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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비서는 "4년간 성추행 당해 고민 끝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는 서울시 내부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고, 고민 끝에 박원순 시장을 경찰에 고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5월 28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서울시 현황과 건설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이 5월 28일 오전 중구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 서울시 현황과 건설일자리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업데이트 7월 13일 오후 3시 44분] A씨 입장문 추가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으로 고소한 전 비서 A씨가 고소한 지 5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A씨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는 13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A씨가 비서로 재직한 4년간 성추행과 성희롱이 계속됐고, 다른 부서로 발령난 뒤에도 지속됐다”며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이 범행 장소였다고 지목했다.

김 변호사는 ”범행 방법 중 하나인 텔레그램 음란 문자와 속옷 사진은 A씨가 비서로 근무하는 동안 친구들에게 보여준 적이 있고, 알고 지낸 기자에게도 보여준 적이 있다”며 서울시 내부에서 도움을 요청했으나 ‘시장은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으며 수년간의 피해로 고민 끝에 고소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박 시장이) 셀카를 찍자며 (A씨에게) 신체를 밀착하고, 무릎에 난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입술을 접촉했다”며 ”집무실 안의 내실 침대로 불러 안아달라고 신체 접촉을 했다”고 공개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가 사용했던 휴대폰을 경찰에 임의제출했고, 그 전에 사적으로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을 입증할 증거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성폭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 사건은 박원순 시장의 위력에 의한 비서 성추행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업무시간뿐만 아니라 퇴근 후에도 사생활을 언급하고 신체접촉, 사진을 전송하는 전형적인 권력에 의한 성폭력”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소장은 A씨가 고소한 즉시 곧바로 관련 수사 상황이 박 시장 측에 전달됐다며 ”누가 이런 상황에서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소하겠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서울시 역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조사단을 구성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경찰을 향해서도 ”현재까지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고미경 대표는 ”무엇보다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사건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다음 주에 추가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박 시장을 지난 8일 성추행 혐의로 고소했으며, 박 시장은 9일 실종된 지 7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피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성추행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아래는 A씨의 입장문 전문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미련했습니다. 너무 후회스럽습니다.

맞습니다. 처음 그때 저는 소리 질렀어야 하고, 울부짖었어야 하고, 신고했어야 마땅했습니다. 그랬다면 지금의 제가 자책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없이 후회했습니다.

긴 침묵의 시간, 홀로 많이 힘들고 아팠습니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꿉니다.

거대한 권력 앞에서 힘없고 약한 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공정하고 평등한 법의 보호를 받고 싶었습니다. 안전한 법정에서 그분을 향해 이러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힘들다고 울부짖고 싶었습니다. 용서하고 싶었습니다. 법치국가 대한민국에서 법의 심판을 받고 인간적인 사과를 받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고소장을 접수하고 밤새 조사를 받은 날, 저의 존엄성을 해쳤던 분께서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내려놓았습니다. 죽음, 두 글자는 제가 그토록 괴로웠던 시간에도 입에 담지 못한 단어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실망스럽습니다. 아직도 믿고 싶지 않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많은 분들에게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50만명이 넘는 국민들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은 제가 그때 느꼈던 위력의 크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숨이 막히도록 합니다.

진실의 왜곡과 추측이 난무한 세상을 향해 두렵고 무거운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하지만 저는 사람입니다. 저는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저와 제 가족의 고통의 일상과 안전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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