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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가 재구성한 '완벽한 인체'는 이런 모습이다

여러 동물들의 우수한 신체 특성들을 적용했다.

ⓒTwitter/thealiceroberts

인간의 지적 능력은 어느 동물보다 뛰어나지만 신체적으로만 보면 뒤떨어지는 것들도 많다. 진화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야생시절을 견뎌내게 만들었던 신체 특성들이 점차 퇴화됐기 때문에다. 반면 동물왕국의 다른 동물들은 자연선택을 거치며 아주 예민한 감각기관에서부터 강력한 팔다리에 이르기까지 놀라운 생물학적 신체구조를 갖춰왔다. 이런 진화과정을 무시한 채, 오늘날 인간이 완벽한 신체 조건을 갖춘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답을 내놓기 어려운 주문이다.

영국의 해부학자 앨리스 로버츠(Alice Roberts) 버밍햄대 교수가 비비시 다큐멘터리팀의 요청을 받아 해답을 찾아나섰다. 그가 완벽한 인체 모델을 만들어내기 위해 채택한 방식은 동물들의 우수한 신체 특성들을 인체에 적용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를 위해 의료 및 동물 전문가를 만나 인체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동물들의 놀라운 환경적응력이 완벽한 인체를 위한 영감을 얼마나 줄 수 있는지 자문을 받았다. 앨리스는 이를 통해 재구성한 인체 모델을 자신의 몸에 적용한 `앨리스2.0′ 입체모형을 최근 영국과학박물관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했다.

ⓒYoutube/BBC

특수효과 전문가와 가상조각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체구와 똑같은 크기로 만든 `앨리스2.0′은 커다란 눈과 귀를 갖고 있다. 귀는 고양이에서 빌려왔다. 나이 들어 약해지는 청력을 보완하려면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증폭시켜줄 수 있는 고양이의 커다란 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눈은 시야 사각지대가 없는 문어의 해부학적 구조를 가져온 뒤 좀 더 나은 시력을 위해 크기를 키웠다. 허리는 침팬지, 다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날지 못하는 새 타조의 것을 가져왔다. 타조의 다리는 달리기에 아주 적합하고 힘줄이 커서 충격 흡수력도 좋기 때문이다. 허벅지에는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작은 펌프를 달았고, 가슴에서는 봉긋한 유방을 없앴다. 몸 안의 심장은 개, 폐는 백조의 것을 배치했다.

ⓒYoutube/BBC

앨리스2.0에서 가장 괴상한 부위는 배에 달려 있는 캥거루 주머니다. 로버츠 박사는 ”사람들한테 트위터를 통해 자기 몸에서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물어보자 출산에 대한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며 ”우리 인간은 신생아의 머리가 커서 출산과정이 매우 힘든데, 인간이 캥거루처럼 진화해 아주 작은 몸집의 아기를 낳아 어머니에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주머니에 넣어 기르면 어떨까”하고 반문했다. 관객들은 앨리스2.0이 공개되자 그 괴상한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로버츠 박사는 캥거루주머니가 가장 괴상하긴 하지만, 여자로서 어머니로서 가장 만족할 만한 것은 역시 캥거루 주머니라고 말했다. 출산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비시 방송은 앨리스의 실험 작업을 소개하면서, 어쩌면 미래의 인간에게 적용될지도 모르겠다고 해설했다.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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