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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3월 05일 12시 13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2일 10시 14분 KST

포르노를 사유하다 - 들어가기 전에

[포르노를 사유하다①]

huffpost

이 연재는 성적 대상물로만 소비되는 포르노그래피에 내포되어있는 섹슈얼리티를 탐구한다. 찬반논리로만 흐르고 있던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포르노그래피 내의 다양한 장르 및 클리셰가 현대사회와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를 학문적으로 사유할 것이다. 퀴어 역사 연구자 박양현월과 아티스트 민문의 대담으로 이루어진다.

박양현월(이하 박): 저는 퀴어학을, 그 중에서도 지금은 퀴어 역사학을 연구해보려고 하고 동시에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서 이런 저런 글을 써서 기고하는 사람인 박양현월이라고 합니다.

민문(이하 민): 저는 본격적으로 연구를 해본적은 없지만 퀴어학과 페미니즘에 두루두루 관심이 많고, 예술가이자 드랙퀸 뽀뽀로 활동중인 민문입니다.

박: 그렇다면 저희가 이제 야동을 사유할 때, 저희가 가진 같거나 다른 경험과 입장이 사유를 풍부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걸 하나씩 짧게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저는 지정남성(남성으로 성별을 부여받은) 트랜스젠더. 민문님은..?

민: 저는 시스젠더 여성 (여성으로 성별을 부여받아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는) 이예요!

박: 저희는 페미니즘에 있어 어느 정도 알고 있고, 또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운동에 참여하는 편이죠? 이 주제와 관련해서 저를 굳이 세간의 분류에 따르자면 반 반 포르노 페미니즘 진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포르노 금지에 반대하는.
민: 이해했어요. 저도 똑같아요.

박: 그렇다면 저희들의 차이점은 여성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인식, 남성으로서 겪었던 경험과 인식, 그리고 특히 민문님의 경우는 드랙 아티스트라는 점이 있는데요. 혹시 독자님들을 위해 드랙이 뭔지 그리고 드랙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질 수 있는 경험의 특이점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민: 드랙의 정의는 아마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드랙을 다양한 젠더의 사람들이 다양한 젠더를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장르라고 설명하는 걸 좋아해요. 현재까지는 드랙 문화가 시스 게이 남성을 주축으로 그들이 과장된 여성상을 표현하는 게 보편적인데요, 최근 들어 더 많은 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드랙 문화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트랜스 정체성을 가진 분들이 드랙을 오랫동안 해오셨고 드랙 문화에 많은 영향을 끼치셨는데 아시다시피 퀴어 사회에서도 시스 게이 남성의 권력이 제일 강해서 그들만의 문화처럼 인식이 되곤 해요.

저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지점은 제가 시스여성으로서 특정 형태의 과장된 여성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인데요, 저 나름대로 비주류 드랙 아티스트로서 드랙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긴 하지만 젠더를 나타냄에 있어서 시스여성이 여성표현을 한다는 건 여타 보편적인 시스남성이 여성표현을 하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갭이 적어서 어떻게 하면 여기에서 의미있는 젠더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보통 시스여성으로 존재하는 민문과 드랙퀸 뽀뽀로서 나타내는 여성성은 또 굉장히 다르고, 뽀뽀는 특히 제가 스스로 금기로 만들어버린, 하지만 제 욕망이 존재하는 여성성의 표현이기 때문에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어요. 조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서,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질문인데, 박양현월님의 정체화 과정이나 젠더 경험에 대한 이야기들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박: 일단 저는 어렸을 때부터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가정 교육이 좀 젠더.,.. 남자면 이러저러해야한다는 교육을 받지를 않아서? 내가 남자라고? 그럼 내가 남자인가보다. 근데 남자라면 이러저러해야한다는 싫어. 근데 이게 군대를 가서 한국 남성으로 만들어지는 문화를 알게 되고, 또 크로스드레싱을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겪게 되면서면서 논바이너리, 성별의 경계를 딱히 정하지 않는 사람으로 저를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짧게 말하자면. 하지만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성별을 이야기하든 저는 그 부분에 대한 완벽한 일체화나 동일시가 힘들죠 사실. 하지만 과거 남성으로서 사회화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제가 어떤 포르노를 분석할 때, 남성과 한 발자국 떨어져 있지만 남성으로서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남성이 포르노그래피를 볼때는 이러하다는 인식을 전문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민: 저도 잠깐 개인사를 말씀드리자면 남자는 이렇고 여자는 이렇다에 대한 관념이 어느정도 확실한 가정에서 자랐어요. 여자니까 남자니까 이런 직접적인 강요는 다른 가정에 비해 없는 편이었는데 저는 그런 젠더이분법 규범을 어렸을때부터 굉장히 착실하게 받아들였어요. “이건 여자애들 것”이라고 지정되는 핑크, 공주, 마법소녀 같은것, 사회가 여자애들에게 좋아하라고 하는 모델들을 적극적으로 긍정했거든요. 어디서 어떻게 그걸 흡수했는지는 기억나진 않지만요. 이게 저한테 굉장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서인지 뽀뽀라는 퍼포머가 탄생한 계기가 되기도 했어요. 저는 어떻게 보면 극단적으로 젠더 스펙트럼으로 볼 때 완벽하게 시스젠더인 사람이 있고 완벽하게 비 시스젠더인 사람이 있다면 백퍼센트에 가까운 시스젠더이지 않나. 어렸을 때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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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그렇다면 이제 저희에 대한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슬슬 포르노를 사유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봐도 될까요?

민: 이것이 가지는 의미 같은 것 말씀이시죠?

박: 네. 그리고 이걸 어떻게 사유할 것인지에 대해서요. 일단 저는 게일 루빈에 제일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게일 루빈의 ‘성을 사유하기’라는 글을 보면 그 논지가 다음과 같아요. 이 사회는 성에 대해 계급을 나눈다. 주류 담론에 의해 허락되는 성이 있고 아닌 성이 있다. 그것은 도표로까지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단계와 등급이 나뉘어져 있다. 우리는 그런 성에 대한 억압과 계급화에 대한 혁명이 필요하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거기서 섹슈얼리티가 사회적으로 구성되었다는 말을 해요. 푸코를 인용해서, 우리가 아는 섹슈얼리티의 자연스러움과 자연스럽지 않음이 사실은 사회적으로 구성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어떤 섹슈얼리티에 대해 사람들이 호불호를 지니게 되는 것은 사회적으로 구성됨의 영향이 존재한다.

그런데 지금 이 사회에서 섹슈얼리티의 사회 구성의 한 축을 차지하는 건 포르노잖아요. 그런거죠. 이 21세기의 포르노그래피는 수많은 성적 끌림의 뷔페잖아요 어떻게 보면. 다양한 요리법을 만들고 이렇게 말하는 듯 해요. ‘너희들은 이런 걸 보고 흥분되지? 그래서 내가 만들어봤어. 맛있게 먹어.’ 그렇게 포르노그래피를 분류하는 수많은 키워드, 컨셉들이 존재하죠. 그런데 그런 컨셉들에 저희가 성적 흥분을 느끼는 게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 왜 우리는 그걸 보고 성적 흥분을 느끼게끔 생각하게 되었는가. 그리고 성적 흥분에 대한 기호가 사람마다 다르잖아요. 복합적이고 수많은 성적 주체들이 수많은 자신만의 취향을 가지고 있고, 포르노그래피 산업에서는 자신의 이익창출을 위해 그런 취향들을 참고하기도 하면서 오히려 새로운 성적 페티시를 생산하기도 하죠. 지금 포르노그래피를 안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걸 감안하면 포르노그래피가 굉장히 대중화되어있고. 그렇다면 지금의 섹슈얼리티에 영향을 가장 큰 끼치는 분야 중 하나는 포르노그래피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포르노그래피가 설계하는 성적 흥분이 왜 이걸 성적 흥분으로 이끌리게 하는지를 생각해야 지금의 섹슈얼리티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쉽게 말해서, 섹슈얼리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포르노그래피의 섹슈얼리티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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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포르노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조장하기 때문에 없어져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하지만 일단 금지를 하건 아니건 좀 더 덜 여성혐오적이고 덜 폭력적인 포르노를 만들건 저희가 포르노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생각하기 전에, 우선 그게 뭔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까든지 찬양하든지 없애든지 발전시키든지 유지시키든지 어떻게 하든지 일단 포르노가 어떤 속성을 가졌는지를 알아야하는데, 게일 루빈은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포르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포르노에서 가장 극한의 폭력적인 것만 따와서 포르노를 금지시켜야한다고 말한다.’ 또 ’페미니스트들은 사회 모든 분야의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그러한 노력을 할때 특정 분야가 성차별적이므로 그 분야를 완전히 없애야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왜 포르노만 없애자고 하느냐?’라고도 말해요. 만약 지금 포르노를 완전히 금지시킨다고 한다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사람들이 그걸 환영하지도 않을 것 같아요.

민: 그쵸. 저도 불가능하다는 것에 동의해요. 환영하든 안하든 없어지는 것도 불가능하고.

박: 그렇다면 차라리 분석을 해서 어떤 것이 문제이고 어떤 것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물론 거기에만 집중하면 안되겠지만. 포르노가 비판 받는 이유를 알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포르노에 대한 사유가 필요하고. 또 이 사회의 섹슈얼리티를 구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포르노이기 때문에 포르노 안에서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기존의 섹슈얼리티를 포르노가 어떻게 재생산하고 또 새로운 섹슈얼리티를 만들어내는지 탐구해봐야한다. 라는 입장이에요. 저는 민문님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민문님에게 제가 이 이야기를 하면서 이걸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하셨을 때 동의하셨잖아요. 민문님이 이 기획을 수락한 이유가 듣고 싶어요.

민: 저는 제 자신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요. 오랫동안 퀘스쳐닝인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고요. 저는 예술대학을 다녔는데, 내내 작업했던 중심 주제가 자화상이었어요. 자화상이라는 게 단순히 제가 어떻게 생겼는지 탐구하는 것보다는 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에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저를 구성하는 것은 굉장히 여러 가지가 있죠. 제가 먹고 입고 소비하는 게 있고 저에게 입력된 미디어들이 있고 경험이 있고. 그렇게 제가 관심있는 분야들과 그렇게 된 과정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저라는 사람을 만든 것은 무엇인가, 하는 자아탐구 과정에서 중요한 카테고리로 등장한게 성욕과 포르노예요. 섹슈얼리티와 성욕, 그리고 욕망 같은 주제들은 금기시되는 주제라 그런지 더 매력이 있었던 것 같아요.

박양현월님은 사회적인 분석을 밖에서 안으로 하신다는 느낌이라면 저는 개인에서 밖으로 하는거예요. 하나의 개인에 대한 탐구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진공 속에서 혼자서 자란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굉장히 많은 사회적 영향을 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을 분석하는 것이 사회나 시대의 흐름에 대한 이해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제가 어떤 주제에 대해서 자아탐구를 할 때 들여다보는 것 중 하나가 이 주제 안에서 어떤 교육이나 이야기들이 양분이 되어 지금의 가치와 욕망이 형성되었는가예요. 먼저 성교육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 전세계적으로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 곳이 별로 없는데, 포르노를 아예 손대지도 못하게 한다던가, 피임법을 섹스금지로 가르친다던가. 좀 더 나아가면 섹스는 하지만 피임은 해라, 하면서 낙태의 나쁜 점을 알려준다던가 하는 식이죠. 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교육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에서도 그랬고 미국에서도 그랬고.

이런 구조적인 성 엄숙주의가 튼튼하게 자리잡았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관심과 실재하는 욕구, 포르노가 없으면 만들어서 성욕을 배출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인 궁금증이 있어요. 그리고 아까 말씀하신대로 찬양을 하든 비판을 하든 일단 알아야한다고, 어떤 이슈에 있어서도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하거든요. 저는 사실 포르노보다는 욕망에 있어 더 많은 생각을 해봤는데, 욕망이라는게 굉장히 매력적인 주제이기 때문에 여러 방면으로 연구는 이뤄졌을지 몰라요. 하지만 보편적으로 전달이 많이 안된 것이 느껴져서, 어렵지 않은 말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페미니스트로서도 미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저같이 엉망인 성교육을 받아서 실재하는 욕망에 대해 억누르는 고생을 덜 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성교육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이런 이야기가 더 많이 나와야한다는 생각과 사명 같은 걸 가지고 있어요..

박: 네. 그렇다면 이제 이러한 이야기들을 해봤으니 조금 부분적인 이야기로 넘어가서, 과연 저희들에게 포르노는 어떤 존재였으며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이야기를 좀 해보고 싶어요.

민: 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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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그렇다면 우선 궁금한 게 있는데요. 한국에서는 포르노그래피를 여성들이 보는 것을 금기시하는 문화가 아직 남아 있잖아요. 그런 일반론이 민문님에게는 어떻게 경험이 되었는지?

민: 저희 집에서는 성이라는 주제 자체가 아예 금기시되는 분위기였어요. 예를 들면 뉴스에서 누가 성폭행을 했다 강간을 했다 그런 주제가 나오면 공기가 얼어붙는 거죠. 어느 정도냐면 뉴스 채널을 돌리는 것도 너무 큰 행동이라 이게 빨리 지나가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분위기. 아이들은 그런 분위기를 빨리 캐치하잖아요. 이건 말하면 안되는 거구나, 하고.

부모님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제 아버지는 조금 성적으로 가해성을 가지신 분이셨고 어머니는 ‘나는 이걸 즐기지 않지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셨다는 고백을 들은 적이 있어요. 아마 부부강간도 있지 않았을까 싶고요. 어머니는 친구들 자매들하고도 이걸 일절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사적인 이야기라고 하면서요. 가 어렸을 때의 어머니는 성 엄숙주의를 사람으로 만든 것 같은 분이셨어요.

박: 저의 어머니도 부부강간의 피해자지만 저희 어머니의 경우는 구성애 선생님을 접하면서 좀 더 개방적이 되셨어요 저희 어머니의 경우에는 저에게도 성행위를 하는 건 상관 없는데 손자만 데리고 오지 말고, 콘돔은 잘 쓰고. 라고 말씀하셨죠. 다만 그런 건 경계하셨어요. 폭력적인 야동이라고 생각하는?

민: 그런 거에 대한 말씀을 하셨어요?

박: 야동을 보다 걸렸는데, 뭘 보려고 하는지 확인하려고 하셨어요. 그런데 구성애 선생님의 책을 보면 그런 말이 나오거든요. 자녀가 야동을 보려고 하면 이게 폭력적인 건지 아닌지 확인해보라고. 그래서 아마 거기 책에 나온 말이랑 어머니의 행동이 일치하는 것을 보아서는 어머니도 분명 그러려고 하셨을 것이다.... 다행히 제가 잘 숨겨서 제 은밀한 취향을 걸리지는 않았지만요.

민: 저는 어머니랑 성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 게 비교적 최근 일이예요. 그게 2015년 즈음 부터였던걸로 기억해요. 제 어머니랑 친아버지가 2010년인가 이혼을 하시고 2014년 15년부터 남자친구가 생기셨는데, 그분하고 결혼을 하시면서 어머니가 성적으로 좀더 개방적인 분이 되시는 계기가 된 것 같네요. 어쩌다가 어머니가 재혼하신 날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됐는데 어머니가 연애를 하시면서 성적으로 능동적인 사람이 되었고 섹스에서 좀 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는 그 즈음 예술대학에 다니면서 굉장히 많은 세계에 눈을 뜨고 포르노와 섹스라는 주제가 훨씬 편해졌고, 그 덕에 어머니랑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박: 예술대학에서는 성적인 것을 이야기 하는 것에 숨김이 없어야한다.. 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민: 네. 1학년 때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긴 한데, 1학년때 다들 거쳐가는 그런 작품들 중에 다들 한번씩 자기 누드 찍고 자위나 포르노 찍고 그걸 성장통처럼 겪고 넘어간다는 말을 해요.

박: 어쩌면 한국이라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민: 아 저는 미국에서 다녔어요. 한국도 같은가 봐요.

박: 아 한국의 경우는 그렇게 추측했어요. 지금까지 성적인 것에 대해 터부시 했으니까 한번쯤 그래보고 싶은? 그리고 미술이니까 딱히... 왜 이런걸 해? 라고 할 수도 없는.

민: 네. 맞아요. 저희도 그러면 성 엄숙주의로 비판받기 쉬운 분위기였죠. 제가 대학을 2011년도에 들어갔는데. 15년까지 학교를 다니는 사이에 퀴어 담론이 상당히 활성화 되었어요.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도 그랬던 것 같고요. 저같은 경우 1학년 때 분위기하고 2학년 때 분위기가 되게 달랐는데, 1학년 때 분위기는 트랜스젠더 정체화를 하는 학우들이 좀 숨기고 다녔다면 2학년때는 아예 드랙을 하고 학교에 오는 애들도 있었어요. 그 와중에 미국에서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됐죠. 그런 식으로 학교 안팎으로 젠더 논의가 많이 이루어졌고 League of Extraordinary Gender(평범치 않은 젠더들의 모임)라는 학생 그룹도 생겨서 다양한 젠더에 대한 교육용 책자를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기도 했고요.

박: 저희랑은 딴판이네요. 저는 3, 4 학년이던 때에 비로소 퀴어 동아리가 생겼고. 제가 졸업하던 때에 비로소 각 대학에 우후죽순 퀴어 동아리가 생기는 그런 변화를 봤어서. 학교에 드랙을 하는 건...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 지금도요. 다만 할로윈이라고 하면 좀 그러려니. 할로윈이나 그런 만우절? 그 정도처럼 아예 뭐 장난인데 괜찮겠지 그 정도? 그 사람이 퀴어로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서는.

민: 혹시 언제 대학생활을 하셨나요?

박: 2010년부터 2016년까지요. 비슷한 시기인데 전혀 딴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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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언제 야동을 보기 시작하셨어요?

박: 초등학교 4학년?

민: 그걸 정확히 기억하세요?

박: 네. 제가 그걸 정확하게 기억하는 이유가 그때는 제가 90년도에서 2000년대 초반이었고 이제 막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시작할 때였거든요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나오고. 그래서 선생님이 이메일을 만들라고 숙제를 내주셨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스팸 필터링이 아직 없었고, 한국에서 포르노를 즐기는 모든 사람들의 ‘공공의 적’인 warning.co.kr도 없었고. 검열이 없는. 검열도 없고 규제도 없는. 어떻게 보면 무정부주의적인 인터넷 세상이었는데. 메일을 만드니까 스팸 메일이 오는데 성인사이트 스팸 메일이었고, 클릭하면 당연히 타고 가서 살색 물결이 눈에 꽉 차게 되고. 그렇게 다들 그랬던 거 같아요 그 시대에. 그렇게 해서 중학교 때에는 범람하는 물결의, 그때쯤 해서 공유사이트가 나타났죠. 요즘은 토렌트를 쓰지만 그때는 파일구리라던가, 당나귀라던가, 그런 피투피 공유사이트를 사용했었는데 거기서 범람하는 야동의 물결. 어떻게든 다들 배워와요. 마치 선사시대 사냥법처럼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민: 맞아!

박: 그때쯤 해서 포르노그래피의 존재를 알게 되었어요. 그때는 불법촬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주로 일본이나 서구권에서 나오는 야동. 그리고 일본에서 나오는 성인만화. 그랬던 기억이 나요. 아마 불법촬영이 한국야동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던 때는 스마트폰 도입 이후에.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이후부터라고 생각해요. 그때에는 한국 야동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오는 건 각본이 있고 촬영도 합의 하에 이뤄지는 성인 영상물들이 많았죠. 어쨌든 제가 포르노에 대한 개인사는 이 정도가 있겠네요. 그리고 남자들 사이에서 자라다 보니까 포르노란 것이 되게 보편적이고 대중적이고 부모들에게는 숨기지만 또래들 사이에는 숨기지 않는. 그리고 자신의 소비 기호를 분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또래들. 그랬던 것 같아요.

민: 이거 이야기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모르는 경험이예요. 이럴 거라고는 예상을 했지만요. 저는 한국에서 중학교 3학년까지 다녔는데, 공학이고 합반이어도 남자와 여자 그룹으로 나눠지잖아요. 남자애들이 또 이상한 이야기 한다, 정도로만 알고 있고. 아무래도 당시 여자애들 사이에서는 성 엄숙주의가 극명하게 작용을 한데다가 저는 그 시기에 끼리끼리 성엄숙주의적인 애들하고만 어울렸어요.

박: 다만 지금도 그렇고 그 시대에도 이해가 안되는 것은 남성이 성을 즐기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야동을 안본다고 하면 오히려 불쌍하다. 이 즐거움을 모르는 불쌍한 애들로 취급했던 문화도 있었고, 야동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하는. 특히 소위 말하는 강간 포르노나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를 현실과 착각하는 경우도 많고.

민: 그렇게 매도를 하는군요.

박: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민문님이 포르노그래피를 즐기기 시작했던 역사가 궁금한데요.

민: 네 저는 말씀드렸다시피 성 엄숙주의인 분위기 속에서 자랐어요. 그렇다고 욕망이 없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일찍 돌이켜보면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인형놀이를 하던 때부터 욕망이 튀어나왔던 것 같아요. 제가 포르노 매체를 직접적으로 접했다기 보다는 와일드한 상상을 했던 거죠. 미디어로부터 배운 여성은 탑에 갇혀서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들이 많았는데, 고전 디즈니 같은것도 보면 에로하게 해석할 수 있는 요소들이 나오거든요? 예를 들면 자스민이 모래시계에 갇힌 부분이라던지. 공주의 납치 같은 것들 말이예요. 또 빌런들이 굉장히 야하고 섹시하게 나오잖아요.

박: 맞아요. 이상하게 아동만화의 빌런들은 섹슈얼리티가 가미되어서 나와요. 예를 들면 백터맨의 메두사라든가. 포켓몬스터 로켓단의 로사처럼요.

민: 그쵸그쵸. 그렇기 때문에 상상하는 데 있어서는 강한 소스가 되었던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충격적이긴 한데 제가 포르노의 존재를 인식하기 전에도 공주를 동굴에 가둬놓는 놀이를 한다던지. 옷을 벗겨놓고 갇히게 한다던지 하는 하드코어한 인형놀이를 했었어요.

박: 그런 경험이 공통된 경험이라는 걸 느끼는게. 어떤 분은 어렸을 때 성경을 보다가, 예수가 마지막에 채찍을 맞잖아요.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성적 흥분을 느낀 적이 있었다 라는 경험담도 있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봤던 기억이 나서. 포르노가 없어도 포르노를 스스로 만든다는 경험은 흥미로운 것 같아요.

민: 제가 포르노를 처음으로 접한 건 초등학교 3, 4학년 즈음? 학교에 컴퓨터 배우는 수업이 있잖아요. 그렇게 인터넷 이미지 검색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네이버에 제가 좋아하는 미소녀 이미지를 찾았는데 그 당시에 그런 그림들을 찾으면 미소녀들이 딸기를 먹는데 딸기 위에 생크림이 뿌려져있고, 어째선지 생크림이 얼굴 전체에 뿌려져있는 그런 이미지들이 나오는 거예요. 그때는 이게 포르노라고 자각하진 못했는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제가 초등학교 5, 6학년 때 겨울방학에 친척집에서 몇 주씩 머물 때가 있었는데, 어른들이 일 나가시고 동생들은 학교를 가면 집에 혼자 남겨졌을 때가 있었어요. 혼자 있는 동안 그 집에 있던 컴퓨터를 쓸 수 있었는데 2000년대 초반에 네이버에 마이 홈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때가 있었잖아요. 그때 다다다 팬홈을 찾았는데 사람들이 게시판에 팬픽 야설을 올린 걸 굉장히 열정적으로 탐독했었어요.

박: 다들 비슷한가 보네요. 저도 어렸을 때 디지몬을 소재로 한 야설을 봤었었는데.

민: 저는 쓰는 편이 아니었고 그런 걸 읽으면서 자위를 했고.

박: 저도 그래요 다만 저는 야동을 본 시기와 자위를 한 시기는 다른데 만화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야설. 저도 초등학교때 디지몬이었는데. 처음으로 본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야한 그림이 디지몬에 보면 엔젤우몬이라고 있잖아요. 인간 여성의 외형을 하고 있는데 방어구의 노출도가 되게 심한. 그 엔젤우몬의 방어구가 깨지는 그림을 봤는데 정확히 가슴부위가 깨지는 그림을 디지몬 팬 사이트에서 접하게 되었고. 또 주인공들을 커플링하면서 쓰는 팬픽. 그런 것들.

민: 저한테는 그게 포르노라고 인식하고 접했던 첫 경험이었던 것 같아요.

박: 그러면 그게 어떻게 발전을 했나요? 자신의 취향을 분류하고 수집하고 알아가는?

민: 이 이야기도 아까 했으면 좋겠다고 싶었는데, 소비를 하면서 취향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는 주제가 되게 흥미롭거든요. 저는 왜인지 유년기에 스스로 포르노를 상상으로 만들어 즐기던 시절부터 강압적인 성관계에 조금 많이 이끌렸던 것 같아요.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면서 누가 게시물을 올린 걸 봤는데, 성 엄숙주의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이 성적으로 결백한, 금욕적인 마음을 유지하면서 성욕을 풀 수 있는 방법이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의해 섹스를 ”당해버리는” 판타지인 거예요. 적극적으로 성을 향유하는 것이 금지된 상태에서 유일하게 정당성이 세워진 강간 판타지 포르노들을 자꾸 보다보니까 그런 쪽으로 취향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박: 그러면 앞으로 저희가 어떤 이야기를 할건지에 대해 정리하고 마쳤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이야기할 것들은 앞으로 포르노의 수많은 페티시들을 들고 와서, 왜 이것으로부터 성적 흥분을 느끼는가. 그것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가. 그리고 그런 끌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볼 수 있는가를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민: 그것들이 앞으로 나올 주제들에 대한 핵심인거죠?

박: 네. 그렇죠. 그러면 다음 주제에 대한 예고를 하고 끝내보도록 할까요? 지금까지 저희가 이야기한 것 중에 들어가는 이야기로 괜찮은 게 뭐가 있을까요? ‘코스프레 야동, 피그말리온의 유토피아’ 는 어떠세요?

민: 저는 그 이야기를 더 하고 싶어요. ‘안에다 싸는 게 그렇게 중요해?’

박: 오 그게 더 좋을 것 같네요. ‘안에다 싸는 게 그렇게 중요해?’ 그럼 다음에 저희가 이야기할 것은 야동 내에서 보여지는 질내 사정 집착. 왜 그런 끌림이 있고 거기에 사람이 어떻게 끌림을 가지는지를 다양한 고찰을 통해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민: 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