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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들이 플랑크톤 대신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

연구진은 "우리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을 더 많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치어와 플라스틱(네모 안은 확대 이미지). 크기 비교를 위해 10센트 동전을 놓았다
치어와 플라스틱(네모 안은 확대 이미지). 크기 비교를 위해 10센트 동전을 놓았다 ⓒJONATHAN WHITNEY, NOAA FISHERIES.

미국 하와이에서 치어를 연구하던 연구진이 11월 11일에 충격적인 발견 결과를 알렸다.

극히 작은 플라스틱 입자들이 해수면을 떠다니며 치어들의 중요한 먹이와 섞이고 있다. 치어들의 먹이 공급에 중요한 지역에서 플라스틱의 양이 치어보다 7배 많았다. 일부 치어들은 이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치어의 생존 가능성을 낮추며 해양 생물들과 인류를 지탱하는 정교하고 거대한 먹이 그물을 위협한다고 본다.

“우리의 [물] 샘플에 플라스틱이 아주 많아서 충격을 받았다.” 공동 저자인 조너선 휘트니가 보도 자료에서 밝혔다.

호놀루루의 해양 대기 합동 연구소의 해양 생태학자인 휘트니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연구하기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황새치, 날치, 마히마히 등 여러 어류의 치어들이 부화한 뒤 첫 며칠, 몇 주 동안의 생태(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를 연구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해수면을 따라 저인망을 끌며 샘플 채취를 하자 “우리는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을 더 많이 발견했다”고 휘트니가 허프포스트에 밝혔다.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된 이번 논문은 하와이 섬 근처의 해수면 슬릭(slick)에 초점을 맞추었다. 슬릭은 치어들이 주로 먹이로 삼는 플랑크톤이 많은 지역이다. 플랑크톤은 파도에 의해 모이거나 해류, 해저의 모양에 따라 슬릭에 모여든다. 하지만 이와 같은 작용은 플라스틱 입자도 같이 모으게 된다. 슬릭은 하와이 아일랜드 연안의 10%도 되지 않지만, 주위 바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치어가 있을 수 있다. 이번에 연구한 슬릭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서 플라스틱도 더 많았다.

이 지역에 사는 대부분의 치어들은 다른 지역에서 자라는 치어들보다 더 크고 빨라지며 발달도 더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많기 때문에 성장하는 물고기들에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슬릭은 인근 해역보다 먹이 크기의 플라스틱을 약 40% 더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치어 658마리를 해부하고 8.6%가 플라스틱을 섭취했음을 발견했다. 인근 해역의 치어의 경우 이 비율은 3.7%에 그쳤다. 이번 연구에서 슬릭과 주위 바다에서 플랑크톤이 플라스틱보다 더 많음을 언급하기는 했으나, 플라스틱과 플랑크톤의 비율은 슬릭 안에서 60배 더 높았다.

매년 8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간이 흐르며 이 플라스틱은 육안으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게 쪼개진다. 미세 플라스틱은 5밀리미터 이하라, 플랑크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와이 연구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샘플들의 상당수는 상업적 어업 도구와 쇼핑 백, 물병 등 일회용품에서 왔다.

치어들이 특히 피해를 입기 쉬운 이유는 생애주기에서 아주 초반이기 때문이라고 휘트니는 설명했다. 조직, 근육, 면역체계가 완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다.

“중요한 첫 먹이로 플라스틱을 섭취한다면 플랑크톤이 아니라 플라스틱으로 배를 채우게 된다.” 플라스틱이 배에 가득 차면 배가 부르다고 느껴 결국 아사로 이어질 수 있다.

성체가 된 고래와 새들도 소화가 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다량 섭취하고 굶어죽는 사례들이 있다.

다 자란 물고기의 플라스틱 섭취는 장 폐색, 독소 축적, 영양실조를 일으킬 수 있으나, 치어에 대한 영향을 연구한 사례는 거의 없다.

“어떤 스트레스 요인이든 삶의 후기보다는 초기에 더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플라스틱이 물고기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오리건 주립 대학교의 소전 브랜더 독물학 교수가 올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밝힌 바 있다.

치어가 플라스틱을 섭취한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하와이 연구의 공동 저자 제이미슨 고브는 말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본 것으로도 우려가 든다고 밝혔다.

“태평양 주위의 수억 명은 연안 어업을 주요 단백질원으로 삼는다.” 미국해양대기청의 해양학자인 고브의 말이다. 큰 어류와 조류도 치어를 먹이로 삼는다고 고브는 덧붙인다. 플라스틱 입자가 먹이 사슬에 퍼지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어떤 피해가 일어나는지 고브는 밝히고 싶다.

하와이에서 발견된 어린 알바트로스 시체. 플라스틱을 잔뜩 먹고 죽었다.
하와이에서 발견된 어린 알바트로스 시체. 플라스틱을 잔뜩 먹고 죽었다. ⓒASSOCIATED PRESS

이것이 치어와 플라스틱 섭취를 관찰한 첫 연구는 아니다. 2016년에 스웨덴에서 발표된 연구는 플라스틱 입자가 민물 농어 치어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했고, 일부 개체는 플라스틱을 먹는 걸 좋아한다는 걸 밝혔다. 플라스틱 입자에 많이 노출된 치어들은 느렸고 포식자들에게 더 취약했다고 한다.

2016년의 다른 연구에서는 플라스틱이 먹이 같은 냄새가 나기 때문에 많은 해양 동물들이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 논문의 주저자는 현재 스탠포드 대학교 홉킨스 해양 스테이션의 박사후 연구자인 매튜 사보카였다. 사보카는 동물들이 속아넘어가는 것이라며, 먹어도 되는 것 같은 냄새가 난다고 감각기관이 감지하면 동물은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교적 새로운 위협인 플라스틱에 대처할 능력이 없다고 사보카는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사보카는 이번 하와이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해양 플라스틱이 많이 모인 지역의 치어들은 이와 비슷하게 속는다고 그는 말한다. 먹이가 많은 해수면의 슬릭을 찾아가도록 ‘진화적으로 다듬어졌다’고 사보카는 허프포스트에 설명했다. 수백만 년 동안, 영양분이 없는 먹이 크기의 입자가 먹이에 섞여있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최근 수십 년 간에 일어난 일이다.

“인간의 행동은 지구 전체에, 우리가 보지 않는 먼 곳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고브는 이번 하와이 연구로 인해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예 사용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고 살기란 쉽지 않다.”

고브는 어류와 해양 생태계를 위험하는 것이 플라스틱만은 아니라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기후 변화는 생물의 다양성과 지구 생태계의 가장 큰 위협이다.”

남획과 서식지 감소 역시 어류를 위협한다고 고브는 덧붙였다.

 

* HuffPost US의 Plastic Trash Has Overwhelmed Feeding Grounds For Baby Fish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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