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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2일 13시 59분 KST

검찰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조사한다

정부 차원의 첫 피해조사이기도 하다.

한겨레
형제복지원은 군대식 조직이었다. 수용자들은 소대에서 집단생활을 했고 소대마다 소대장이 있었다. 소대 안에는 양쪽으로 2층 침대가 있었고 사람이 많을 때는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폭력은 일상화됐다. 사진은 1987년 초 형제복지원의 내부 모습이다. 김용원 변호사 제공

1987년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인 부산 형제복지원(수용인원 3146명)에서 직원의 구타로 수용자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 조사 결과 복지원이 부랑아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을 끌고 가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 살해해 암매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12년 동안 531명이 사망했다. 2014년 3월21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 38명이 추가 확인되기도 했다. 부산직할시공원묘지관리소(현 영락공원 사업단)의 매장처리부에서 형제복지원 무연고 시신 명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검찰이 재조사한다고 KBS가 11일 단독 보도했다.

법무부는 과거 검찰권 남용을 밝히기 위해 지난해 1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과거사위는 지난 2월 형제복지원 사건 등 12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최근 형제복지원 사건 등 8건을 본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대검에 설치된 ‘과거사 조사단’이 본격 조사에 나섰다. 

조사단은 당시 판결문부터 바로 잡기로 했다.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은 검찰 수사 한 달 만에 특수감금,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업무상 횡령, 외환관리법 위반 등만 유죄로 인정했다. 불법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부랑자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연고 없는 사람들을 사회와 격리한 정부 훈령에 따른 정당한 행위라는 이유에서였다. 박씨는 2년 6개월 형만 복역하고 출소했다. 

진상조사단은 이 훈령이 명백한 위헌이므로 무죄 판결도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비상상고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비상상고란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후 그 사건의 심리가 법령에 위반된 것을 발견했을 때 대법원에 ‘다시 재판해달라’고 신청하는 비상구제 절차다. 판결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이기 때문에 오직 검찰총장만 요청 권한이 있다.

또 조사단은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피해조사도 하기로 했다. 조사 대상은 수용자와 숨진 수용자의 유가족이다. 부산시청, 부산 사상구청, 국가기록원에서 관련 자료도 확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