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21년 04월 04일 13시 07분 KST

내가 임신 23주 차에 나와 아이 위해 낙태를 결정한 이유를 남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다

21주 후에 이루어지는 임신중지는 전체 낙태의 1% 미만을 차지한다.

COURTESY OF KELLY PERRY

임신 23주차, 아이의 뇌 일부가 없다는 말을 듣고 선택을 해야 했다

임신 23주 차, 나와 남편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선택이었을 거다. 의료진으로부터 아이에게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자세한 검사를 위해 복부 MRI 촬영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가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검사를 받을 때도 혼자 가야 했다. 

정밀 검사 전, 의사는 아이의 뇌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며 일부 기관이 없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는 검사를 위해 누워 있으며 제발 그 말이 틀리길 바랐다. ”우리가 틀렸어요! 모든 게 정상이에요!”라는 말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렸지만, 기적은 찾아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검사를 받아야 했고, 뭐가 문제인지 정확히 확인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의료진을 만났다. 여러 명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전부 여성이었다. 그들은 내게 아이가 태어나면 일어날 일들을 예측했다. ”뇌의 일부가 보이지 않는다, 한 가지 이상의 유전적 장애가 있을 수 있다, 평생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모두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정말 무섭고 어려운 말들이었다. 

울다가 질문을 하다가 다시 또 울었다. 한 의사가 나와 남편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개별 방으로 부르며 임신중지 과정을 설명해 줬다. ”이건 전적으로 당신들 선택이에요. 신중히 생각해 보고, 검토해보고, 이야기하고 결정을 내리세요. 일단 결정을 내리고 나면, 다시 돌아가지 마세요. 한 번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에 따르세요.” 의사의 조언이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선택을 했다.  

COURTESY OF KELLY PERRY

 

절대 낙태를 후회하지 않는다

다음 날 우리는 임신중지를 시행해 줄 다른 병원을 찾았다. 붐비는 병원에서 누군가 내 임신한 배를 보고 자리를 양보해 주려 했다.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 의사를 만났고, 그도 매우 심란해 보였다. 아니면 기분 탓이었을까? 낙태를 위한 큰 주삿바늘을 봤다. 남편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

임신중지는 너무나 간단했다. 순식간에 내 아이의 심장이 멎었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고맙게도 진심으로 우리의 슬픔에 공감해 주고 따뜻하게 보살펴 줬다. 정말 멋진 사람들이었다. 이제 우리는 매일 이 결정에 책임을 지고 살게 됐다. 처음 이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온갖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전문가를 만나고, 자료를 찾아보고, 부모님과 통화하며 울었다. 하지만 결국 선택은 내 몫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삶을 생각하며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신중히 내린 선택이기도 하다. 

절대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며 과거로 돌아가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거다. 21주 후에 이루어지는 임신중지는 전체 낙태의 1% 미만을 차지한다. 괴로운 선택을 해야 했지만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다른 많은 여성의 경우 훨씬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로 낙태를 선택한다. 나는 낙태가 합법인 주에 살고 있다는 게 행운이다. 많은 여성이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하지만 낙태의 제한은 실제 낙태 수를 줄이기 보다 절차만 까다롭게 만들고 여성이 더 어려운 선택을 하도록 강요한다. 이미 낙태를 마음먹었지만, 낙태가 합법이 아닌 곳에 사는 여성은 더 오랜 시간 시술을 받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 최대한 빨리 임신중지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더 많다.  

COURTESY OF KELLY PERRY

낙태 금지는 생명을 구하기보다 여성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처사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임신중지하기 전, 자궁에 직접 기구를 넣어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고, 며칠을 기다려야 낙태를 할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켄터키주의 정치인들은 근친상간이나 강간,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더라도 예외 없이 낙태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지아주텍사스주의 정치인들은 낙태 시 사형에 처하는 법을 제정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법안은 ‘생명을 살리는’게 아니라 엄마인 여성의 목숨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처사다. 이는 여성차별 법안이며 여성을 통제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다. 낙태는 국가나 정치인이 나설 문제가 아니다. 결국 그 선택을 하는 건 엄마 또는 부모 그리고 의사다. 

모든 여성은 임신중지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 이유를 남에게 설명할 필요도 없고, 남이 이해하려고 시도할 이유도 없다. 누군가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낙태를 하더라도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고 권리다. 

낙태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나는 여전히 매일 운다. 아직 직장에 복귀하지 않았고,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 수 없을 거다. 계속 심리상담 치료를 받고 있다. 집에 미리 사놓은 완전 새 육아 용품을 보면 내장이 찢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는 중이다. 예전처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일을 떠올리며 울지 않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다시 마음을 열고 있다. 

 

COURTESY OF KELLY PERRY
저자 켈리 페리

이제 지나간 일은 잊고 앞으로를 더 생각하기로 했다. 다시 임신을 시도하기에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앞으로 나와 남편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관계는 이번 일로 더욱 단단해졌다.

혹시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여성이 있다면 당신에게 공감하고 응원한다고 전하고 싶다. 세상에 정답은 없다. 겪지 않으면 더 좋았을 일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더 이상 숨이 막히지 않는 날이 분명히 온다. 점점 울지 않게 되고 더 강한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거다. 

 

 
 
 

 

 

*저자 켈리 페리는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육 일을 했으며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에 적극 찬성한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