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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으로 프랑스 전통 정당들은 끝났다

파리 -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정치적 격변이 있었다. 1차 투표에서는 프랑스가 급진적 변화를 겪는 중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프랑스 정치는 몇 달 전부터 혼란에 빠져 있었으니 이것이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1차 투표 결과는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포퓰리즘과 세계화 앞에서 민주주의와 기존 정치가 겪고 있는 위기를 잘 보여준다. 전통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 후보의 1차 투표 탈락은 프랑스에서 60년 이상 일어나지 않았던 사건이다. 그러므로 5월 7일 2차 투표에서 중도파 엠마뉘엘 마크롱이 당선되든, 극우 마린 르펜이 당선되든, 심해지는 저항을 포용하고 새로운 정책을 강행하는 일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2016년 가을에 주류 정당의 경선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오며 변화가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다. 공화당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자크 시라크 대통령 정권의 총리였던 알랭 쥐페가 떨어졌다. 작년 12월에는 퇴임을 앞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처참한 지지율 때문에 재출마를 포기했다. 2017년 1월에는 마뉘엘 발스 전 총리가 사회당 경선에서 탈락했다. 가장 오래되고 뿌리깊은 기존 정치권을 핵심까지 뒤흔들겠다는 유권자들의 결의는 확고했고, 그에 따라 전통적 정당들이 약화되었다.

현 정부 체제 안에서는 처음으로, 60년 이상 프랑스의 정치를 형성해왔던 좌파와 우파의 가장 큰 정당 중 어느 쪽도 2차 투표에 진출하지 못했다. 여당인 사회당의 베누아 아몽 후보는 고작 6%의 표밖에 얻지 못했고,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후보는 약 20% 득표에 그쳤다. 역사적으로 정치를 이끌어 왔던 두 주요 정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는 전체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1차 투표에서 1, 2위를 차지하여 2주 후에 결선에서 맞붙게 될 두 후보는 옛 좌-우 패러다임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밝혔다. 24% 가까운 지지를 얻은 엠마뉘엘 마크롱은 중도주의자를 자처하며, 1년 전에 좌파와 우파, 시민 사회에서 지지자들을 모으겠다며 ‘전진!’(En Marche!)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조직했다. 22% 가까이 득표한 마린 르펜은 과거의 좌-우 양분을 거부하며 ‘애국자’와 ‘글로벌리스트’ 사이의 싸움을 하려 한다.

프랑스의 이러한 변화가 역사적인 이유는 열린 사회의 세력들과 국가 정체성에 집중하는 사회의 세력들이 맞서는 모습이 프랑스에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세계 다른 곳에서 목격되고 있는 패턴과 비슷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대표적이다. 기존 정치 질서에 엄청난 위기가 찾아온 나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세계화, 유럽 통합이나 국경 등의 문제가 닥치자 새로운 세력들이 힘을 얻고 있다. 유권자들의 이러한 새로운 이원화는 한편으로는 상위층과 중산층 사이의 사회적 격차,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계급과의 격차에서 비롯된다.

프랑스 1차 투표에서도 그런 현상이 나타났다. 입소스 설문 조사 결과, 화이트 컬러 노동자의 33%는 엠마뉘엘 마크롱에, 블루 컬러 노동자의 37%는 마린 르펜에 투표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잘 나가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유권자의 27%는 마크롱을, 자기 직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30%는 르펜을 찍었다. 그리고 가계 소득으로 무리없이 생활하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들의 32%는 마크롱을, 생활이 힘겹다는 사람들의 43%는 르펜을 찍었다. 프랑스의 싸움은 정치적인 동시에 사회적인 것이다.

현재 엠마뉘엘 마크롱의 최종 승리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1차 투표 후 초기 설문 조사들에 의하면 62%는 마크롱 지지 의사를, 38%가 르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반 이민 공약으로 계속해서 여러 프랑스 유권자들에게 두려움을 주고 있는 극우 지도자 르펜은 국민전선을 공동 설립한 그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보다 20%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장-마리 르펜은 2002년 대선 결선 투표에서 18% 득표했다. 국수주의자들은 15년 동안 크게 성장했으며, 르펜이 진다 해도 프랑스 정치에서 중요한 존재가 될지 모른다.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겪게 될 어려움이 두 가지 더 있다. 그는 19% 득표한 장-뤼크 멜랑숑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급진 좌파 운동을 극복해야 한다. 그리고 6월 총선에서 다수를 차지해야 한다. 의회의 지지가 없다면 새 대통령이 경제와 사회 개혁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선 투표에 진출하게 된 엠마뉘엘 마크롱은 “30년 이상 프랑스의 문제 해결 능력이 없었던 체제와 완전히 결별”하겠다고 밝혔다. 그에게 야망은 분명 있지만, 그 야망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서는 정치적 수단을 손에 넣어야 할 것이다. 이는 쉬운 과제가 아니다.

*허프포스트US의 The French Election Marks The End Of France’s Traditional Parties를 번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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