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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는 '국립 질투심 날'에 국민 모두의 소득을 공개한다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제도라며 반대하는 자들도 있다

  • 김태성
  • 입력 2018.11.05 14:41
  • 수정 2018.11.05 14:47
핀란드는 매년 11월 1일 자국민의 과세소득을 모두 공개한다. 헬싱키.
핀란드는 매년 11월 1일 자국민의 과세소득을 모두 공개한다. 헬싱키. ⓒHuffPost

당신의 수입은 얼마인가? 사실 묻기도 또 대답하기도 어색한 질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벌이를 잘 공개하지 않는다. 사람의 가치를 돈으로 따지는 현대 문화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는커녕 가족에게도 자신의 수입을 알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생판 모르는 남도 다른 개인의 소득을 알 수 있다. 매년 11월 1일 ‘국립 질투심 날’이라는 명칭을 얻은 이 날, 핀란드 정부는 모든 국민의 과세소득을 공개한다.

핀란드 뉴스캐스터 일레 우우티셋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재정적 관음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핀란드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연간 행사”라고 ‘국립 질투심 날’에 대해 설명했다.

핀란드 언론은 정부가 제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득이 가장 높은 사람들, 셀러브리티들의 소득(예를 들어 핀란드의 가장 유명한 포르노 배우 안시 비스카리는 총 $27,200을 벌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리고 세금을 덜 낸 사람들이 누군지 분석했다.

이 중에는 자신의 납세 기록이 공개되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핀란드인도 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많은 세금을 낸 것으로 밝혀진 게임 개발업체 ‘슈퍼셀’ 창립자 일카 파나넨과 미코 코디소하가 그런 사람들이다. 2017년 파나넨은 7천4백만 달러, 코디소하는 6천5백만 달러의 소득을 보고했고 이에 대한 세금을 냈다. 파나넨은 ”핀란드 사회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았다. 이젠 우리가 사회에 돌려줄 때다.”라고 납세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2014년에 밝힌 바 있다.

물론 세법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핀란드 부자들도 있으며 이들의 모든 경제적, 재정적 활동을 밝히는 건 쉽지 않다. 11월 1일에 공개되는 데이터에는 수입이 항목별로 구별돼 있지 않으며 비과세 수입도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체 인구 5백5십만 명의 총체적인 소득 현황을 설명하는 자료로는 충분하다.

투명성 운동가들은 소득 공개를 이로운 사회 제도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립 질투심 날’ 같은 행사는 더 솔직하고 열린 소통을 가능케 하고 탈세/절세자들에 대한 감시와 함께 어긋난 편견을 제거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거다.

핀란드는 OECD 국가 중에 빈부 격차가 가장 낮은 곳 중의 하나다. 다만 젠더 면에서는 소득 차이가 평균 이상이다. 핀란드 여성의 소득은 남성보다 16.5%나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자국민의 소득을 공개하는 나라는 핀란드만이 아니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도 국민이 제출한 세금보고서를 다른 국민과 공유한다. 스웨덴에서는 전화로도 남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다만 자료를 신청한 이의 신원이 그 대상에게 통보된다.

이런 제도는 신뢰와 투명성을 지향하는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정책 일부로 해석된다. 덴마크 ‘행복 연구제단’의 애널리스트 마이클 버크야르는 허프포스트에 ”사람과 제도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하기 때문에 이 국가들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로 꼽히는 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투명성이 정말로 이로운지 아닌지, 또 사회적 평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실치 않다. 헬싱키대 세법 전문학자 크리스티나 알마는 ”그런 정보를 공개하는 게 사회에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투명성이 민주주의 사회를 가능케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범하는 제도라고 믿는 사람도 있다.”  

 

*허프포스트US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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