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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1월 11일 20시 03분 KST

대한민국이 법적으로 부모가 자식을 체벌할 수 없는 61번째 국가가 됐다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바뀔지 주목된다.

spukkato via Getty Images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진 상황에서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어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한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1958년 제정민법 때부터 포함돼 ‘체벌 허용’ 규정으로 활용됐던 조항이 60여년 만에 삭제됨에 따라 ‘자녀 훈육을 위해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바뀔지도 주목된다.

‘친권자는 자녀를 보호·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게 민법의 징계권 조항이다. “보호자는 아동에게 신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을 가해선 안 된다”는 아동복지법(2015년 개정)과 충돌하는 조항이었고, 대내외적으로는 여전히 체벌이 가능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매년 체벌금지 국가 목록을 발표하는 국제인권단체 ‘아동에 대한 체벌 근절을 위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3월 “한국은 민법 징계권 규정이 존재하므로 체벌이 금지된 국가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1979년 스웨덴이 처음으로 아동 체벌을 금지한 이래 독일·프랑스·스페인·케냐·튀니지·브라질·파라과이 등이 체벌금지를 법제화했다. 가장 최근에는 일본이 지난해 4월, 부모의 체벌금지 등을 담은 개정 아동복지법을 시행하는 등 지난해 7월 이 단체가 발표한 체벌금지 국가는 모두 60개국이었다.

징계권 조항이 삭제됨에 따라 아동 체벌에 대한 법원의 태도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2002년 대법원은 3살 딸에게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며 “죽여버린다”고 한 아버지의 협박죄가 유죄라고 판단하면서도 자녀 징계권은 “인격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방법으로 행사돼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방법’으로는 체벌도 가능하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아동학대죄로 기소된 다수의 부모들은 징계권 조항을 들어 정당한 훈육이라고 변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법제화와 함께 훈육을 위한 체벌은 불가피하다는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부모 10명 중 4명은 여전히 자녀를 키울 때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는 “징계권 삭제를 출발점으로 정부에서도 법 개정을 충분히 알려서 아동 체벌이 더이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1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 앞에서 정인이 양부모 재판을 이틀 앞두고 엄벌을 촉구하며 학대아동들의 사진을 진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