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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서정문 PD가 '방용훈 부인 학대 의혹' 방송 이후 심경을 밝혔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아내의 자살 사건을 다뤘다.

ⓒMBC

“(협박 당할까 봐) 가족 지인들이 너무 걱정해요.”

‘피디수첩‘(문화방송) 서정문 피디는 7일 오전 한겨레와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일 방영 이후 후폭풍이 거센 방송 프로그램을 만든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방용훈 코리아나 호텔 사장 아내의 자살 사건을 다룬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는 시청률 6.5%(닐슨코리아 집계)를 기록하며 올해 방영분 중 반응이 가장 컸다. 방송에서 방 사장과 아이들이 아내이자 엄마를 지하실에 가두는 등 고통을 준 사실과 경찰과 검찰의 석연찮은 수사과정을 까발리며 시청자의 공분을 샀다.

방송 내용이 워낙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누리꾼은 물론 지인들까지 안위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방 사장은 서정문 피디와 통화하면서 “살면서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른다. 이건 협박도 아니고 뭐도 아니다”거나 “애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서정문 피디는 “방 사장과 한 시간 가량 통화했다. 당시 방 사장이 미국에 있어 전화로 취재했는데, 연결은 어렵지 않았다. 그 나름대로 취재에 응한 것이다. 대화 과정에서 일반적인 취재원이라면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기는 했지만, 그게 (취재를 위축시킬 만큼) 강한 압박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MBC

서정문 피디는 “‘방 사장 아내 자살 사건’이 출발점이지만 ‘검찰과 경찰의 석연찮은 수사과정’을 짚어보는 게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서 피디는 이 아이템을 6개월 전부터 진행했다. 본격적으로 취재한 건 한 달이다. “2016년 고인의 어머니가 쓴 편지를 인터넷으로 보고 충격받았지만 당시는 진위를 파악하기도 쉬워 보이지 않았다.” 이후 취재를 밀어붙이게 된 건 방 사장과 그의 큰아들이 고인의 언니 집을 무단으로 침입한 폐쇄회로(시시티브이) 풀 영상을 보고 난 뒤다. “단순한 가정사라고 보기에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너무 불법적이었다. 시시티브이에서 주거침입사건은 너무 명백한데, 경찰과 검찰 수사에서 봐주기를 한 걸 보고 그렇다면 관련된 다른 사건들은 어떻게 됐을까 들여다보게 됐다.”

그래서 그는 평범한 대학생들을 데려다가 시시티브이를 보여주며 ‘상식적인’ 답변을 들어보는 등 수사과정의 문제점에 집중했다. 담당 경찰관을 찾아가 “외압이 있었느냐” “청탁이 있었느냐” 대놓고 묻기도 했다. 방송에서 담당 검사의 실명을 거론하고 얼굴을 공개한 것도 그래서다. “검찰은 수사를 지휘했으니까 그 수사가 잘못됐다면 혹은 수사가 잘못된 거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면 그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공개했다. 형사사법 기관의 판단은 사람들의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되는 건데 이건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수사가 전개됐으니 수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조금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겠다 판단했다.”

“취재 과정에서 특별한 어려움은 없었다”지만 “방 사장이 조선일보 일가다 보니 관련 코멘트를 해줄 법조인을 찾는 게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큰아들 외에 다른 자녀 한명한테 취재 시도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은 것과 이미란씨 친정 식구들이 사설 구급차를 동원해 엄마를 집에서 강제로 내쫓은 자녀들을 고소한 건에서 ‘공동존속상해’가 아닌 ‘강요죄’가 적용된 것에 대해 여러 사정으로 더 깊게 취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한다.

ⓒMBC

방송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이 쏟아지는 등 반응이 뜨겁다. 방 사장 아내 자살 사건 재수사 및 비호 검경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이 7일 현재 81개나 된다. 서 피디는 “방송 이후 검·경찰이 이상한 방식으로 수사를 전개한 것에 특히 많은 분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된 ‘버닝썬’ 클럽 간부들이 경찰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사법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관심이 큰 만큼 후속 보도를 준비하고 있을까? “당장 구체적 취재나 방송 일정을 잡고 있지는 않지만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다른 이야기들이 있다. 그것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 자료가 확보되면 취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지 판단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취재 과정 내내 “모든 것이 그냥 안타까웠다”는 서정문 피디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여러 번 했다. “진짜 궁금하다. 시시티브이를 봤으면 무혐의 처분(방 사장)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왜 그랬을까. 이유는 그분들만이 아는 거니까. 질문했지만 대답이 없었고, 상식적으로 생각하기에는 외압 아니면 청탁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라면, 알아서 그랬다면 더 슬픈 일일 것 같다.”

서정문 피디는 2010년~2011년 ‘피디수첩’ 맡은 이후, 2017년 3월 다시 프로그램에 왔다. ‘호텔 사모님의 마지막 메시지’는 ‘피디수첩‘이 긴 시간이 침체를 딛고 다시 불꽃을 피우는 걸 보여준 상징성도 있다. 그는 “2010년 ‘피디수첩’의 야성이 살아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이후 어려 일들이 있었지만, 이제 그때의 야성을 다시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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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PD수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