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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8일 17시 2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8일 17시 22분 KST

강간 포르노에 대해 이야기하다②

[포르노를 사유하다③]

huffpost

들어가기 전에

박양현월(이하 박): 그럼 우선 지난 번 대담의 댓글부터 살펴볼까요? ‘이런 논리라면 모든 폭력장르 모든 불륜 장르는 다 사라져야 할듯. 어느정도 인정은 합니다만, 세상은 순백의 도화지가 아닙니다.’

민문(이하 민): 저는 이거 보고 처음 든 생각이, 이상을 말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고 말하는 사람의 심리를 고민하게 됐어요.

박: 또한 저희는 지금까지 거듭 이야기하고 있지만, 포르노 그 자체를 없애자는 게 아니라 폐혜를 알고 그것을 고쳐나가자는 건데 말이에요.

민: 우리도 인권운동하다보면 이런 뉘앙스의 말 많이 듣지 않나요?

박: 어휴 그럼요. 퀴어 인권 운동을 하다보면 ‘조금만 더 온건하게 할 수 없어?’ 라는 말을 듣는데 그거랑 맥락이 비슷한 것 같아요. 그냥 자기가 보기에 불편하니까 굳이 현실을 끌고 오는 거잖아요. 현실적 한계를 보자는게 아니라. 혹시 하드드라이브에 강간 포르노 있으세요? 라고 묻고 싶어요.

민: 그것도 그렇고.. 저는 좀 비열하다는 생각도 해요. 인권운동을 하다보면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해야 하는 건 당연한데, 이상적인 대안과 희망을 얘기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결국 지금 이대로가 편하다는 거고, 나아가면 대부분 현존하는 불평등의 수혜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죠. “세상이 이렇게 더 나은 곳으로 변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상상하는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의도는 결국 아까 박양현월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왜 불편하게 바꾸려고 하냐, 는 뜻이거든요.

박: 그리고 이 분 정말 눈치가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저희의 강간 피해 사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글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게... 저 분은 아마 미투 운동 당사자분들 앞에서도 저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민: 하하 맞아요. 미투운동에서도 비슷한 뉘앙스의 반응들 많이 보지 않았어요? “그게 성추행이라면 무결한 남자들 없을듯” 이라든지, 성범죄가 일어나는 게 결국 피해자들 때문이니 여자들을 채용하지 말자는 게으른 대응들이요.

박: 그래도 저 분은 운이 좋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희 저번 화 올리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런 말 하지 않았었나요? 저희 성범죄 피해사실에 대해 옷차림이나 행실 등을 문제 삼는 2차 가해를 하는 분에게는 주저하지 말고 고소장을 날려버리자구요. 만약 저 분이 저희의 피해 사실에 대해 몇마디 하셨더라면....(웃음)

민: 하하 그렇네요. 이번 화를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회에 자신의 나이브함에 대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이젠 성범죄와 2차 가해, 잘못된 성관념으로 크고작은 피해자를 만들어도 무사히 넘어가지 않는 세상을 만드려고 저희들이 엄청 열심히 노력하고 있거든요.

박: 민문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강간 당한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강간 포르노를 즐기는 당신의 세상을 부셔버리려고 돌아왔다.’

민: 맞아요! 저희 정도면 그래도 온건한 편 아닌가요? 아예 포르노를 없애자는 소리도, 강간기획물을 철폐하자는 소리도 안 했잖아요? 그럴 생각도 없고요. 자 그럼 다음 주제로 넘어가서, 지난 화는 개인적인 이야기들 위주였다면 이번 화는 강간 포르노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했었지요. 마침 대표적인 나이브함을 댓글로 남겨주셔서 좋은 예시가 되었네요.

강간 포르노가 사회적으로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박: 강간 포르노는 현실의 강간과 전혀 다른, 강간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것 같아요. 실제로 성범죄는 절반 이상이 피해자의 지인에 의해 이뤄지지만 강간 포르노는 대부분 모르는 사람에 의해 이뤄지는 것처럼 강간을 소비하지요. 또한 강간 포르노에서는 강간이 항상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다루지만, 이번 안희정 성폭력 사건처럼 위계질서에 의해 거부할 수 없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물론 어떤 창작물이 ‘고증’에 철저할 필요는 없지만 문제는 실제 강간에 대한 이해를 흐리며 이것이 성범죄 판결에조차 악영향을 준다는 거예요.

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번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져나온 미투 #metoo 피해사례 고백들 중 굉장히 많은 사례가 권력형 성범죄였지요. 저는 그게 강간 판타지의 일부라고도 생각해요.

그게 무슨 뜻이냐면, 강간포르노에서 강간범을 일면식 없는, 혹은 잘 모르는 사람으로 그린다는 것이 ”강간은 굉장히 추악하고 원래 지독하게 나쁜 사람들만 하는 것이다” 라는 메세지를 주고, 실제 강간과 성폭력 가해자들이 ‘그럼 나는 아니네, 좀 강압적인 성관계를 하긴 했지만/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고 성적 행위를 하긴 했지만 나는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라고 생각하게끔 변명을 마련해준다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이 주제 관련으로 소개하고싶은 글이 몇개 있는데, 여기에 링크를 덧붙여봐도 괜찮을까요?

박: 네. 그럼요!

민: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이 ‘나쁜 사람‘인지 모른다’ 이건 뉴욕타임스에서 발행된 기사의 번역문인데, 임상심리학자 사무엘 스미티맨 박사가 진행한 연구에 대한 내용이예요. ”당신은 강간범입니까?” 라는 헤드라인을 내걸고 익명 인터뷰를 했어요.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인종, 계급, 기혼 여부 등이 아니라 “1)가해 남성들은 이른 나이에 범죄를 시작했다, 2)다른 성폭행 가해자들과 알고 지낼 가능성이 있다, 3)그들은 합의 없는 성관계를 했다고 인정하지만, 여성을 강간했다는 사실은 대체적으로 부정한다. ” 라는 결론이 나왔고요. 강간이나 성폭행 같은 용어를 쓰면 가해자들 대부분은 가해 사실을 부정하지만, ”쌍방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성적인 행위”를 했는가 하면 쉽게 인정한다고 해요. 이런 사례는 우리도 실제로 많이 본 적 있어서 저는 공감이 많이 갔어요. ‘딱히 승낙을 하진 않았지만 ”합의된” 성관계였다’는 진술을 하는 가해자들을 우리도 많이 봐서 익숙하지요?

다른 글을 하나 더 소개하고 싶은데, 이 글은 ‘성폭력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생각 7가지’ 라는 글이예요. 미국 허핑턴포스트에서 소개한 블로그를 번역한 글인데요, 앞서 소개한 글은 가해자들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연구였다면, 이 글은 우리 사회가 강간에 대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글에서 말하는 큰 주제를 인용하자면:

1. 우리는 거짓 강간 신고의 비율이 실제 이상으로 높다고 생각한다.
2. 연설, 매체, 뉴스에서 묘사하는 강간은 주로 강제적이고 이성애적인 것이다.
3. 우리는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것을 마치 동등한 이슈인 것처럼 말한다.
4. 우리는 남자 아이가 아닌 여자 아이들에게 강간을 막는 방법을 가르친다.
5. 우리는 강간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헤픈 년이라고 수치를 준다.
6. 우리는 부끄러워하지 않는 학대자와 강간범을 큰 목소리로 명확하게 규탄하지 않는다.
7. 우리는 “나는 강간하지 않고 내가 아는 사람 중 강간범은 없어.”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다 아는 익숙한 내용이지만, 안타깝게도 그게 보편적인 상식이 아니라서 이걸 계속 말하고 설명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네요.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성교육에 대해 소개하는 김에 제가 좋아하는 영상을 하나 소개할게요! ‘제임스가 죽었대 James is Dead’ 라는 애니메이션인데 강간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거나,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잘 비유했어요.

박: 휴. 하나같이 너무 공감가는 내용이에요. 저는 특히 두번째로 소개해주신 글의 3번. 우리는 여성이 남성을 강간하는 것을 마치 동등한 이슈인 것처럼 말한다. 이 공감가는데요. 자칭 ‘이퀄리즘’ 하시는 분들은 꼭 여성 성범죄의 심각성을 무마하기 위해 저 같은 ‘남성 성범죄 피해자’를 면피용으로 끌고 오거든요. 평소에 그렇게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면서 말이죠. 그리고 그런, 남성 성범죄 피해를 자기들 필요할 때만 끌고 오는 것은 시스젠더 남성 혹은 지정남성이 당하는 성범죄의 피해를 별것 아닌 것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심지어 이번에 일어난 남성 미투 뉴스에 대해 ‘미러링’이라는 명분 아래 여성이 당하는 2차가해를 본따 2차 가해를 재생산 하는 경우도 있었죠. 이러한 양상의 원인 중 하나는 강간 포르노가 이성애 중심, 특히 남성이 여성을 강간하는 내용의 포르노가 많을 뿐만 아니라 여성이 남성과 강압적인 성관계를 하는 것을 SM포르노 카테고리에 넣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자신들이 포르노에서 배운 강간은 남자가 여자에게 하는 것이기에, 여자가 남자에게 가하거나 남자가 남자에게 가하는 강간은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거겠죠. 동의 없는 강압적인 성관계는 여성이 남성에게, 남성이 남성에게 한다고 해서 성범죄가 아닌 건 아닌데 말이에요. 그리고 SM플레이도 어디까지나 상호 동의하에 하는 거라고요.

민: 저도 공감해요. 심지어 이성간의 섹스 포르노에서도 SM 요소를 가지고 와서, 강간 당하는 포지션의 배우를 구속한다던지 하는 요소가 종종 등장하지요. 조금 맥락이 다른 주제일 수도 있지만, 저번에 박양현월님께서 일본 페미니스트들이 ”우리는 ‘싫다’라는 말을 빼앗겼다”고 했다고 소개해주셨던 게 생각나네요. 그 말에 저는 너무 공감이 가고 마음이 아팠던게, 일본에서 제일 많이 생산되는 강간 포르노가 피해자 포지션의 배우는 성관계를 거부하지만 섹스는 어떻게든 강압적으로 일어나고, 피해자가 지쳐서 더이상 저항을 못하는 시나리오가 대부분이거든요. 그리고 제목을 <강하게 저항하지만 결국 쾌락을 느껴버리는 그녀> 같은 걸로 짓고요.

박: 결국 강간 포르노가 강간에 대한 사회 통념에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강간 포르노가 실제 강간 범죄의 발생률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냐는 여전히 미지수인것 같네요.

이번 대담을 시작하기 전에 이런 저런 조사를 해봤지만, ‘강간 포르노가 강간 범죄율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 없다’는 분명하게 결론 짓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포르노 시청이 증가하면 성범죄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는 있지만, 강간 포르노 그 자체에 대한 통계는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또 학내 성폭력 가해자들의 다수가 포르노 중독 상태라는 뉴스도 있고요. 이렇듯 강간 포르노가 실제 강간율과 명백히 관계가 있다, 없다라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아직 자료가 부족한 것 같거든요. 그래서, 우회적이지만 고찰해볼 만한 해결책을 찾았어요.

‘폭력적인’ 게임과 강간 포르노의 비교

민: 말씀을 듣고 보니 비슷한 사례가 생각나는데요, 폭력적인 게임 중독자가 폭력/상해범죄를 저지른다는 뉴스들이 종종 들렸던 게 떠오르네요.

박: 네. 하지만 게임의 경우는 다행히도, 포르노에 비해 연구 자료가 풍부하답니다. 아마 포르노와 달리 성적인 터부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면 폭력적인 게임과 범죄의 상관관계를 고찰하면, 강간 포르노와 강간 범죄율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요? 둘 다 문화 매체가 다루는 내용이 실제 범죄에 어떤 영향을 미칠것인가. 라는 내용의 문제니깐요. 다만 게임과 달리 강간 포르노는 본인이 참여하지 않는 시청각 매체라는 차이가 있지만 강간을 소재로 다룬 포르노 게임도 존재하니깐요.

민: 그렇네요! 좋은 비교자료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자세한 자료는 없는데, 혹시 더 조사해보셨다면 폭력적인 게임과 범죄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 트위터 계정 ‘근거에 의한 과학’에서 인용한 논문을 살펴보면, 2달동안 매일 30분씩 매우 폭력적인 게임인 GTA 5를 플레이한 사람은 폭력적이지 않은 게임인 심즈3을 한 사람 혹은 아무 게임도 안 한 사람과 비교했을 때 공격성, 성차별, 공감능력, 대인관계 능력, 충동성, 우울감, 불안, 인지 기능에 전혀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또한 GTA 시리즈가 발매되면 범죄율이 줄어든다는 상관관계 연구도 있는데, 이를 ‘자발적 무력화’라고 해요. 즉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GTA5를 하다 보니 범죄 대상과 물리적으로 거리를 둠으로써 범죄율이 감소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강간 포르노가 강간에 대한 통념에는 악영향을 끼치지만, 강간 범죄율은 줄일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강간 포르노가 다루는 모르는 사람에 대한 강압적인 성폭력’에 한정 지은 것일뿐, 위계형 성폭력 등에는 해당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봐요. 민문님 생각은 어떠신가요?

민:  ”폭력적인 게임이 범죄를 유도한다”고 보도되는 양상을 반증해주는 연구결과네요. 흠.. 하지만 박양현월님이 강간포르노에 대해 말씀하신 것처럼 강간에 있어서는 좀 선택적이고 복잡한 것 같기도 해요. 일단 강간 등 성범죄와 상해 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에 굉장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강간에 대한 통념에 사회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강간 포르노가 강간 문화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것에는 저희 둘다 공감하는 것 같고, 제 생각에는 그 사회적 통념이 실제 성범죄의 심각성을 희석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강간 포르노 시청자들이 ‘자발적 무력화’를 통해 실제 성폭력 충동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되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성범죄나 강간이 다른 상해 폭력이나 살인과 같은 무게로 다뤄지지 않는 사회니까 특히요.

박: 네. 저도 민문님 생각에 동의해요. 다만 이러한, 폭력게임과 폭력 범죄율 사이의 상관관계가 강간 포르노와 강간 범죄율 사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었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를 한번 들고 와봤는데요. 바로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임무와 일루전 사의 포르노 게임 ‘레이프레이’ 에 대한 비교랍니다.

민: 전 자세히는 모르는 게임들인데, 저를 포함한 독자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주시겠어요?

박: 우선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의 ‘노 러시안’ 임무에 대해서 설명할게요. 게임 스토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테러리스트인 마카로프의 정보를 캐내기 위해 미국 특수부대 요원 한명이 테러리스트 사이에 잠입하는데, 그 와중에 마카로프는 러시아 공항에서 민간인을 학살하는 테러 행위를 저지르게 되어요. 이때 플레이어는 잠입한 특수부대 요원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 민간인을 플레이어가 학살할 수 있다는 점 등 내용과 장면의 선정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었답니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발매 중지, 임무 삭제 후 출시 가능 등의 다양한 검열을 거치게 되었고요. 이에 대해서 스토리 플롯 상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는 주장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민간인 학살 장면을 넣어야했느냐는 주장으로 갈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저는 필요하다면 그러한 내용을 넣을 수는 있겠지만,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여지 없이 민간인 학살을 강요했다는 점은 과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일루전 사의 포르노 게임 레이프레이는 어떨까요? 제목의 ‘레이프’에서 알 수 있듯 강간 자체가 게임의 주 컨텐츠인 이 게임의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치한 행위를 하다 발각된 주인공이 앙심을 품고 자신을 고발한 여학생과 그녀의 동생, 모친을 모두 납치 후 강간한다. 라는 내용인데요....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듯, 이 게임은 2009년 영국의 인권단체에 의해 고발당해 판매가 중지되었습니다. 스토리의 시놉시스 이외에도 강간 후 임신 등 도를 넘어버린 요소들을 컨텐츠로 삽입했거든요. 다만 게임 회사도 나름의 브레이크 요소를 넣고 싶었는듯, 가해자인 주인공이 살해당하는 결말을 넣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걸로 모든 게 끝날까 싶어요.

민: 레이프레이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위키를 읽어봤는데요, 역시 실망스럽지만 이런 게임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지는 않네요. 성범죄 피해자들이 트리거 눌릴 수 있는 시놉시스라고 생각할 뿐더러, 레이프레이의 문제는 앞서 말씀하신 폭력성과 청소년 판매가 허용되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이 게임에 대한 위키 글을 읽으면서 궁금증이  생겼는데, 영국 인권단체의 고발 이후 ”성인 게임에 대한 자주규제가 대폭 강화되었다”라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어떤 규제가 이루어졌을지 궁금해지네요.

박: 네. 그리고 혹자는 그것을 과도한 검열이라고 이야기할테고요. 콜 오브 듀티와 레이프레이. 두 게임의 공통점은 실제로 존재하는 폭력을 매체로 구현할 때 조심해야할 점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봐요. 게임과 포르노 각각을 즐기는 사람들은 ‘게임/포르노니까 괜찮다.’라고 말하지요. 하지만 문화 콘텐츠가 현실과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이상, 특히 현실의 가장 충격적이고 비인권적인 소재를 다루는 이상 제작 및 유통에 주의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과연 강간 포르노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대안을 제시해야할까요? 저희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지금 포르노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레이프레이는 포르노 게임이었기에 적절한 제재가 가능했던 거였지요. 윤리 강령이나 업계 내의 조율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포르노 영상 업계 내에서 지금 일단 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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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강간 포르노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민: 제일 먼저 생각나는 건 저희가 2화, 질내 사정 포르노 시작 부분에 합의되었고, 안전한 피임법을 거쳤다는 안내문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잖아요? 그것처럼 강간 포르노도 ”이것은 배우들의 동의를 받은 합의된 기획영상이며, 제작과정에서 실제 폭력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라고 써주면 좋을 것 같아요. 실제 사람이 출연하지 않는 포르노에서도 ”실제로는 따라하지 마세요. 성범죄는 징역 몇 년 이하 및 벌금 얼마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든지 하는 간단한 경고 문구를 붙이고요. 한참 아동 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이 이슈가 돼서 2D 아동 포르노 규제로 논란이 있었잖아요, 그 이후로 한국 번역이 돼서 돌아다니는 2D 포르노물에 꼭 보이는 게 “해당 작품에 출연하는 캐릭터들은 법적 성인이며 미성년자를 연기하는 것입니다” 라는 문구였거든요. 하다못해 담배에도 흡연의 위험성 문구가 붙어있는 마당에, 강간 포르노에 경고문이 못 붙을 이유는 뭔가 싶어요.

박: 서양의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 배우들의 인터뷰를 통해 말씀하신 부분을 다루고 있지만, 일본 포르노 비디오의 경우는 그러한 부분이 미미하죠. 심지어 일본의 경우는 포르노 촬영시 여배우에게 약물을 주입하거나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성관계를 강요하기도 하고요. 그런 경고문이 붙으려면 우선 포르노 배우가 당하는 성범죄 또한 근절해야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 또 경고문 이외에도 업계 내부에서도 자체적인 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도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강간 포르노가 실제 강간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고찰 및 연구를 하는 것이라고 봐요. 이번 대담에서 알 수 있듯, 그러한 연구가 미미하며 이러한 자료의 부재가 강간 포르노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민: 이 문제를 심각한 사안으로 다루고, 업계와 소비자,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인식개선과 강간문화 근절이 필요하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학적 연구도 더 많이 나와서, 사회 다방면으로 노력해 강간 포르노를 온전히 판타지로만 소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요. 앞서 소개해주신 연구처럼 폭력적인 게임 플레이가 폭력범죄에 영향을 끼치지 않더라, 하는 연구가 성범죄 관련으로도 나오길 바라봅니다!

마치며

박: 네. 감사합니다. 민문님. 그런데 안타까운 소식이 하나 있으시다고 하셨지요...?

민: 네 실은.. 제가 이번에 여러가지 일로 바빠진 데다 건강상으로도 조금 문제가 생겨서, 당분간 이 대담에 참여하기 힘들어졌어요. 언제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게 될 지는 약속드릴 수 없지만, 그동안 절 대신해주실 분들이 박양현월님과 굉장히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말씀해주실 거예요. 독자로서 이 대담을 읽어보는 것도 기대가 됩니다.

박: 네. 그래서 한동안은 다양한 분야와 경험을 지니신 분들과 제가 함께 대담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화는 트랜스젠더가 등장하는 야동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예고로 간단하게만 한말씀 드리자면, 트랜스젠더라고 다 여성적인 외모에 가슴과 페니스가 동시에 달려있는 게 아니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