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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고 싶은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이 다른 사람의 호소

다시 노력하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동성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은 일시적일 거로 생각했다.

온라인 취재에 응하는 L씨
온라인 취재에 응하는 L씨 ⓒHuffPost Japan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눈길이 가고 좋아하는 여성과 ‘사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적 매력은 느껴지지 않는다. 반대로 남성과 만나 이야기할 때, 성적으로 강하게 끌리기도 한다. 하지만 사귀고 싶지는 않다.

 

″모순된 감정에 매일 스트레스 가득”

일본 관동 지방의 30대 남성 L 씨는 허프포스트 일본과 인터뷰하며 “나는 게이 성향 양성애자”라고 말했다. 그는 연애하고 싶은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이 다른 고통을 밝혔다. 자신의 성적지향이 바뀌길 원한다고 호소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자는 요즘 사회적 트렌드에 오히려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생각도 든다. 어디에도 말하기 쉽지 않아 고립감을 느낀다”라고 전했다.

일본 사회에서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 사회는 단계적으로 이들을 이해해 나가고 있다. 반면, 연애하고 싶은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이 다른 사람의 고뇌와 갈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나는 게이 성향 양성애자”

L 씨는 대학교 3학년 때. 아르바이트 중 한 남성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이런 고민이 시작됐다.

″어째서 남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지 당황스러웠다. 다시 노력하면 이성애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동성에게 두근거리는 마음은 일시적일 거로 생각했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실험실의 엄격한 분위기와 취업 불안감이 더해져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우울증이 생겼다. 종교에 심취하여 인터넷에서 선교 활동도 해보고 안락사 방법도 찾아보았다. 다행히 병원에서 준 약을 먹고 생활 습관을 개선하며 조금씩 나아졌다. 

처음 누군가를 사귄 것은 25세 때. 상대는 여성이었고 일이 바빠서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이후에도 그에게 호의를 갖고 다가와 준 여자는 있었다. 다만 그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강한 성적 매력을 느꼈다.  

“이도 저도 아닌 나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는 건 상대방에게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 적극적으로 연애를 할 수 없다. 내 성적 취향을 솔직하게 알릴 정도로 타인에게 마음을 열 수 없어 너무 답답하다.”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도쿄 · 시부야의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다양한 성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는 퍼레이드의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9 년 4 월)
'도쿄 레인보우 프라이드'-도쿄 · 시부야의 거리를 행진하는 사람들. 다양한 성에 대한 이해를 호소하는 퍼레이드의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2019 년 4 월) ⓒ시사통신사

연애하고 싶은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이 다른 사람들

다양한 성적 방식의 라이프스타일도 포용하는 사회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 ‘페어(Fair)’ 의 관계자인 마츠오카는 “연애를 하고 싶은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은 다를 수 있다. L씨처럼, 연애는 여성과 하되 성적 끌림은 남성에게 더 느끼는 성향은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의 차이일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연애 지향’이란 말은 무성애자 커뮤니티에서 많이 쓰인다. 무성애자는 흔히 성적 매력을 남에게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하지만, 무성애자 중에서도 다른 사람과 연애를 하고 싶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성 소수자 커뮤니티의 다양성을 설명할 때 중요한 점은 연애 감정과 성적인 끌림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연애 감정을 품는 방식을 ‘로맨틱’이라고 하고, 그렇지 않은 방식은 ‘에이 로맨틱’이라고 한다. ‘로맨틱’ 중에서도, 이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헤테로 로맨틱‘, 동성에게 연애 감정을 느끼는 사람은 ‘호모 로맨틱‘,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끌리는 사람은 ‘바이 로맨틱’이라고 부른다고 마츠오카는 설명했다.

아직 일본 사회에 성소수자에 대한 괴롭힘 및 편견이 만만치 않다. 많은 사람이 직장이나 가족에게 성적 지향을 밝히지 않고 생활한다.

“난 연애지향 대상과 성적지향 대상의 성별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가장 큰 고통이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이나 편견이 없어지더라도 이 모순을 없애고 일관된 취향을 갖고 싶다. 세상에는 연애 대상 및 성적 대상이 완전히 일치하는 사람만 있는 게 아니라 나 같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갈등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성소수자의 상담을 지원하는 오가 카즈키 씨
성소수자의 상담을 지원하는 오가 카즈키 씨 ⓒHuffPost Japan

성소수자 학생의 상담을 지원하는 공인 임상 심리사 오가 카즈키는 “이성애가 더 좋은 성적 지향이라거나, ‘연애하고 싶은 상대의 성별과 성적으로 끌리는 성별은 일치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는 성 소수자에게 ‘나는 잘못되었고 소중하지 않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즈키는 지금까지 연애 대상과 성적 대상의 성별이 다르다는 이들과 여러번 상담을 진행했다.  

“성 소수자가 정체성에 대해 갈등을 느끼는 것은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 과정은 스스로를 이해하기 위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다. 그러한 고민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경시하지 않고 공감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허프포스트 일본판 기사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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