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비핵화와 공동안보

ⓒPrasit photo via Getty Images
ⓒhuffpost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 역사적 만남이다. 조율 과정은 요란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침내 ‘과정’의 의미를 이해했다. 오래된 숙제를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알았다. 싱가포르의 만남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 가고, 김정은 위원장도 워싱턴에 갈 수 있다. 자주 만날수록 관계가 달라지고 신뢰가 쌓이며, 그만큼 비핵화의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물론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저울 한쪽이 비핵화고, 다른 쪽은 체제보장이며, 균형이 협상의 규칙이다. 그만큼 체제보장이 중요하다. 여기서 보장의 의미를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나라도 특정 국가의 정권을 보장할 수는 없다. 북한이 정권보장을 주장한 적도 없다. 북한이 요구하는 보장이란 ‘핵무기를 포기하고 살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말로 보장할 수는 없다. 관계가 달라져야 하고, 사실상의 평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보장에서 핵심은 ‘역지사지’다.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은 한국, 일본, 미국, 어쩌면 전세계의 안전보장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세계는 자신의 안전보장만을 생각했다. 압도적인 군사력, 제재의 확대, 미사일 방어망의 구축…. 그러나 핵 문제는 더욱 악화되었고 안보는 더 불안해졌다. 세계는 한 번도 북한의 안전보장을 고려하지 않았다. 북한은 지금까지 안전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고, 지금부터는 안전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려 한다. 비핵화와 안전보장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제 서로가 동시에 안보 위협을 해소하는 공동안보로 전환할 때가 왔다.

물론 시작 단계에서 서로 상대를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협상을 시작해도 압박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주먹을 쥐고 악수를 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지금부터는 서로 신뢰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모두가 비핵화의 속도를 강조하지만, 신뢰구축은 시간이 필요하다.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와 ‘되돌릴 수 없는 안전보장’은 결국 불신에서 신뢰로 전환할 때 가능하다.

체제보장을 경제적 보상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다. 보장은 보상이 아니다. 북한은 돈이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미국이 제재를 해제하면, 북한이 알아서 경제개방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이미 ‘북한식 경제개혁’을 시작했고,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의 경제정책은 과거와 다르다. 당연히 남북 경제협력을 포함해서 국제사회의 경제협력도 달라져야 한다. ‘정치군사적 리스크’를 안고 하던 경제협력은 과거의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해제를 말하면서, 한국과 중국, 일본이 ‘이제 경협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북한은 앞으로 과감하고 담대한 공동안보를 주장할 것이다. 병력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래식 무기의 군축을 요구할 것이다. 핵무기를 포기하면 과거처럼 재래식 군비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의 전통안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북한의 요구를 수용했다. 그러나 한·미 양국에서 전통안보와 공동안보의 격론은 불가피하다. 국내적으로 미래를 위한 합의 기반을 넓혀야 한다.

공동안보 개념을 한반도에서 동북아시아로 확대해야 한다. 한반도의 분단과 전쟁이 동북아의 분단을 만들었다면, 이제 한반도의 평화를 동북아 공동안보의 기회로 전환할 때다. 아직도 주변국들은 과거의 지역질서 인식으로 한반도의 변화를 본다. 우리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운명의 자기결정권 확보고, 장기적으로 동북아의 공동안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김정은 #북미정상회담 #트럼프 #비핵화 #싱가포르 #공동안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