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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돌아온 싸이 흠뻑쇼의 불편한 진실: 50년 만의 가뭄에 회당 300t가량의 물이 쓰일 예정이다

"내가 매일 텀블러 들고 다니면 뭐하나”- 한 누리꾼 댓글.

자료사진.
자료사진. ⓒ싸이 인스타그램/MBC

최근 온라인에서 가수 싸이의 ‘흠뻑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흠뻑쇼는 이름처럼 관객이 물에 흠뻑 젖은 채 즐기는 콘서트인데, 공연 때 사용되는 물이 수백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도한 물 사용에 대한 비판과 함께 ‘환경을 생각하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지난달 4일 싸이는 <문화방송>(MBC) 예능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공연 회당 식수 300t가량을 쓴다”고 말했는데, 올해 일어난 최악의 가뭄과 맞물려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입니다.

9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심각한 가뭄과 기후위기를 고려해 물을 대량 사용하는 공연을 지양해야 한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뭄이다, 물 부족이다, 이런 말이 나오는데 환경을 좀 생각하자. 내가 매일 텀블러 들고 다니면 뭐하나”(@eoj*****), “농번기에 비가 안 와서 마늘도 원래 크기의 반절인 것들을 수확하는데, 물 300t이면 농사짓는 곳에 큰 도움이 될 텐데 콘서트에서 뿌리나”(@3ch****), “스트레스 날리는 건 좋지만 물 부족인 상황에서 환경과 미래세대를 생각하는 마음은 없나”(@ith*********), “흠뻑쇼 그만해달라. 전국이 가뭄이고 지구 위긴데 진짜 너무 답답해서 그렇다”(@fl****)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습니다.

싸이가 흠뻑쇼를 시작한 것은 2011년입니다. 그런데 왜 올해 갑자기 논란이 됐을까요?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봄 가뭄에 따른 영향이 큽니다. 이날 기상청 수문기상 가뭄정보 시스템을 보면, 지난 7일 기준 최근 6개월간 전국 누적강수량은 199.7㎜로, 평년(1991년~2020년) 345.8㎜의 57.8% 수준에 그쳤습니다. 최근 한 달간 전국 누적강수량은 38.6㎜였는데, 이는 평년(96.9㎜)의 39.8%에 불과합니다. 올해 3~5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1.3도 높은 13.2도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전국이 가뭄으로 시름하는데, 한쪽에서는 회당 300t에 달하는 물을 쓰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식수는 아니지만 이런 논리라면 전국의 워터파크, 수영장, 목욕탕의 물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됩니다.

싸이 흠뻑쇼 현장.
싸이 흠뻑쇼 현장. ⓒ<문화방송>(MBC)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 방송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런 논란이 나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소비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면 지양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거죠.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뤼그스캄’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플뤼그스캄은 비행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생각하면, 비행기 여행이 부끄럽다는 의미입니다. 스웨덴의 10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도 같은 이유로 먼 거리를 이동할 때조차 비행기 대신 기차, 배 등을 탑니다.

국내외 공연계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나타납니다. 케이(K)팝 팬들의 기후행동 플랫폼인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해 7월부터 엔터테인먼트사에 플라스틱을 양산하는 실물 앨범 대신 디지털 앨범 등 친환경 선택지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는 ‘죽은 지구에는 케이팝도 없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앨범 안에 포함된 포토카드 등을 얻기 위해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실물 앨범을 여러 장 사지 않도록 해달라는 거죠. 이런 요구에 아이돌그룹 빅톤은 지난달 31일 시디(CD) 등 없이 포토카드만 들어 있는 ‘플랫폼 앨범’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2019년 지속가능한 공연 방식을 찾을 때까지 투어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는데, 탄소 발생량을 이전 투어(2016~2017년)의 50% 수준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올해 투어를 재개했습니다. 이들은 공연장 바닥에 관중들이 발을 구르며 뛰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저탄소 공연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기업 등 생산자들도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수입된 과일을 먹지 않거나 로컬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등 소비에서 탄소발자국을 줄이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문화 소비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물 뿐만 아니라, 짧은 공연을 위해 사용됐다가 바로 버려지는 대형 무대 재료도 재활용 등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환경 등 자신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따라 소비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요구를 드러내기도 하는 만큼 기업도 환경 문제를 전보다 더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겨레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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