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한국당의 선거 유세 캠페인에 대해 같은 ‘보수 정당’ 계열의 기독자유통일당이 반발했다. 통합당이 ”퀴어를 용인하는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독자유통일당이 말하는 ‘퀴어를 용인하는 짓‘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 등이 시도한 아래의 ‘핑크 챌린지’다.
지난 6일, 한국당은 원 대표 등이 분홍색 점퍼에 분홍색 가발을 쓴 채 손가락으로 기호 2번을 표현한 사진을 공개했다. 원 대표는 불이 들어오는 분홍색 리본 머리띠도 착용했다. 한국당은 이같은 행사를 ‘핑크 챌린지’라고 명명했다.
기독자유통일당 측은 이 ‘핑크 챌린지‘에서 ‘퀴어‘를 연상해냈다. 고영일 기독자유통일당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핑크 챌린지’에 대해 ”퀴어를 용인하는 퍼포먼스”라고 주장했다. 고 대표는 ”동성애 반대 운동을 하는 교회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한국당과 통합당은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고 맹 비난했다.
물론 한 정당의 대표가 분홍색 가발과 귀여운 머리띠를 착용한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퀴어를 용인한다’고까지 해석을 확장한 것은 대단한 유추 능력이다. 세상에 놀랍게도 기독자유통일당뿐만 아니라 이같이 뛰어난 연상력을 가진 사람들은 더 있었던 모양이다.
익명을 원한 미래한국당 관계자는 “핑크색 옷까지는 좋은데 핑크 가발을 쓰니 보기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며 “황교안 대표도 목사님 등 주변으로부터 걱정스럽다는 말을 듣고 원유철 대표 등에게 ‘가발까지 꼭 써야 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중앙일보(2020. 4. 9.)
한국당 측은 ”퀴어 논란을 의도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진복 통합당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중앙일보에 ”일부에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알고 있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밝혔으며, 염 사무총장은 ”퀴어 논란을 의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원 대표는 앞서 페이스북에 ‘핑크 챌린지’를 준비하는 사진을 공개하며 ”지친 국민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드리기 위해 시작했다”며 ”지쳐 계신 국민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드렸다면 성공이다”라고 쓴 바 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웃었을 테니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지만, 아마 원 대표는 고작 가발 착용했다고 ‘퀴어 논란’이 일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비난까지 들어야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