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 관련 정보를 찾을 때 인터넷 검색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검색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 이럴 때 도움을 주는 ‘임신중지 가이드북’이 나왔다.
시민단체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는 상담자와 의료인을 위한 임신중지 가이드북 <곁에, 함께>를 지난 7일 발간했다. ‘셰어의 친구들’ 팀이 집필한 100쪽 분량의 책이다. 최예훈, 오정원, 윤정원 산부인과 전문의가 의료 부문을 쓰고, 박종주 셰어 기획운영위원, 나영 셰어 대표가 상담 부문을 썼다.
이 가이드북은 학교·병원·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는 상담업무 종사자나 의료진은 물론 임신중지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은 모든 사람이 참고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으며, 인쇄본은 셰어 누리집에서 1만원 후원금을 내면(단체·기관은 1권 무료) 받을 수 있다. 셰어는 이 책을 전국의 상담단체, 산부인과 병원, 정부기관들에 발송할 예정이다.
이 책은 뜻하지 않은 임신을 경험한 당사자가 임신중지와 출산, 양육, 입양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혼자가 아닌 상담자의 지지를 받으며 책임있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침(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임신중지를 결정할 경우 연계될 의료서비스 내용도 담고 있다.
“더 이상 임신중지가 감춰야 할 경험으로 남지 않길”
특히 이 책은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여성 등 별도의 지원이 필요한 이들에게 어떻게 상담해야 하는지 자세히 다뤘다. 나영 셰어 대표는 “국가의 가족계획 정책하에 우리나라에서 임신중지는 흔한 일이었다. 하지만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이 홀로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더 이상 임신중지가 감춰야 할 경험으로 남지 않고 중요한 결정으로서 양질의 안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이 가이드북이 나왔다”고 말했다.
가이드북의 내용을 보면, 상담자는 내담자를 경청하고 신뢰하되 예단하지 않으며, 안전하고 합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
예를 들면 임신중지를 상담하러 온 내담자에게 출산이나 양육을 전제한 표현인 ‘아기’, ‘엄마’, ‘산모’ 등의 용어는 피해야 하며 ‘낙태’(‘태아를 떨어뜨린다’는 뜻) 등 낙인을 강화하는 용어도 삼가야 한다. “가족의 도움을 받으세요” 같은 주위의 지지를 전제로 한 표현도 피해야 한다.
그동안 임신중지 하기로 결정한 내담자를 어떻게 상담해야하는지 알려주는 안내서(매뉴얼)가 없었다.
나영 대표는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현장의 변화가 예상되지만 오랜 기간 불법이었던 임신중지에 대해 상담가도 의료인도 당사자를 어떻게 지원할지 공식적 정보가 없었다. 임신중지는 여태껏 위기나 피해 상황을 전제로 하고 상담했고, 그러다보니 출산 설득에 초점을 맞춘 상담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신중지가 먼저 합법화 된 나라들은 임신중지 ‘지지 상담’에 대한 구체적 안내서가 있다고 했다.
나영 대표는 “다양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등 외국은 상담자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이 많이 개발돼있다. 우리나라에도 현장의 상담자와 의료인이 참고할 가이드북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