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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창원은 자신을 "상냥하지만, 악으로 규정한 존재에겐 악마"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리스트 김성일과 인터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만났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성일 스타일리스트와 만났다. ⓒ강태욱(워크룸케이 대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52) 의원을 김성일 스타일리스트가 만난 날은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다음 날이었다.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표 의원은 “치열한 논의 끝에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찬성했다”며 “당론에 따라 찬성했다는 이유로, 개정안을 반대하는 분들로부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라고 털어놨다. 김씨는 “정치인 되면 변한다던데...”라고 농담을 던지면서 질문을 이어갔다. “당선 후에 달라진 점은 없나?” 표 의원은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맷집이 좋아야 한다”고 웃으면서 답했다.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지 2년의 세월이 흘렀다. 여의도 정치판에서 그는 유독 옷 잘 입는 의원으로 소문나 있다. 의원 모꼬지에도 여러 벌을 챙겨 갈 정도라고 한다. 김씨가 그를 만난 건 우연 아니라 필연 같아 보인다.

김성일(이하 김) 표창원 의원이 과거 한 티브이(TV) 시사 프로그램에서 범죄 관련 자문을 할 때부터 팬이었어요. 하지만 실제 보면 다를 수 있잖아요. 실망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첫인상이 상냥하셔요. 저는 상냥한 사람을 좋아해요.

표창원(이하 표) 저, 상냥한 사람이에요. 재밌게 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웃음) 다만 제가 악이라고 규정한 존재에겐 악마가 돼요.

세상이 상냥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거 같아요. 대표적인 곳이 정치판이고요. 제가 속한 패션계는 더 자유롭고 사람들끼리 친하지 않냐 하는데 여기도 튀는 사람은 고생합니다. 고생하셨죠?

그런 적이 많았죠. 성격이 순종적이지 않았거든요. 공부보다 우정이 더 중요하다면서 부모님 고생시켜드렸죠. 학교에서도 도발적인 주장을 많이 해서 골치 아픈 학생이었어요. ‘학교에 흡연실을 설치해 달라’ 같은 괴상한 요구도 하고. 규율이 엄격한 경찰대학에서도 선생님이 편향된 말씀을 한다 싶으면 이의를 제기했죠. 경찰관이 돼서도 상관이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지시를 하면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라고 했지요.

’꼴통’ 학생이셨네요. (웃음)

청소년기부터 날카로운 아이였어요. 경찰이 돼서는 실제 범죄자들과 맞닥뜨리니까 언제나 긴장 상태였어요. 형사계 소속이어서 늘 삐삐를 차고 다녔어요. 어쩌다 오는 휴일에도 삐삐가 울리면 나가야 했죠. 견뎌낼 여자 친구가 없었어요. 아내를 만나고 많이 달려졌지요. 아내라는 평온한 세계를 만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범죄심리 분석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2012년 국가정보원의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경찰대학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야인이 됐다. 3년 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주당)에 입당하면서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됐다.

김성일(사진 왼쪽) 스타일리스트와 표창원 의원.
김성일(사진 왼쪽) 스타일리스트와 표창원 의원. ⓒ강태욱(워크룸케이 대표)

 
입당하기 전까지 어땠어요?

그땐 거의 피해망상 비슷한 상태였어요. 강남의 한 식당에서 누굴 만나기로 했는데, 그 사람이 제 이름으로 예약을 한 거예요. 만나 얘기를 하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방문을 확 열었더니 밖에 20대 남자가 엿듣고 있더라고요. 제 착각이었을지도 모르죠.

고생하셨네요. 오늘은 ’사람 표창원’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전 ‘셜록 홈스‘나 ‘괴도 뤼팽’ 시리즈를 좋아했는데, 의원님의 언론 인터뷰를 찾아보니 저와 비슷하시더라고요. 그 소설을 읽으면서 경찰에 대한 동경이 생겼나 봐요?

‘셜록 홈스‘에 나오는 경찰들은 좀 멍청해 보였죠. 그런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웃음) 반면 뤼팽은 범죄자인데도 묘한 매력이 있었죠. 책 읽고 현실과 혼동하기도 했죠. 동네에서 친구들을 모아 놓고 셜록 홈스처럼 놀았거든요. 그때는 간첩 신고가 유행일 때라, ‘지금부터 간첩을 잡는다’ 하고는 동네 곳곳에 친구들을 배치했죠. 한번은 수상쩍은 어른을 미행하다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어요. 경찰들이 와서 보니까 전혀 문제없는 분이라서 혼났어요.

그때는 삐라 갖다 주면 돈 주던 시절이잖아요. 참 희한한 것은 뤼팽이 범죄자인데도 안 잡히기를 바랐다는 거예요. 우리도 의적 홍길동이 있죠. 법을 어기는 사람인데 필요하니까 사람들은 용서하잖아요. (그런 이를 보호하기 위해) 법적인 예외 조항 필요하지 않아요? ‘표창원의 심리’와 비슷하지 않나요?

요새 ‘마블 코믹스’의 영웅들이 인기죠. 히어로가 있고 악의 편에 선 영웅적인 캐릭터인 반 히어로도 있잖아요. 어사 박문수나 이순신 장군처럼 정당한 일을 하는 이들을 보면서도, 사회는 불안하니까 정의 실현을 위해 법과 시스템을 뛰어넘는 누군가를 열망하는 거죠. 언제나 권력자나 가진자들은 법을 잘 알고 이용하는 반면 서민들은 피해를 보잖아요.

법을 어겨도 선한 일 한다면 그런 존재는 인정하시는 건가요?

아니죠. 조금 불완전하더라도 법을 존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영웅은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그동안 인간이 노력해서 쌓아온 법체계를 어기는 것을 허용한다면 전두환 같은 사람이 이를 악용할 수도 있잖아요.

어떤 인터뷰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신>을 꼭 읽어라, 그다음은 <데미안>과 세계의 모든 신화, <좌와 벌>을 읽으라고 하셨어요. 추천 책을 보면 사람이 사는 것과 사람끼리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듯 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나’,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그런 건 어떤 의미가 있나’가 궁금해요. 그걸 알기 위해 공부했고, 직업 선택도 그 연장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생각조차 사치라고 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 있죠. 그들을 위한 일을 하는 이가 공적 역할을 맡은 사람입니다. 임무라고 생각해요. 잊지 않기 위해 다시 읽어요.

싸움꾼처럼 보이는 때가 많아요. 전 다른 이와 다툼이 생기면 주변 사람에게 객관적인 의견을 물어요. 어떻게 해결하는 편인가요?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진 않아요. 하지만 제가 모르는 정보나 의견은 참조하려고 하죠. 어릴 때부터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들었거든요. 한 번 ‘이거다’하면 누가 뭐라고 해도 꿈쩍하지 않아요. 어떻게 해서든지 끌고 나가서 제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식이었죠.

패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정치인 중에 패션 일등은 표창원 의원이라고 하더군요. 제복만 입었을 텐데요, 어떻게? 아내 도움이 컸나요?

아내의 꿈이 패션 디자이너였거든요. 1995년 아내를 처음 만났을 때, 넓은 양복바지에 까만 구두 신고 보라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어요. ‘이 인간을 개조시켜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제 패션은 다 아내의 작품입니다. 오늘 제 패션은 어때요?

정말 멋있어요. 재킷을 몸에 맞는, 정확한 사이즈로 제대로 입는 정치인은 딱 두 명 봤어요. 표창원 의원과 민주평화당 의원이자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인 정호준씨요. 양복의 남색은 차분하고 친절한 느낌이면서도 약해 보이지 않는 색입니다. 패션은 상상력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정치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동감해요. 관행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요. 기존 틀대로 한다면 제가 국회에 왜 왔냐 싶어요. 전형적인 정치인이 되느니 차라리 야인 시절로 돌아가는 게 낫죠.

전에는 지적이고 신사적이면서도 마초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뵈니 상냥함이 배어 있네요. 신념은 강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태도가 정말 상냥해요.

앞으로도 상냥하고 강직하게 일하겠습니다.(웃음)

표창원 프로필

1999~2012년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

2013년 경찰대학을 그만두고 방송 등 출연하면서 야인 생활. 제27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상 수상.

2014년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를 열고 소장으로 활동.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주당)에 입당.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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