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36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을 지지한다고 10일 밝혔다. 푸틴은 2036년에 83세가 된다.
지난 1월 ‘종신 집권’을 위한 개헌 구상을 공개했던 푸틴은 이날 두마(러시아 연방하원)에서 연설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포함해 누구든 (연임) 제한을 없애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헌법은 대통령이 2회 이상 임기를 이어갈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푸틴은 2000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사실상 2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해왔다.
그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연임한 뒤, 중임 금지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측근인 디미트리 메드페데프에게 대통령을 맡기고 ‘실세 총리’로 물러났다. 이어 4년 만인 2012년 대선에 나와 다시 6년 임기로 바뀐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두 번째 임기인 현재 임기는 2024년까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세계 최초의 여성 우주인이자 친푸틴 성향 여당 의원인 발렌티나 테레시코바 의원이 제출한 개헌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나왔다. 테레시코바 의원의 개헌안에 따르면 푸틴의 누적 임기는 ‘0’이 된다.
푸틴 대통령은 ”원칙적으로 이 선택지는 한 가지 조건에서 가능할 것”이라며 ”이와 같은 개헌이 헌법의 원칙과 핵심 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경우”라고 설명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1991년 소련(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여전히 재건의 과정을 밟고 있다며 ”국가적으로 그와 같은 충격과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는 안정성이 아마 가장 중요할 것이며 그게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BBC는 그동안 집권을 연장할 뜻이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던 푸틴이 이날 연설에서 테레시코바 의원의 제안을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4월22일에 헌법 개정안에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만약 헌법 개정이 확정되면 푸틴은 83세가 되는 2036년까지 최대 두 번의 임기를 더 역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친푸틴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두마는 이날 테레시코바 의원이 제출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