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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인터뷰] 어린 청소년들의 초경을 축복하는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가 말하는 성조숙증과 성교육

김정하 대표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고, 똑똑하다고 강조했다.

  • 김현유
  • 입력 2020.07.28 11:12
  • 수정 2020.07.29 15:55

2016년 세상에 알려진 ‘깔창 생리대’ 이야기는 한국 사회가 ‘생리’라는 주제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 사건이었다. 형편이 어려운 홀아버지 밑에서 자란 초등학생이 초경을 겪은 뒤,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이용했다는 이 사연은 트위터 등을 통해 알려졌고 큰 반향을 불러왔다.

이후 필수품인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부터, 정부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사건을 기점으로 ‘공공 생리대’에 대한 개념이 처음 한국 사회에 도입됐고, 많은 기업들이 저소득층 소녀들을 위한 생리대를 기부했다.

그러나 현실에는 여전히 ‘깔창 생리대’ 이야기의 초등학생처럼 초경 이후 일어날 변화를 알려주고 이를 축하해줄 사람이 없는 소녀들이 있다. 더군다나 성조숙증이 늘어나 초경을 시작하는 연령은 점점 어려지고 있다. 

그런 소녀들을 위해 초경을 축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는 스타트업 회사가 있다.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는 초경을 맞이한 10대들을 위한 맞춤 생리대를 표방하며 ‘보다(BODA)‘를 런칭했다. ‘내 몸 제대로 보자, 초경을 제대로 보자’라는 직관적인 의미를 담은 이름이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위워크타워에서 김 대표를 만나 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Huffpost KOREA/Hangang Kim

 

어려진 청소년, 그리고 생리

”성조숙증은 늘어나고, 인터넷 발달로 자극적인 콘텐츠에 대한 노출은 늘어나요. 그런 와중에 아직도 성교육이 ‘아우성‘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어요.” 김 대표가 ‘초경 축복’ 캠페인을 시작하게 된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성조숙증 치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은 2014년 7만2152명 수준이었으나 2018년 10만2886명으로, 143% 늘었다. 같은 기간 19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인구는 11% 감소했다. 이를 미뤄보면 전체 인구 대비 성조숙증의 증가율은 심각한 셈이다.

성조숙증이 찾아올 경우, 이르면 9세부터 초경이 시작된다.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에 너무 어린 나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친구’를 꼽았다.

″초경에 대한 정보를 아이들이 어디서 가장 많이 구하는 지 아세요? 유튜브예요. 그걸 보고 친구들끼리 얘기를 하죠. 하지만 부모님한테는 묻지 않고, 선생님한테는 더더욱 말하지 않아요. 그 점에서, 올바른 정보를 서로 제공할 수만 있다면 친구는 정말 좋은 멘토가 되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어요.”

현재 퍼스널쉐어링은 ‘리버스 멘토단’을 꾸려 초경을 시작한 소녀들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친구들에게 조언을 해 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초경을 겪은 친구들이 유튜브보다 정확하고 생생한 정보를 제공하고 도와주는 거예요. 이렇게 하면 보호자로부터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죠.”

이밖에 퍼스널쉐어링은 오는 10~11월, 한부모 가정의 소녀 500명에게 ‘초경 키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생리대와 신체의 변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책자, 그리고 아이들이 평생 간직할 수 있는 ‘메시지 테디베어’가 포함된다. 초경이 낯선 아이들에게 올바른 설명을 해 주고, 이들을 축복해주기 위함이다. 

'BODA'의 초경 축복 키트(가안)
'BODA'의 초경 축복 키트(가안) ⓒPersonal Sharing

 

초경 파티와 몽정 파티

퍼스널쉐어링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65%의 가정에서 딸의 초경을 맞아 파티를 열어준다고 한다. 김 대표는 ”누구나 어떤 일을 처음 했을 때 칭찬을 받고 축하를 받은 기억이 오래 갈 텐데 초경도 마찬가지라고 본다”라며 ”그냥 넘어가버리면 생리에 대한 기억이 두렵고, 당황스럽고, 부정적인 것으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초경 파티를 할 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나 인터넷의 영향으로 어른들이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라며 ‘솔직함’을 강조했다.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Huffpost KOREA/Hangang Kim

″많은 부모님들이 사실, 자식들과 성에 대해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 본 적이 없으셔서 에둘러 말씀하실 거예요.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엄마와 아빠는 어떻게 연애를 했고 사랑했는지와 같은 것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성관계를 했다가 문제가 생길 경우 엄마와 아빠에게 어떻게 이야기하면 되는지, 그런 것들까지요.

부모가 먼저 그런 말을 해 준 아이와 아닌 아이의 경우, 똑같이 유튜브에서 잘못된 성 지식을 접해도 받아들이는 건 달라지게 될 거예요. 아이들의 빠른 변화를 눈 감고 모른 척 하지 말고, 전부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생리대를 제대로 버리는 방법이나 여성청결제를 쓰는 방법처럼 실용적인 것도 포함되겠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이제 그 날은 치마 입지 마” 같은 것들이다. ”첫 순간이고,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치마를 입지 말라는 등의 제약을 걸어 버리면 아이들은 ‘생리할 땐 무조건 바지만 입어야 하는구나’라고 인지하게 돼요. 사실, 치마 입어도 되잖아요. 그런 제약은 걸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또 김 대표는 ”혹여나 파티 선물로 초경에 대한 책을 사 주시려고 한다면 내려놓으시라. 책은 부모님이 읽으셔야 하는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앞서 지난 5월 방송된 JTBC ‘가장 보통의 가족‘에서는 배우 강성진의 가족들이 아들 민우를 위해 ‘몽정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당시 강성진은 ”여성들은 초경 파티가 있는데 남성들은 안 해주니까, 이를 존중해 주기 위해 준비했다”라며 ”이제 민우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어른이 된 것”이라고 격려했다.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JTBC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JTBC '가장 보통의 가족' ⓒJTBC

해당 방송 이후 인터넷에서는 민우의 당황한 표정이 담긴 캡처본이 돌며 논란이 됐다. 부끄러워할 수 있는데, 전국민이 보는 방송을 통해 ‘몽정 파티’를 보여줬어야 했냐는 지적이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른 아이들도 부모님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수 있다”라며 ”그래도 초경과 몽정에 대해서는 미리 알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아빠나 엄마와 단 둘이 여행을 간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낼 수도 있겠다”고 조언했다.

 

성조숙증 시대의 성교육

퍼스널쉐어링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튜브를 통해 ‘열린 성’ 관련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저희가 감히 ‘교육’을 한다고 말 할 수는 없다”라며 ”다만 저희가 구한 10대들의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통해 재미있는 영상을 만들 수는 있다. 그 영상을 통해 성에 대해 가족끼리, 친구끼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판이 깔리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자극적인 정보가 쏟아지는 동시에, 아이들은 성조숙증으로 신체가 빨리 어른이 되는 시대다. 인터넷 곳곳에서는 생리를 비하하는 표현인 ‘피싸개’ 같은 단어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더욱 어린 나이부터 제대로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퍼스널쉐어링 김정하 대표. ⓒHuffpost KOREA/Hangang Kim

″생리도 몽정도, 놀리거나 비하해서는 안 되는 자연스러운 일이잖아요.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요즘 아이들은 빠르기 때문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성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더 어렸을 때부터 많은 용어들을 제대로 가르쳐줘야 하고요. 성인들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인터넷에는 가십이나 재미로만 소비되는 공격적이고 아픈 말들이 많죠. 저희가 하는 일들이 많이 퍼지고,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좋겠어요. 동시에 성에 대한 사람들의 무지가 해소되기를 바라고요.”

앞서 전남 담양의 한 남녀공학 고등학교에서는 바나나와 콘돔 등을 활용해 성교육을 하려던 교사가 ”오히려 성폭행을 부추길 수 있다”는 학부모들의 항의로 관련 수업을 취소하는 일이 있었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baona via Getty Images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언제까지 우리가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지켜만 볼 것이냐”며 ”아이들이 빨라졌으며, 우리만큼 아이들도 똑똑하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부모가 할 수 없다면 정확히 가르쳐주는 곳에 가서 가르치는 게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정말 아이들은 다 알아요. 그러니 성관계를 했을 때 내 몸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 지,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 부모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을 예방할 수 있어요.

일례로, 전에 6학년 아이들이 학교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한 적이 있었어요. 뭘 알고 한 걸까요? 호기심이죠. 이제는 솔직한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변화와 책임에 대해 미리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외국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초경과 몽정을 하면 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오게 되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이 성관계를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임신을 하는 게 어떤 책임인지 전부 알려주죠. 오히려 미성년자 성관계로 골머리를 앓는 일이 적어요. 대신 일찍 함께 사는 길을 택하죠. 한국과 반대예요.”

서울도서관 여자화장실 입구에 표기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안내.
서울도서관 여자화장실 입구에 표기된 비상용 생리대 자판기 안내. ⓒ뉴스1

 

지금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초경 축복 캠페인’은 ”어차피 여성들을 위한 용품을 만드는 회사이니까, 좋은 일도 같이 해 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소녀들이 생리를 처음 하는 순간부터 제대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몸에 대해 알아갈 수 있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았다.

좋은 일이었지만, 문제도 있었다. 중·고등학생이 아닌, 성조숙증으로 이른 초경을 시작한 초등학생들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던 것. 김 대표는 ”생리대 회사에서 생리대를 전달해주는 것도 대부분 중·고등학생”이라며 ”저희와 함께하는 비정부기구(NGO) 단체 한 곳이면 500명을 모두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100명도 소화하기 힘들다고 하더라”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는 성조숙증 치료를 받은 아이들만 포함된다. 치료받지 못했고, 초경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든 소녀들이 더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끝으로 김 대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초경을 맞이했는데, 이에 대해 알지 못해 당황하는 통에 축복을 받지 못한 채 지나가는 아이들이 지금도 있을 것”이라며 ”그런 아이들이 당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더 많은 소녀들에게 초경을 축복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전했다.

‘초경 축복’ 캠페인을 위한 기부는 지난 7월 3일부터 오는 8월 3일까지 진행되며, 국제구호기구인 세이브더칠드런과 한부모 미혼부 단체 ‘아빠의 품(APUM)’ 그리고 (재)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이 함께한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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