어 페스티벌이 26일 이태원에서 열린다

ⓒhuffpost
제 1회 서울 드랙 퍼레이드 로고
제 1회 서울 드랙 퍼레이드 로고

 서울 및 다양한 도시에서 퀴어문화축제에 이어 매년 개최를 목표로 이번주에 그 첫회가 열리는 새로운 퀴어 페스티벌이 있다. 이번주 토요일(26일) 오후3시부터 부스행사를 시작으로 행진과 공연과 파티가 이어지는 구성의 서울 드랙 퍼레이드이다. 만약 퀴어 공연문화와 인권운동의 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드랙‘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면, ‘드랙’에 대한 설명이 나와있는 지난 허프포스트 포스팅을 읽어보도록 하자.

지난 포스팅 읽어보기 (클릭)

드랙에 대해 어느정도 감을 잡았다면, 서울 드랙 퍼레이드 조직위원 두 명과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이것이 어떤 행사인지를 본격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Argus Paul

알리 자후 (운영감독, 조직위원) 인터뷰

- 드랙 퍼레이드란 무엇인가?

=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드랙을 기념(celebration)하는 행사이다. 그것이 과장되게 페미닌한(feminine) 스타일의 드랙이든, 과장되게 머스큘린(masculine)한 스타일의 드랙이든, 성 구분을 짓기 모호한 중성적인 드랙이든, 혹은 퍼포먼스 아트나 컨템포러리 아트의 형태로서의 드랙이든, 아니면 전례에 없던 전혀 새로운 모습의 드랙이든 말이다.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개인의 섹슈얼리티와 더 나아가 정체성을 의상과 메이크업 등을 수단으로 사용해 표출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 서울 드랙 퍼레이드와 퀴어문화축제의 퍼레이드는 어떻게 다른가? 또 어떻게 비슷한가?

= 우선 비슷한 점을 말하자면 두 퍼레이드 모두 성소수자의 인권 및 개인의 참된 정체성의 표현의 자유라는 공통된 목표와 취지를 공유하는 행사들이다. 다른 점 이라면 퀴어문화축제에는 더 다양한 카테고리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다양성과 규모 면에서 아무래도 더 큰 행사이다.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퀴어 문화 안에서도 드랙이라는 서브컬쳐 한 부분에 조금 더 집중하는 행사이다. 하지만 드랙를 하는 퀴어들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는 절대 아니다. 드랙, 나아가 퀴어 문화에 전반적으로 관심이 있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받을 수 있는 행사이다.

- 본인(알리 자후)은 누구이며, 조직위원으로서 이 행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 나는 영국 런던출신인데, 런던대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는 연세대학원에서 퀴어의 이주(migration)와 인권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다. 따라서 학술적인 측면에서도 도움을 주고 있고, 과거에는 고려대학교와 북경사범대학에서도 공부해서 영어, 한국어, 중국어가 가능하여 언어 측면에서도 행사의 준비와 진행에 도움을 주고 있다. 조직위원장인 히지 양(Heezy Yang)이 기획 및 주된 업무를 맡고 있고, 나는 한걸음 뒤에서 도와주는 역할이랄까. 소셜미디어(SNS) 관리와 홍보를 돕는 캠페인 매니저 역할도 하고 있다.

- 서울 드랙 퍼레이드는 어떤 행사가 되었으면 좋겠나?

= 재미난 행사. 결과적으로는 참가한 사람들이 퀴어 문화의 중요한 한 부분인 드랙이라는 것의 개념과 그 역사를 조금이라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또한 이 행사가 소수자의 가시성(visibility)를 불러오고, 나아가 사람들이 젠더(gender), 퍼포먼스(performance), 아트(art)와 퀴어(queer)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면 한다. 편견이나 스테레오타입 같은 것들 말고, 마음을 열고 한층 더 깊게 생각하여 몰랐던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Argus Paul
ⓒEd Jones
ⓒArgus Paul
ⓒRichard Rothstein
ⓒ유철웅
ⓒ유철웅

히지 양/허리케인 김치 (설립자, 조직위원장) 인터뷰

- 서울 드랙 퍼레이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 내가 드랙을 시작한지 5년째에 접어들었다. 이제 드랙이 무엇인가에 대해 내 언어로 정의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드랙이라는 수단을 통해 이룰 수 있는 긍정적인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공연계에 다양성을 불러오고, 우리 성소수자들과 우리가 직면한 어려움의 가시화와 같은 것들. 게다가 퀴어 신(scene)에서 행사 참여 및 주최를 하고 공연 활동을 한지는 6년이 넘어 많은 퀴어 관련 단체들과 개인들과 네트워킹을 통해 어느 정도 친분도 쌓았다. 드랙, 공연, 기획, 주최, 운영, 인맥 이 모든 것들을 활용 가능한 위치에 내가 도달했다면, 그것을 활용해서 크고 긍정적인 무언가를 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떻게, 왜 드랙을 시작하게 되었나? 본인의 드랙(허리케인 김치)에 대해 설명해달라.

= 2014년 처음 드랙을 시작했을 때에는 서울의 드랙 신이 크지 않았지만 운이 좋게도 내 주변에 드랙을 하는 친구들이 꽤 있었다. 그들에게 영향을 받고 영감을 받았다. 호기심에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드랙이라는 것이 주는 해방감과 예술적 자유, 표현의 자유에 매료되었다. 내 드랙 캐릭터인 허리케인 김치는 단순히 여성처럼 보이고자 하는 게이 남자가 아니다. 최근에는 드랙을 할 때에도 면도를 하지 않고 수염을 그대로 두고 있다. 남자 옷, 여자 옷, 남자 화장, 여자 화장 등의 고리타분한 구분을 벗어나서 내가 입고 싶은 모든 것을 입고, 내가 되고 싶은 모든 것이 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나에게 있어서 드랙이다. 무대에서는 주로 라이브로 노래를 하지만, 허리케인 김치의 활동은 무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리에 나서서 시위도 하고, 인권과 관련해서 정치적 의견도 표출한다. 해외에서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해 많은 것들을 이룩한 시위나 행사들의 역사만 봐도 드랙 아티스트들이 늘 있었다. 나 또한 무대에만 서는 드랙 아티스트가 아니라 이러한 의미 깊은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드랙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드랙이 여성과 트랜스젠더를 조롱(mocking)하고 여성의 전통적인 모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고착시킨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사람마다 드랙을 다르게 정의한다. 거기에 정해진 하나의 정답은 없다. 어떤 이들은 드랙을 통해 여성이나 트랜스젠더를 조롱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드랙 상이나 서울 드랙 퍼레이드가 장려하는 드랙 상은 결코 그런 게 아니다. 앞서 질문에서 말했듯이 남자가 여자옷을 입고 여자 흉내를 내는 건 나와 본 행사가 말하는 드랙이 아니다. 여자가 머스큘린(masculine)한 모습의 드랙킹이 될 수도 있고, 여자가 페미닌(feminine)한 드랙퀸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을 남자나 여자로 규정짓지 않는 논 바이너리(non-binary)와 젠더 논 컨퍼밍(gender non-confirming)한 사람들도 드랙을 할 수 있다.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착화 시키려는 게 아니다. 한마디로 정 반대이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 그게 목표다.

- 본인이 바라는 서울 드랙 퍼레이드의 미래를 말해본다면?

= 아직 1회도 열리지 않은 시점에서 감히 미래를 말해보기는 조금 이르다 싶기도 하다. 하지만 꿈을 꾸고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게 죄는 아니니까. 우선 이번 토요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 입는 사람 하나 없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개최지인 이태원은 서울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시청과 같은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 집회 장소는 아니지만, 퀴어 바와 클럽 등이 모여있는 곳이라 퀴어들이 가장 편안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혐오세력이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그 분들도 어차피 와야 한다면, 부디 최소한 육체적으로 피해보는 사람은 없게 선을 지켜주셨으면 한다. 하지만 그 분들이 오신다면, 슬프게도 우리의 마음과 정신이 상처입는 것은 불가피 할것이다. 하지만 숨지 않고 거기에 당당하게 맞서는 게 바로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정신 아닌가. 성소수자 인권과 관련해서도 의미 있는 행사지만, 또한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재미난 축제로 소문나 매 년 하고 싶다. 부디 많은 분들이 와 주셨으면 한다.

- 일기예보 결과가 계속 변하는데, 만약 퍼레이드 당일에 비가 온다면?

= “Don’t rain on my parade! (내 퍼레이드에 비를 내리지 마라!)”라는 노래가 있다. 비는 우리를 막을 수 없다. 드랙의 아름다움과 인권의 중요성은 비에 가려지지 않는다. 비올 때 쓰지 않을 거라면 우산은 왜 존재하겠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ra Streisand)의 Don’t Rain On My Parade

- 5월 26일 토요일 행사 일정을 말해달라.

= 3시부터 이태원에 위치한 퀴어-프렌들리 바 겸 카페인 The LINK에서 부스 행사가 시작된다. 드랙 아티스트들 및 퍼레이드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 곳에 모이면 4시 쯤 행진을 시작할 예정이다. 혐오 세력이 우리를 방해를 준비할 시간을 최대한 주지 않기 위해 행진 코스는 퍼레이드 직전에 The LINK에서 공개 할 예정이다. 행진을 마친 후 부스행사를 즐기거나 식사를 할 수 있게 약간의 쉬는 시간이 있다. 많은 분들이 문의를 주셨는데, 퍼레이드에는 미성년자도 참여가 가능하다. 다만 애프터파티에서는 주류 판매가 이루어지므로 거기에는 청소년은 참여가 불가능하다.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The LINK에서 애프터파티 1부가 열린다. 여기서는 한국인 드랙 아티스트들의 춤, 노래, 립싱크 공연을 즐기고 게임과 추첨을 통해 경품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밤 10시 30분부터는 해방촌의 래빗홀 아케이드 펍(Rabbithole Arcade Pub)에서 애프터파티 2부가 열린다. 여기서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외국 출신 드랙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이 파티에서는 공연 이후 디제이의 핫(hot)한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밤새도록 춤을 출 수 있다. 대낮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드랙으로 가득한 특별한 하루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인터뷰 #서울드랙퍼레이드 #퀴어 페스티벌 #알리 자후 #히지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