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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19일 13시 49분 KST

지불할 수 있는 만큼만 내는 마트가 생겼다

″음식 빈곤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COLE BURSTON/CANADIAN PRESS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Feed It Forward 매장에서 장을 보는 사람들

마케팅 전문가들은 물건을 산 손님이 지불하고 싶은 만큼만 돈을 내는 그런 형식의 마트가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로 그런 운영 컨셉을 도입한 첫 캐나다 매장이 토론토에서 문을 열었다. 

셰프 재거 고든은 ’Feed It Forward(착한 일을 이어가자는 ‘pay it forward’라는 문구를 변형시킨 것)′ 마트 컨셉을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여겼다. Feed It Forward에는 전형적인 마트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운영방식이다. 소비자는 꼭 필요한 만큼의 식품만 골라야 하며 이에 대해 지불할 수 있는 만큼의 돈만 낸다. 낼 돈이 아예 없을지라도 말이다.

Feed It Forward는 제빵점과 카페까지 포함한 마트지만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고 고든은 말한다. 이번 사업은 이제까지 그가 벌여온 ‘제로(0) 낭비, 음식 안보’ 캠페인의 연장으로 보는 게 더 옳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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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 재거 고든이 Feed It Forward 마트에 있다

고든의 목표는 도매상이나 다른 마트, 제빵점 등에서 ‘구제한’ 어차피 폐기 처리될 음식을 배고픈 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는 ”아주 단순한 개념이다. 매립지로 향하는 트럭을 납치하여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고든은 작년에도 비슷한 사업을 벌인 바 있다. 멍이나 흠 때문에 폐기되는 음식을 샌드위치와 수프 재료로 사용하는, 사용자가 지불할 수 있는 만큼만 돈으로 받는 식당을 운영했다.

″음식 빈곤을 겪는, 도움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이런 훌륭한 사업 아이디어를 비난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토론토대 로트맨 경영학과 교수 클레어 자이에 의하면 개인 형편에 맞는 지불 방식은 이제까지 주로 연극 공연이나 미술관 관람처럼 예술 관련한 사업에서만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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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It Forward 매장에서 장을 보는 말린 브라운.

자이 박사는 이런 쇼핑 컨셉이 채소나 과일을 사는데도 잘 적용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고 주의했다.

″사람들이 장 보는 일과 가장 먼저 연관해 생각하는 건 절약이다.”

″외식과는 다른 개념이다. 외식은 즐기는 시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음식을 주문하든 음료를 주문하든 씀씀이에 대한 태도가 다르다. 장을 볼 때는 얼마나 더 절약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에 먼저 떠오른다.”

그녀는 이웃을 걱정하는 마음과 베푸는 마음, 때론 사회적 압력까지 Feed It Forward 같은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지불할 수 있는 만큼 내는 제도가 성공하기 쉬운 제도는 아니라고 재차 경고했다. 그녀는 뉴욕 박물관들의 예를 들었다. 지불할 수 있는 만큼 내는 특정 관람일에는 무료 관람 혜택을 누리려는 방문자들로 박물관이 가득하다는 것이다. 

″판매자와 구매자와의 관계가 제대로 정의돼야 한다. 공짜를 바라는 사람만 가지고는 사업이 될 수 없다... 이에 따른 비용을 감수하고 충당할 수 있는 고소득층 소비자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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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It Forward에 전시된 화초.

궬프대 마케팅 전문가 브렌트 매켄지는 Feed It Forward 지불방식을 악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이타적인 목표가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으리라 전망했다. 그는 또 이런 사업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그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켄지는 ”커피나 군것질 값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게 한 뒤 이를 사용하는 회사원들의 행동을 관찰한 연구가 있다.”라며 ″미리 값을 정했을 때보다 ‘당신이 오늘 낼 수 있는 만큼만 내세요’라고 했을 때 더 많은 돈이 걷혔다.”라고 덧붙였다.

고든은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이 그렇지 못한 이웃을 배려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8개월 동안 같은 방식으로 운영한 식당도 ”본전” 상태로 사업을 잘 마쳤다며 자신감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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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It Forward 손님이 기부금을 낸다

Feed It Forward 사용자가 지켜야 하는 몇 가지 규칙은 다음과 같다. 

매장 손님은 자기 가족이 그날 소비할 수 있는 양의 음식만큼만 또는 미리 포장된 1/2 주 분량의 음식만 살 수 있다. 계산 단계도 좀 번거롭다. 본인의 이름과 연락처 그리고 장바구니에 담긴 식품 내용을 모두 기록해야 한다.

매장 운영비를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식품 전체가 기부된 것이며 일꾼들도 모두 자원봉사자이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비롯한 그 외의 비용은 모금 운동, 온라인 기부활동, 그리고 고든이 직접 운영하는 ‘재거 고든 케이터링’ 사업에서 번 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고든은 Feed It Forward를 자선단체로 등록하는 과정에 있으며 기업 후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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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It Forward 고객들이 과일을 고르고 있다

식품계 전문가 로버트 카터는 지불할 수 있는 만큼 내는 제도를 부담스럽게 여기는 소비자도 있을 거라고 봤다. 돈을 너무 많이 내거나 또는 너무 적게 내는 걸 걱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로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물건의 적절한 값은 물론 그 가치까지 따지는 정치사회적으로 깨어있는 밀레니얼들이 이런 소비방식을 지지할 수 있다고 보았다.

카터는 ”밀레니얼들은 특정 의제가 의미하는 사회적 가치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에 도움이 된다는 게 확실하다면 그들은 ‘기업에 속해있는 매장보다는 이런 매장에서 돈을 쓰는 게 낫겠군’ 하는 생각을 가질 확률이 높다.”

 

*허프포스트CA의 글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