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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막으려는 국민의힘 필리버스터가 3시간에 막을 내렸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문주주의"라고 현 정부를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뉴스1

거대 여당의 독주와 소수 야당의 비협조 속에 원구성 협상부터 진통을 겪었던 21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개정안을 둘러싼 극한 대립 끝에 9일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 절차를 통한 공수처법 제정 당시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맞선 뒤 1년여 만에 다시 같은 법을 놓고 국회가 멈춰선 것이다.

공수처법을 둘러싼 전운은 이날도 국회를 감돌았다. 야외용 돗자리와 국방색 모포로 국회 중앙홀 찬 바닥을 이겨낸 국민의힘 의원들은 “권력비리 방탄 공수처법 저지”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사흘째 릴레이 밤샘 농성을 진행했다. 이어진 항의 농성과 시위 등 영향으로 구호를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는 모두 쉬거나 갈라진 쇳소리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는 동안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하는 동안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고 있다.   ⓒ뉴스1

오전 10시 국민의힘 긴급의원총회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을 향한 성토대회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발 독재 시작 공수처법 막아내자” 구호 제창과 함께 시작된 의원총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는 “참담한 날치기와 민주주의 파괴의 정점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는지, 이 나라를 어떻게 할 것인지 따져 묻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오후 들어서는 본회의 안건 심의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이에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2시15분, 2시45분, 3시로 세차례나 미뤄졌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법을 비롯해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국가정보원법,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위법), 남북관계발전법 등 법 개정안 5건에 대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가 사참위법, 남북관계발전법 등 2건에 대해서는 철회했다. 여야는 이들을 제외한 127건의 법안은 먼저 의결하기로 했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법안 가운데는 ‘공정경제 3법’ 등 민생·개혁법안이 다수 포함됐다.

오후 3시 넘어 개회한 본회의에서는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여야 의원이 다시 공수처법을 두고 맞섰다. 먼저 의사진행발언에 나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은 국회법을 지키지 않았고 야당을 속여가며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법사위로 다시 회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수처 설립은 거대 조직인 검찰의 과잉권력을 통제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가 꺼진 뒤에도 연설하듯 공수처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야당 의원들 쪽에선 야유와 항의가 뒤섞인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개정안에 대한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민생·개혁법안 125건을 처리하는 데는 4시간 넘게 걸렸다. 밤 9시가 지나 공수처법이 안건으로 상정되자, 마침내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첫 주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당사자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한마디로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제 민주주의가 아니라 ‘문주주의’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 쪽은 애초 이날 회기가 종료되는 밤 12시까지 최대 10시간까지 토론을 준비했다고 했으나, 실제 필리버스터 기간은 3시간에 불과했다.

공수처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 종료됐다. 회기가 끝나면 필리버스터도 함께 종료된다는 국회법 규정 때문이다. 필리버스터 대상 안건은 그다음 열리는 본회의에서 지체 없이 처리하도록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수처법은 10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민주당은 10일부터 한달간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해둔 상황이다. 필리버스터는 24시간이 지난 뒤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이상 의결로 중단시킬 수 있다. 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친여 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을 모두 합치면 180명이 넘는다. 이에 공수처법을 비롯한 나머지 필리버스터 법안들도 24시간 간격으로 사흘에 걸쳐 통과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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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필리버스터 #공수처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