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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14일 10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14일 10시 32분 KST

극우의 몰락

huffpost

민주주의의 전제 중 하나가 말과 개념을 최대한 정확히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말, 개념을 가장 부정확하게 쓰는 집단 중 하나가 정치판이고 그 정치판의 말들을 그대로 옮겨 쓰는 언론이다. 종종 팟캐스트 시사프로를 듣는데 거기 나오는 전직 ‘보수’ 정치인들이 하는 말.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의 몰락은 한국 민주주의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 좌우의 균형이 민주주의에 필요하다는 것.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문제는 그들이 말하는 ‘보수‘의 함의다. 지금 제 1야당이 보수정당인가. 아니다. 그들은 정치이론의 ‘보편적’ 기준에 따르면 극우정당이다. 그들이 내뱉는 말과 주장을 보라. 그리고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 극우정당은 소수이고, 소수이어야 한다. 극우정당이 소수가 아니라면 그 나라 민주주의가 위기상태라고 봐야 한다. 이런 극우정당이 상당한 의석수를 갖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비정상 상태이다. 그러므로 이번 지선에서 극우정당이 몰락하는 것, 극소수로 전락하는 건 한국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정치이론의 기준에 따르면 보수정당의 모델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건 민주당이다. 이 당은 중도우파에 가까운 보수정당이다. 한국적 맥락에서는 이 당이 개혁정당을 표방하지만 정치이론의 모델에 따르면 이 정당을 개혁정당이나 좌파정당이라고 부르는 건 넌센스다. 개념은 정확히 써야 한다.

나는 좌파정당, 혹은 우파정당이 선험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다고 보지 않는다. 세속의 정치에서 선험적인 선함과 악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공론장에서 각 정당은 시민들의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 자신의 컨텐츠와 비전으로 경쟁할 뿐이다. 다만 그 경쟁은 ‘정상적인’ 좌파정당, 개혁정당, 혹은 우파정당 사이의 경쟁이어야 한다. 극좌나 극우가 현실정치판에 존재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그것도 현실의 논리다) 그 몫은 결코 다수가 되어서는 안되고 극소수에 머물러야 한다. 그게 대중민주주의의 전제조건이다. 극우와 극좌가 득세하는 나라의 미래는 어둡다.

정리하자. 내가 생각하는 한국정치의 바람직한 미래는 (중도)우파 정당인 민주당과 중도좌파/개혁 정당인 정의당이 주류 정당으로서 경쟁하고 극좌와 극우정당이 극소수의 지지 정도를 차지하는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지선, 앞으로의 총선에서 극우 정당은 몰락해야 한다. 그 몰락은 민주주의의 위기가 아니다. 한국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해 좋은 일이다. 기형적인 정치지형을 보편적인 정치이론의 모델에 가깝게 재편하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극우세력의 몰락이 민주주의의 위기인양 호도하지 말라. 그들의 몰락은 민주주의의 정상화 과정일 뿐이다. 다시 말한다. 말과 개념은 최대한 정확히 사용해야 한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