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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새로운 풍경 : 예능 대신 개표 현장 생중계 시청하기

이게 뭐라고 묘한 위안이 된다.

  • Marina Fang
  • 입력 2020.11.05 18:02
  • 수정 2020.11.05 18:04
스테이트팜아레나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스테이트팜아레나에 마련된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ASSOCIATED PRESS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는 잊어라. 내 새로운 ‘최애’ 예능 TV프로그램은 개표요원들이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수백만표를 개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필라델피아 선거관리위원회의 라이브스트림이다.

지난 24시간 동안, 나는 그나마 조금 생산적인 일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동안 이 생중계를 틀어놓았다. 가끔 들여다보면 스토리가 전개되어 있다. 커피를 손에 든 새로운 직원이 등장하기도 하고, ‘언박싱’을 기다리는 투표용지 묶음이 새로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저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둔 개표요원들이 자기 자리에 앉아서는 투표용지들을 하나씩 처리하는 모습이 전부다.

 

개표 현장을 생중계로 보여주는 건 선거 절차의 투명성을 보여주기 위한 흔한 방법 중 하나다. 이와 비슷한 라이브스트림은 전국 각지에서 실시되고 있다. 가끔 와이드샷이 등장해 개표현장인 컨벤션센터나 체육관의 전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양한 각도로 개표 절차를 자세히 보여주기도 한다.

그동안의 선거에서 나는 뉴스 방송사들이 개표요원들의 작업 현장으로 화면으로 넘겨버릴 때마다 내 안의 냉소적인 모습이 드러나곤 했다. 네버엔딩 ‘선거일 밤(Election Night)’ 방송 시간을 채우기 위해 끼워넣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이거나 아니면 다섯 명의 패널이 나와서는 뭐라도 새로운 정보가 하나 나오면 쓸 데 없이 추측을 늘어놓는 경우이거나.)

그러나 불안감을 가질 만한 이유가 훨씬 더 많은 선거에서는(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위험천만하게도 민주적인 선거 절차가 조작됐다고 주장하거나 결과에 불복할 것이라고 거듭해서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람들이 똑같은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지런히 수행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묘한 위안이 된다. 극도로 혼란스러운 2020년이 낳은 카오스의 와중에 찾은 사소한 규칙성이라고나 할까.

한 직원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한 직원이 우편투표 개표 작업을 하고 있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Jessica McGowan via Getty Images
개표를 기다리는 투표용지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개표를 기다리는 투표용지들. 애틀랜타, 조지아주. 2020년 11월4일.  ⓒASSOCIATED PRESS

 

펜실베이니아주는 선거일 전에 우편투표와 부재자투표를 미리 개표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어서 시간이 늦어지는 만큼 개표 결과는 목요일(5일) 또는 금요일(6일)까지도 발표되지 않을 예정이므로 초조하게 새로운 소식을 확인하는 건 어쩌면 건강에 그리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트레스성 폭식이나 트위터에서 나쁜 뉴스를 강박적으로 확인하는 일, 주 선거당국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새로고침을 눌러대거나 선거인단이 269 대 269로 동점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지도에 펼쳐보이는 일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다면,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목을 축인 다음 민주주의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시길.

 

* 허프포스트US의 Watching Election Workers Process Ballots Is The New Comfort-Food Television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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