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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 제품 9개를 완전히 뜯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덜 유해한 생리대를 찾아 유목민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 김현유
  • 입력 2020.07.28 16:28
  • 수정 2020.07.29 13:21

‘세계 월경의 날’이었던 지난 5월 28일,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직접 시판 중인 생리대 제품을 뜯어버렸다. 생리대의 단면이 광고와 같은지, 성분은 어떤지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유기농 생리대 브랜드 ‘BODA’를 런칭한 스타트업 ‘퍼스널쉐어링‘이 개최한 ‘생리대 바로알기 판별단’ 활동의 일환이었다.

앞서 지난 2017년,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일부 생리대에 부작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명 ‘생리대 파동’의 시작이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생리대에 대한 ‘전성분 표시제‘를 시행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은 내 몸에 덜 유해한 생리대를 찾아 ‘생리대 유목민’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건강과 직결된 문제인데도 왜 수많은 여성들은 아직까지 내 몸에 맞는 생리대를 고르지 못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생리대. 자료사진.
생리대. 자료사진. ⓒPraweena via Getty Images

- 언제부턴가 생리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도가 무척 높아졌어요.

‘생리대 파동’ 사건이 아무래도 가장 컸을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생리대를 한 달에 한 번 쓰는 공산품, 일회용품 정도로 여겼지만 ‘생리대 파동’ 이후에는 생리대가 여성 건강에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죠. 이후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확장됐죠. 하지만 여전히 어떤 걸 써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 생리대 9개 제품을 완전히 뜯어보는 ‘생리대 바로알기’ 행사를 진행하셨어요.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시작하신 건가요?

첫 번째는 우선, 여성들이 왜 하나의 생리대에 정착하지 못하고 ‘유목 생활’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자신에게 잘 맞는 생리대를 찾지 못하는 환경인 거죠.

두 번째는 자신에게 잘 맞는 생리대를 찾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었어요. 사실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어떤 성분이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모르잖아요.

세 번째는 정말 표기된 그대로가 맞냐는 것이 궁금했어요.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연령대별 여성들을 모아 한 번 생리대를 말 그대로 ‘뜯어’ 봤어요.

- 뜯어보니 그 결과는 어땠나요?

마트 생리대 진열대. 자료사진.
마트 생리대 진열대. 자료사진. ⓒ뉴스1

문제가 좀 있었죠. 우선 표기가 정확하지 않은 게 있었어요. 예를 들어 유기농이라는 인증을 받았으면, 홈페이지에만 기재할 게 아니라 제품에도 표기해야겠죠. 안 그런 경우가 있었고요. 또 모든 성분이 표기됐지만 너무 작게 쓰여 있어요. 돋보기를 써도 안 보일 정도죠.

가장 큰 문제는 현행법상 함량 표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어요. 목화가 들어 있다고 했는데 잘라 보니 목화는 적고 펄프가 가득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몇몇 판별단 분들은 굉장히 광분하셨어요.

판별단 분들도 그렇고, 많은 여성 분들도 공감하실 것 같은데 보통 ‘광고’를 보고 생리대 제품을 선택하시잖아요. 근데 광고와는 달리 목화가 별로 없으면 이건 완전 아닌 거잖아요.

- 이런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생리대 파동’이 있었던 게 2017년이죠. 그 때 시행된 게 유통기한과 제조일자 표기, 유기농 제품 인증제, 전성분 표시제 등이예요.

하지만 저는 법에 좀 더 밀도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인증마크를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제품에도 표기하고,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일부 성분은 큰 글씨로 보여준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생리대는 의약외품이고, 소비자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제품이니까 더 깐깐해져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어떤 생리대는 정말 정직하게 목화를 5중 압축해서 넣기도 했어요. 하지만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목화를 아주 조금만 넣은 제품도 목화를 넣었다고 홍보할 수 있거든요. 함량 표시를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법이 바뀌어야 해요. 유기농 인증을 받을 때 기준함량을 50%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홍보성 문구를 과장하는 경우도 적발해야겠죠.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Huffpost KOREA/Hangang Kim

아직까지는 생리대에 대해 알면 알 수록, 고를 수 있는 제품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더라고요. 아직 개선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 다른 의약외품은 이런 논란이 적은 것 같은데, 왜 유독 생리대는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을까요?

생리대와 여성 건강에 대한 의식이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당장 ‘생리대 파동’이 불과 3년 전이니까요.

‘생리대 파동’ 당시 유기농 생리대에 대한 선호도가 갑자기 높아졌어요. 하지만 현행법상 유기농 제품을 인증받으려면 1년 여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수요가 늘자 업계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기농 생리대를 수입해서 판매하는 일이 늘어났어요. 곧바로 제품을 생산할 수 없으니 수입을 한 거예요.

1년 정도 지나서 국내 기업의 유기농 생리대 제품들이 인증을 받아 판매를 시작했고, 저희같은 유기농 생리대 스타트업들도 생겨나 국내 생산도 늘었어요. 유기농 생리대 시장이 열린 뒤 맨 처음 1년여는 거의 해외 제품들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따지고 보면 국내 유기농 생리대 제품이 시장에 들어온 지는 2년 정도밖에 안 되는 거죠.

그렇게 보면 당연한 거예요. 굉장히 초기 시장이니까요. 지금처럼 많은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서 개선해 나가다 보면 앞으로 점차 나아지겠죠.

- 유기농 생리대는 어떤 점을 고려해서 고르면 좋을까요?

해외 제품의 경우에는 제조일자를 잘 확인하는 게 필요해요. 유기농 생리대는 제조일자로부터 6개월이 지나면 곰팡이가 생기거든요. 또 공장에서 선박으로 올 때, 더운 지역을 지나는 동안 변질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국내 생산된 제품의 경우는 유통기한 문제에는 자유롭지만 인건비 때문에 다소 비싼 면이 있어요. 각자의 상황에 따라 고르시면 될 것 같아요.

소비자 분들이 조금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생리대를 제작하는 업체에서도 정확한 표기를 해 주시고, 함량을 표기하도록 법이 바뀔 수 있으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저희는 앞으로도 관련 법이 좀 더 밀도있게 바뀔 수 있도록 생리대를 제대로 알아보는 행사를 계속 해 볼 예정입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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