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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의 '목 조르기 체포'는 미국 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로이드의 사망은 전 세계 경찰들이 활용해왔던 제압 수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6.05 14:15
  • 수정 2020.06.05 14:17
(자료사진) 2-19년 5월26일 - 벨기에 경찰이 한 시위자를 제압하고 있다. 브뤼셀, 벨기에.
(자료사진) 2-19년 5월26일 - 벨기에 경찰이 한 시위자를 제압하고 있다. 브뤼셀, 벨기에. ⓒASSOCIATED PRESS

르 페크, 프랑스 (AP) -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목조르기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지 사흘 뒤,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는 또 다른 흑인 남성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관이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누른 것이다.

경찰관들이 엎드린 용의자들을 무릎으로 눌러 압박을 가하는 누르기 기법은 세계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오랫동안 비판 받아왔다. 플로이드의 죽음이 전 세계적인 분노를 초래하고 불안을 건드린 이유 중 하나는 그와 같은 체포 수법이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많은 경우 비백인 용의자들에 대해, 경찰에 의한 질식사 등의 죽음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어왔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황이 우리와 상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프랑스의 의원 프랑수아 루팽이 말했다. 그는 용의자를 엎드린 채로 붙들어두는 경찰의 체포 수법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프랑스에서도 이로 인해 용의자가 사망하는 일이 여러번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이같은 입법 추진은 중단된 상태다.

지난 5월28일 파리에서는 경찰관이 무릎과 정강이 윗부분으로 엎드린 채 제압되어 있는 한 흑인 남성의 턱과 목, 어깨 윗부분을 누르는 일이 벌어져 분노가 쏟아졌다. 사흘 전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똑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 장면은 행인들에 의해 촬영됐고, 온라인에서 널리 공유됐다. 경찰은 이 남성이 약과 술에 취한 채 운전을 하고 있었고, 면허증도 없는 상태였으며, 체포를 거부하고 경찰관들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 상태다.

홍콩에서는 지난 몇 개월 동안의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의 행위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경찰은 지난 5월 체포 과정에서 엎드려 결박됐던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영상을 보면, 당시 경찰관들은 이 남성의 어깨와 등, 목을 무릎으로 누르고 있었다. 

(자료사진) 2020년 5월25일 - 행인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관 데릭 쇼빈은 무릎으로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넘게 누르고 있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전 세계 경찰들이 오랫동안 활용해왔던 제압 수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자료사진) 2020년 5월25일 - 행인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경찰관 데릭 쇼빈은 무릎으로 조지 플로이드의 목을 8분 넘게 누르고 있었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전 세계 경찰들이 오랫동안 활용해왔던 제압 수법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Darnella Frazier via AP

 

목조르기와 결박에 관한 경찰 규정과 체포 절차는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벨기에의 경찰 교육관 스태니 뒤리유는 ”무릎(압박)을 척추에 가하는 것을 볼 때마다” 교육생들을 질책하고 점수를 깎는다고 말한다.

″용의자 위에 완전히 올라타는 것 역시 금지된다. 그렇게 하면 흉곽을 찌르고 질식사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이드의 죽음을 초래해 미국의 경찰과 전문가들의 비판을 받은 미니애폴리스 경찰관 데릭 쇼빈의 행동은 다른 나라 경찰관들에게서도 비판을 받았다. 플로이드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하다가 끝내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무릎으로 그의 목을 누르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던 쇼빈은 3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 미키 로젠펠트는 ”목이나 기도를 압박하라는 체포 전략이나 프로토콜은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경찰관들이 잠깐 동안 용의자의 머리 부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목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경찰노조 GdP의 설명이다.

영국에서는 엎드린 용의자는 ”가능한 즉시” 옆으로 이동시키거나 앉은 자세 또는 무릎 꿇린 자세, 선 자세를 취하도록 해야 한다고 경찰대학은 설명한다. 런던 경찰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침에는 목 제압 활용을 피할 것을 주문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목 부위에 압박을 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나와있다.

(자료사진) 2020년 5월1일 - 터키 경찰이 한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는 모습. 이스탄불, 터키.
(자료사진) 2020년 5월1일 - 터키 경찰이 한 시위자를 체포하고 있는 모습. 이스탄불, 터키. ⓒAP/Emrah Gurel

 

한 국가 내에서조차 규정이 다른 경우도 있다.

미국 뉴욕경찰국의 수백 쪽짜리 두꺼운 ‘패트롤가이드’에는 경찰관들이 목조르기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굵은 글씨와 대문자로 적혀있으며, 용의자의 가슴 또는 등에 앉거나 무릎으로 누르거나 밟는 등 흉부 압박을 초래해 용의자의 호흡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어떠한 행위도 피하라”고 되어있다.

반면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정책이 바뀌기 전까지도 샌디에이고에서는 뒤에서 팔을 목에 감아 압박해 혈액 흐름을 막는 식의 체포 수법이 허용됐다. 샌디에이고 경찰청장 데이비드 니슬릿은 이번주 내로 이를 중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국가군경찰(Gendarmerie Nationale) 소속 경찰관들은 엎드려있는 용의자들의 가슴과 핵심 장기들을 짓누르지 말아야 하고, 목을 압박하는 체포수법은 더 이상 배우지 않는다고 경찰교육 수장 로랑 데쥬는 프랑스는 설명한다.

″꼭 의사가 아니더라도 이게 위험하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하지만 프랑스의 또 다른 사법집행 기관인 국가일반경찰(Police Nationale)의 지침에서는 경찰관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 발표된 이 지침을 보면, 엎드려있는 용의자에 대한 흉부 압박은 ”최대한 짧게 이뤄져야 한다”고 되어있다.

지난 3월 ‘목조르기 체포수법 금지’를 추진하는 의원들에게 재고를 요청하기도 했던 프랑스 경찰노조의 크리스토프 루제는 경찰관들이 권총을 꺼내거나 전기충격기를 동원하지 않는 이상, 용의자를 엎드리게 하는 제압 수법이 가장 안전한 방식이자 경찰관들에 겨냥한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선택지가 5000개쯤 있는 게 아니다.” 그의 말이다.  ”이 기술들은 위험이 가장 낮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경찰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단 한 가지는, 이 기술들이 제대로 사용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이게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았다. 잘못된 부위에, 너무 오랫동안 압박이 가해졌던 것이다.”

그는 프랑스의 ”진짜 문제”는 경찰관들이 경찰학교에서 제압 수법을 배운 뒤로는 후속 훈련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기술들을 잘 사용하려면 자주 반복해서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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