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을 취해라’ ‘태교를 열심히 해라’ ‘아기를 위해 좋은 음식만 먹어라’ 여성이 임신하게 되면 정말 질리도록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나, 산부인과의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전종관 서울대병원 교수는 ”태교가 아기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건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안정을 취하는 것도 오히려 산모 건강에 좋지 않다”라고 지적하며, ”왜 산모가 아닌 아기만 걱정하는 거죠?”라고 의문을 표했다.
1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전종관 교수는 ”왜 임신부의 삶의 질에는 관심을 안 갖는 거죠?”라고 물으며 ”엄마는 자기 일을 잘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주부라면 주부 일을, 직장을 다닌다면 직장일을, 그저 스스로의 인생을 살면 된다”라고 감동적인 조언을 내놓았다.
안정을 취해라? 제일 안 좋아
먼저, 전종관 교수는 ”임신 12주 이내에 유산되는 애들이 많은 것은 맞다. 하지만 엄마가 누워만 있더라도 유산될 애는 유산되는 거고, 정말 매일같이 돌아다녀도 유산 안될 애는 안 된다”라며 안정이 오히려 여성의 몸에 좋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 2주만 아무 것도 안하고 안정을 취하면 근육이 빠진다. 안 그래도 임신부들은 혈전증 위험이 높은데 (가만히만 있으면) 혈전증 위험이 커진다. 마지막으로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진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전종관 교수는 ”아니 왜 임신부의 삶의 질에는 사람들이 관심을 안 갖는 거죠?”라며 ”누워만 있는다고 해서 조산이나 유산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누구를 위해서 안정하는 거죠?”라고 역으로 질문했다.
태교? 과학적 근거 전무
태교 역시 ”그저 막연한 이야기일 뿐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전 교수는 ”(태교를 권장하는 분위기에서) 일하거나 태교할 시간이 없는 경우, 엄마는 죄책감을 느낀다”라며 ”더 큰 문제는 만약 아기에게 이상이 생겼을 때 ‘임신부가 태교를 잘 못 해서 그런 것 아니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뒤이어 ”임신이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들다. 30주 넘어가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물어보는데, 저는 ‘몰라야 하는 거지 알고는 못 하는 게 임신’이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이 힘든 과정을 겪어내고 있는) 여성은 그저 자기 스스로의 인생을 살면 그걸로 충분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종관 교수는 다태아 분만의 최고 권위자로 지난해 11월 34년만에 한국에서 태어난 다섯 쌍둥이는 물론, 배우 송일국의 세쌍둥이인 대한·민국·만세 분만을 집도했다. 전 교수가 지금까지 받은 네쌍둥이 산모 수는 8명, 세쌍둥이는 450명, 쌍둥이는 4000명 가량이다.
곽상아 : sanga.kwak@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